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바영감과 게이드가 잡혀 있던 곳의 정체는 'SAVE THE RHINO'라는 이름의 코뿔소 보호 단체였다. 그들이 하는 일은 '멸종'으로부터 코뿔소를 보호하는 일. 대부분 밀렵꾼의 일을 방해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밀렵꾼이야 말로 코뿔소의 멸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코뿔소 밀렵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특단의 조치'는 코뿔소의 뿔을 잘라내는 것이다. 그럼 밀렵꾼들로부터 표적이 되지 않기에 그들의 손에서 만큼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목표는 모든 코뿔소의 뿔을 잘라내는 것, 밀렵의 표적이 되지 않게 하여 궁극적으로는 밀렵을 아예 없애는 것이었다.
밀렵꾼의 일은 코뿔소의 뿔을 잘라 팔았다. 어디서는 뿔을 약으로 먹는다는 얘기도 있고, 어디서는 장식용으로 쓴다는 얘기도 있지만 시시콜콜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들의 목적은 그저 코뿔을 잘라가면 사는 사람이 있고,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렇기에 단속에도 불구하고 밀렵은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SAVE THE RHINO'는 '특단의 조치'를 위해 초원에 임시 보호소를 설치하였다. 인간들이 거주할 수 있는 숙소와 그보다 훨씬 크게 코뿔소들을 보호할 수 있는 우리를 지었다. 그 우리 안 게이드가 있었다. 게이드는 이곳에 온 지 며칠이 지났다. 처음에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인간들은 그를 아주 친절하게 대해줬다. 싱싱한 풀도 가져다주고 물도 원 없이 마실 수 있는 만큼 제공되었다. 점점 이곳 생활에 익숙해져 가는 중이었다. 그런 게이드를 가장 많이 곁에서 돕고 있는 것은 보호사 타냐였다.
타냐는 'SAVE THE RHINO'에서 일을 하기 위해 보호사로 일을 시작했다. 우연하게 본 코뿔소 밀렵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고, 그 영향이 타냐를 지금 이 곳에서 보호사로 일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타냐는 코바와 게이드를 포획하는 순간부터 함께 했다. 코뿔소를 옆에서 돕고, 정서적으로 안정시키는 것의 그녀의 임무였다. 그전에 코바를 치료하고, 야생으로 돌려보낸 것도 타냐의 일이었다.
타냐는 코뿔소를 '보호'하는 일에 만족했다. 며칠 전 자연으로 돌려보낸 코바는 타냐가 '특단의 조치'를 통해 처음 자연으로 돌려보낸 코뿔소였다. 코바는 위독한 상태에서 보호소로 왔다. 타냐는 코바를 정성스레 치유했고, 매일 코바의 옆에서 경과를 지켜봤다. 코바는 건강을 되찾았고, 여기에 처음 왔을 때보다도 살이 찐 상태였다. 타냐는 코바의 상태에 매우 만족했다. 자신이 코뿔소를 살렸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코바는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물론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 뿔이 잘려서 약간은 코바의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그건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다시 예전처럼 초원을 뛰어놀 코바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여 타냐는 뿌듯했다.
다음은 게이드였다. 게이드는 비교적 어린 코뿔소여서 적응이 빨랐다. 코바와는 달리 타냐에 대한 경계도 이틀이 되지 않아 풀렸다. 게이드는 얌전했고, 우리에서의 생활도 적응한 듯 보였다. 총에 맞은 상처도 초기에 응급처치를 빨리 했고, 게이드도 어린 코뿔소여서 치유력이 좋아 비교적 빨리 나았다. 이제 며칠 뒤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단의 조치' 후에 자연으로 복귀한다면 게이드도 예전처럼 초원을 누빌 수 있을 거라는 생각만으로도 흐뭇했다. 게이드와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 타냐는 우리로 향했다. 게이드가 좋아하는 싱싱한 풀을 한 아름 안은 채로.
<15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