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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두필 Apr 17. 2024

아빠, 잘 가요.

2023년 9월 1일 사실상의 사망 통보

어김없이 쉬는 날이면 아버지를 찾았다. 

아마 아버지의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한 불안한 마음을 가진 채 그 당시의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어김없이 아버지는 인공호흡기를 단채 암이란 녀석과 싸우고 있었다.

신장암 그리고 폐로 전이된 상황. 정말 절망적인 상황.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아버지는 아마 살 수 있을 거란... 아니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해 싸우고 계셨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버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추적암 치료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버티고 버텼을 것이다.

그렇게 아버지와 면회가 끝나고 주치의 선생님이 가족들을 따로 불러 내었다.

중환자실 바로 앞에서 주치의 선생님이 말했다.


"신장에서 폐로 전이된 암이 맞고요... 음... 아버지께서 지금 추적암 치료를 할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에요... 모든 교수님들이 버티지 못하실 거라고 판단을 하셨습니다."


주치의 선생님 입에서 나온 얘기를 정리해 보면 이러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

그래서 추적암 치료를 할 수 없단다.

그러니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 말은 곧 사망통보와 다름이 없었다.


"아... 어..."


나도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나오는 소리라곤 아... 어... 하....

말이라고는 볼 수 없는 음성들만 계속해서 더듬더듬 나오고 있었다.

무엇인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도무지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치 바보가 된 것 마냥 기괴한 소리만 입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때 주치의 선생님이 다시 한번 말씀하셨다.


"사실 제가 어제 계속해서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거든요... 근데 아직 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약이 하나 있어요..."


기괴한 음성을 내뱉던 내가 물었다.


"아... 그래요? 그 약을 쓸 수 있나요?"


"쓸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교수님들과 이야기를 해봐야 합니다... 근데 그 약이 가격이 조금 비싸고... 또 하나씩 살 수 있는 약이 아니어서... 금액이 조금 부담스러우실 수도 있어서요..."


"해주세요... 돈은 상관없습니다... 할 수 있는지 무조건 알아봐 주세요."


사실 이 이야기를 듣기 전 돈에 대한 걱정이 큰 건 사실이었다.

정말 슬픈 이야기이지만 병원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돈에 대한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다.

아무리 산정특례자라고 해도 진료비용이나 수술비용 등은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의 입에서는 단 한순간의 고민도 없이 해달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뇌가 시킨 일이 아니었다.

마치 뇌 보다 마음이 마음보다 입이 먼저 말해버린 것 같았다.

그만큼 나도 아버지를 보내기 싫었나 보다.


"네... 그럼 결과가 나올 때까지 병원에서 기다려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마지막 희망을 걸고 병원에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아주머니와 나 그리고 동생까지 3명이서 항암치료를 할 수 있는지 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참 늦게 흘러갔다.

1분은 10분 같았고 10분은 30분 30분은 마치 3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나의 전화가 울렸다. 그리고 중환자실로 오라는 주치의 선생님의 말에 후다닥 중환자실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한 중환자실의 벨을 눌렀다. 

잠시 후 간호사 선생님이 중환자실 안에 있는 작은 방으로 안내해 주셨다.

그 작은 방에서 수만 가지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리고 들어오신 교수님.

교수님이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저희 주치의가 열심히 치료할 수 있는 약을 찾아왔는데..."


나는 그저 숨을 죽인 채 교수님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상 아버지께서 그 치료제를 견딜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에요... 더 이상의 치료는 힘들 것 같습니다."


순간 눈물이 울컥 나오고 말았다.

나오는 눈물을 막으려 애를 썼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의 의지와 다르게 계속해서 나오는 눈물을 그저 흘릴 수밖에 없었다.

정말 하염없이 눈물만 흘린 것 같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경험해 보는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정말 마치 수도꼭지가 고장 난 것처럼 억지로 틀어막으려 해도 계속해서 눈을 비집고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런 와중에 교수님이 이야기했다.


"아버지가 강한 분이세요. 지금 아버지가 숨을 쉬는 건 계속 100미터 달리기를 전력질주를 하고 계신 거예요. 근데 의지가 강하셔서 지금 저렇게 버티고 계시는 거예요. 강한 분이십니다."


아빠는 살고 싶었다.

목구멍까지 헐떡이는 숨을 아버지는 버티고 있었다.

더 살고 싶은 의지로 말이다.

그 말이 나의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들었다.

지금도 이 글을 쓰는 게 너무나 힘들다.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내 눈에는 눈물이 자꾸 차오른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내가 물었다.


"아버지는 얼마나 더 버티실 수 있는 겁니까?"


"지금 당장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아요... 1달? 아니 2~3주도 못 버티실 수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중환자실의 작은 방에서 난 실컷 울었다.

오히려 옆에서 지켜보던 동생이 나를 위로했다.

그렇게 버티고 버텼는데...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이제 아버지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난 어떻게 아버지를 보내드려야 할지 그 당시는 아무런 생각 조차 하지 못했다.

이제 정말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하는 현실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고 느꼈다.

아버지와의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그렇게 아버지와 나의 모래시계는 점점 끝이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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