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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용호 Sep 28. 2024

이해할 수 없는 인간

"코바영감님!"


 글래디가 소리쳤다. 코뿔이 잘린 채 쓰러져있는 코뿔소, 방금 인간들이 놓아두고 간 코뿔소는 코바영감이었다. 레니는 처음에는 못 알아봤다. 코뿔이 잘려 있는 모습은 본 적이 없기에 그 모습이 낯설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코바영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코뿔소는 당황스러웠다. 코바영감은 죽었다. 글래디가 코바영감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물론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을 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 상태에서 회복을 한다는 것은, 그것도 이 초원에서 다친 동물이 혼자 살아있을 가능성은 없었다. 코바영감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이 초원에 자신의 무리가 아닌 코뿔소도 존재했다. 하지만 볼수록 코바영감이 분명했다. 코바영감이 틀림 없다는 사실이 글래디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레니는 쓰러진 코뿔소를 여기저기서 살펴보았다. 다행히 큰 상처는 없고, 다친 곳도 없었다. 다만 뿔이 없을 뿐이었다. 코바영감은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았다.  살펴보다 보니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코바영감의 삶의 흔적들이 몸에 새겨져 있었다. 가끔 옛날이야기들을 들려줄 때 어디서 어떻게 생긴 흔적들인지 자랑삼아 얘기하던 것이 생각났다.


 글래디는 주변을 좀 더 살폈다. 남아있는 인간들이 없는지, 두고 간 것은 더 없는지 살펴봤다.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안전을 확인한 글래디는 레니에게 말했다.


"가서 다른 코뿔소들을 이곳으로 오라고 전하렴."

"네, 알겠어요."


 레니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코뿔소 무리를 향해 달렸다. 사실 와콤영감이 뿔이 없다는 사실에 조금 놀라기도 했고,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니 어딘가 불편했던지라 빠르게 움직였다. 글래디는 코바영감을 상태를 조금 더 살폈다. 코뿔이 없을 뿐 오히려 예전보다 체격이 커진 느낌이었다. 왼쪽 엉덩이 부근에 총에 맞은 상처는 흔적은 조금 남았지만 사라지고 없었다. 예전에 코바영감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인간들은 우리를 잡아다 가두기도 하고, 다치게도 하고, 치료도 해준다.' 인간들에게 치료를 받은 것이라 생각되었다. 왜 인간들이 치료를 해준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치게 할 때는 언제고, 치료를 해준다는 것인지, 그리고 뿔은 왜 잘라건 것인지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른 코뿔소들이 몰려들었다. 대충 레니에게 얘기는 들었지만 와콤영감을 보고 다들 놀랬다. 코바영감이 살아 있다는 것에 놀랐고, 뿔이 잘렸다는 사실에 더 크게 놀랐다. 어미 코뿔소들은 어린 코뿔소들이 와콤영감을 자세히 보지 못하게 했다. 뿔이 잘린 코뿔소의 모습은 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다. 코뿔소들이 모여들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나자 코바영감은 살짝 깨어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글래디가 말을 걸었다.


"코바영감님 정신이 드세요? 제가 누군지 알아보시겠습니까?"

"으... 으..."


코바영감은 아직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 없는 상태였다. 신음이 섞인 소리로 대답을 대신했다. 글래디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한 글래디는 다른 코뿔소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여기서 쉬도록 하죠. 혹시 인간들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으니 각별히 경계해 주시고 무리를 이탈하는 코뿔소가 없도록 각별히 신경 써주세요."


  글래디는 '무리를 이탈하는 코뿔소' 부분에서는 강조를 하며 레니를 쳐다봤다. 레니와 게이드가 무리를 벗어났던 그날 이후로 글래디는 레니를 주시했다. 해가 지고나면 레니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봤다. 레니가 잠이 드는 것을 먼발치에서 확인하고 나서야 게이드를 찾아 나설 수 있었다. 단순히 레니를 감시하는 것이 아닌 걱정이었다.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랭글러의 아들이자, 아들의 가장 친한 친구였다. 그런 아이가 친구를 자신 때문에 인간들에게 끌려갔다고 생각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위험으로 이끄는 행동을 할 수도 있을 거라는 걱정이 들었다.


 글래디의 걱정과는 달리 레니는 이제 어떤 경우에도 무리를 이탈해서는 안되고, 글래디의 말을 어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가장 친한 친구가 인간들의 손에 잡혀갔다. 그것으로도 다시는 그와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나머지 코뿔소들은 코바영감을 살피며 휴식을 취했다. 코바영감이 나타남으로써 코뿔소들은 어느 정도 마음을 조금 놓았다. 그래도 게이드가 살아있을 가능성이 생겼다. 와콤이 글래디의 곁에 다가와 말을 걸었다.


"코바영감 말이지 그때 분명 초원으로 돌아가지 않았나? 어떻게 된 거지?"

"아무래도 인간들이 잡아가서 치료를 해 준 모양이야."

"흠... 왜? 그때 우리를 쫒던 것이 인간 아냐? 기껏 다치게 하더니, 잡아가서 코뿔을 잘라놓고 치료까지 하고 무리로 데려다준다고?"


 글래디는 자신도 인간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기에 와콤의 말에 별다른 대꾸를 할 수 없었다.



<13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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