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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두필 Jan 24. 2024

아빠, 잘 가요.

2023년 8월 22일 결국 아버지는 중환자실에 다시 가게 되었다.

2023년 8월 18일.

아버지의 증상이 더욱 악화되었다.

폐렴이 아닌 폐결핵으로 의심되어 아버지는 격리가 되었다.

폐렴이 아닌 걸까?

정말 폐결핵인 걸까?

도대체 왜 이 큰 병원에서 아무런 진단을 내리지 못하는 걸까?

이제는 제발 진단이라도 명확하게 내려졌으면 좋겠다.

몸이 더 약해지기 전에 무엇이라도 시도해 볼 수 있게 말이다...


2023년 8월 19일.

아버지의 기침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

그리고 끝끝내 기침과 함께 피가 묻어 나오기 시작했다.

하얀 휴지 위에 붉은 피가 묻어 나왔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보던 피를 토하는 상황을 실제로 보고야 말았다.

마음이 점점 더 안 좋아졌다.

나의 마음이 점점 아파온다.

폐결핵에 준하는 치료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준하는 치료로 아버지의 상태가 좋아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그리고 8월 22일.

결국 아버지는 중자실에 다시 가게 되었다.

폐결핵에 준하는 치료도 아버지에게서는 차도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답답했다.

이렇게 모든 것을 시도해 봤는데도 나아지질 않는 상황이 말이다.

이런 상황이 참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저 이 큰 병원의 실력을 믿고 기다리는 일.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으니까 말이다.

하루에 한 번만 허락된 중환자실의 면회 시간.

나는 중환자실에서 힘겹게 숨을 쉬고 있는 아버지와 마주했다.

나를 보자마자 눈을 부릅뜨며 알아듣기 힘든 조용한 목소리로 아버지가 말했다.


"수사해야 돼... 여기 병원 놈들 나쁜 놈들이야..."


"뭔 소리야 아빠?"


더 조용한 목소리의 아버지...


"수사를 해야 한다고..."


"수사? 뭔 수사?"


"조용히 해... 이 자식들이 들어..."


나는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정말 혼란스러웠다.

수사를 해야 한다니...

지금 나에게 하는 소리가 맞나?

무슨 수사를 해야 한다는 거지?

지금 상황을 아버지가 착각을 하는 건가?

형사 시절로 돌아가신 건가?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나의 머리는 미친 듯이 돌아가고 있었다.

파악을 하려 했지만 전혀 파악을 할 수 없었다.


"병원 이 사람들이... 나를 학대해... 아주 나쁜 놈들이야..."


학대를 당한다는 아버지의 말.

전혀 상황 파악이 안 되고 있는 나.

그때 옆에 있던 간호사 선생님과 의사 선생님이 내게 말했다.


"아버지가 지금 섬망 증상이 올 수도 있으세요..."


"아... 네..."


섬망 증상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이제 섬망까지 온 것일까?

섬망이 진짜로 맞는 걸까?

가족인 아버지의 말을 믿어야 할까?

아니면 병원 사람들의 말을 믿어야 할까?

섬망인지 진짜로 학대를 받는 건지는 도저히 알 길이 없다.

다만 아버지의 현재 상태가 정말 안 좋아졌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아직 희망은 있는 걸까?

난 그냥 계속해서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이때 의사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아버지 이제는 인공호흡기를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인공호흡기요?"


누군가 말했다.

병원에서 그것도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한다는 것은 마치 사형 선고와 같다고 말이다.

인공호흡기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심장은 빠르게 뛰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울컥 나오려고 하는 눈물을 겨우... 정말 힘겹게 참고 있었다.

아버지가 보고 있다.

눈물을 흘리는 것은 버텨야 한다.

그 당시 난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네... 우선 지금 숨을 쉬는 걸 힘들어하세요... 점점 더 자가 호흡이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아... 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조직 검사를 해야 하는데요... 계속 말씀드렸듯이... 조직 검사를 하다가도 언제든지 사망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호흡기를 달고 조직 검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그리고 아버지와 나를 번갈아 보며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조직 검사를 해야 정확한 진단이 나와요... 그래서 인공호흡기를 하고 조직 검사를 하려고 합니다. 아시겠죠?"


아버지는 진단을 받고 싶어 했다.

나 또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지금의 아버지가 왜 이렇게 됐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힘들어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내가 대답했다.


"진단을 받아 봐야죠... 그저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습니다."


"네... 정확한 진단이 나와야 거기에 맞는 치료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네... 조직 검사 해주세요..."


"그리고 보호자분 면회 끝나고 인공호흡기를 달면... 아버지와 이제 대화하기는 힘드실 거예요... 지금이 마지막 대화가 될지도 모르니까... 대화 많이 하세요. 면회시간은 좀 더 드릴 테니까 걱정 마시고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아버지와 나만의 대화시간이 주어졌다.

아버지와 나는 말이 없었다.

딱히 할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빠... 딸이랑 통화 한번 해... 그리고 인공호흡기 달면 말 못 하다니까 생각나는 사람들 통화도 좀 하고..."


아버지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와 동생이 무슨 대화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저 멍하니 아버지만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다.

물끄럼히 오랫동안 아버지만 바라보았다.

그저 아버지를 내 눈에 담고 싶었나 보다.


"아빠... 이제 면회 시간도 거의 끝나가네... 일단 조직 검사한다니까... 결과 기다려 보자. 진단도 곧 나오겠지..."


"그려... 어여 가..."


힘 없이 대답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

그 모습을 보면서 심장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에 있던 아버지가 갑자기 생각이 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나아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재활을 열심히 하셨다.

하지만 이제는 열심히 노력하던 모습을 아버지에게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저 힘없이 중환자실 베드에 누워있는 아버지의 모습만 보였다.

그렇게 아버지와의 면회시간이 끝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눈물을 흘렸다.

한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중환자실의 아버지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았다.

정말 강한 아버지였는데... 이제는 아버지가 작아 보인다.

그렇게 무심하게 시간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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