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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두필 Feb 16. 2024

아빠, 잘 가요.

2023년 8월 23일 인공호흡기를 단 아버지...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단 아버지를 마주하였다.

순간 힘이 쭉 빠졌다. 아버지가 누워있는 모습이 내 몸의 힘을 쭉 빠지게 만들었다.

아버지가 누워있는 베드 주변으로 많은 선들과 기계들 그리고 링거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드라마나 다큐에서만 보던 모습을 내 두 눈으로 마주한 것이다.

화면으로는 별 느낌이 없던 풍경이었는데 실제로 맞닥 드리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게 조금 주춤거리던 나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천천히 아버지께 다가갔다.

그리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눈만 깜박거리고 있는 아버지 앞에 섰다.

아버지는 움직이지도 못한 채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버지의 두 손이 결박당한 체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인공호흡기를 한 아버지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말도 못 하고 몸에 힘도 없는 사람을 꼭 저렇게 묶어 놔야만 하는 걸까?

순간 나도 아버지의 그런 모습에 기분이 상했다.

불같이 화내고 병실을 뒤집어엎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 아버지는 눈으로 나를 간절하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눈으로 무언가를 계속 말하는 아버지의 눈빛에 나의 가슴은 아려왔다.

음... 음... 대며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보는 것 외에는 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리고 간호사에게 물었다.


"아버지 손이 왜 묶여있는 거죠?"


순간 굳은 듯한 표정의 간호사가 입을 열었다.


"어제 아버지가 간호사 명찰을 잡아 뜯고 입에 물고 있던 호흡기를 물어버렸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손을 묶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말은 하는 와중에도 아버지는 나에게 무언가 말하듯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아마 아버지는 자신이 학대받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을 것이다.

호흡기를 하기 전부터 나에게 그렇게 말했으니까 말이다.

말을 할 수 없는 아버지는 답답한지 눈을 부릅뜬 채 고갯짓으로 나에게 가까이 오라고 했다.

그리고 나의 손바닥에 무언가를 쓰는 아버지...

그리고 쓴 단어는 바로 [믿지 마]라는 한 단어였다.

나의 머리는 또 혼란스러워졌다.

병원을 믿지 말라는 아버지의 말.

지금 이 상황에서 병원을 믿지 못하면 누구를 믿어야 하는 걸까?

가장 병원을 믿고 의지해야 할 아버지가 병원이 자신을 학대한다며 부정하고 있었다.


나의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던 의사가 이야기했다.

아버지가 점점 섬망 증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이다.

의사 선생님의 말이 맞는지 아닌지 나는 알 수가 없다.

난 그저 병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의지하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곧 아버지의 행동이 섬망 증세로 인한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부정적인 생각은 지우고 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게 면회시간 내내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있었다.

내게 주어진 면회시간 30분 동안 아버지의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왜 그랬는지 알 수는 없다.

그냥 꼭 잡은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면회 시간이 거의 끝나 무렵 주치의 선생님이 찾아왔다.


"아버지 CT사진을 찍으러 이동하실 거예요."


"또 찍나요? CT를?"


"아 이건 기존의 CT가 아니고 조금 다른 기계입니다."


"아... 그렇군요..."


"면회 시간도 끝나셨으니까 CT 찍는 대로 같이 이동하시면서 이야기하시면 될 것 같아요."


"아... 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병원사람들이 아버지 주의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분주하지만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베드를 이동시킬 준비를 하였다.

잠시 후 인공호흡기와 함께 아버지의 베드가 CT를 찍으러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동하는 동안 사실 주치의 선생님과는 할 말이 없었다.

그저 내 눈에 아버지를 담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착한 CT실 앞.

아버지의 베드가 들어가고 그곳에는 주치의 선생님과 나만이 남았다.

아주 조금의 정적이 흐르고 내가 먼저 물어보았다.


"이거 찍으면 진단이 나오는 걸까요?"


"아... 아마 정확한 진단은 조직 검사를 해봐야 돼요. 우선 사진으로 한번 더 확인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그렇게 짧은 아버지와의 만남이 끝났다.

이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 이상의 면회는 없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

눈물이 나진 않았다. 아니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았다.

아직은 울어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아직 아버지의 상태가 명확하게 진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생각은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바라는 게 있다면 어서 진단이 나와서 치료를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진단만 나오면 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발달된 현대의학이 아버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난 아직 아버지의 시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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