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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Jul 31. 2024

자녀 편: 주말은 더욱 특별하게 패밀리위크엔드

가족끼리의 리추얼을 만들어 추억을 쌓습니다.

아이와 함께 미국으로 갔을 때, 바로 유치원에 입학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도착하자마자 학교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첫 등교날, 코로나로 인하여 뉴욕시가 lockdown 됩니다. 영어를 못하는 아이에게는 오히려 잘 된 것일까요? 하지만, 친구를 만나볼 기회조차 사라졌으니 우리 가족 빼고는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의 역할은 배로 늘어났어요. 친구가 되어야 했고, 부모가 되어야 했으며, 때론 선생님으로 변모해야 했지요.


코로나사태로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아이 옆에서 온라인수업을 같이 들었습니다. 저 또한 고만고만한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아이들의 영어말투는 난이도 최상이었어요. 수업이 우리 둘에게 그야말로 고통 그 자체였습니다.

고통의 온라인 수업


그런데, 그중에서도 좋아하는 수업이 있었습니다. 바로 social study였어요. 우리나라과정으로는 사회도덕 정도가 되겠네요. 그런데, 전 사회시간이나 도덕시간에 가족에 대해서 배운 거라곤, 핵가족과 대가족의 차이점 정도였거든요?


"여러분, 여러분의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소중한 물건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선생님의 말씀에 매우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 물건이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거라곤 빚정도였거든요. 안갚을 방법도 있었겠지만, 떳떳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시다며 인생의 상당 부분을 바쳐 갚으셨습니다. 어쩌면 그게 소중한 보석인지도 모르겠네요.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살았던 지역이 미국 내에서도 부유한 동네여서인지 아이들은 자신의 할머니 때부터 읽었던 동화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등 모두가 신나 보였습니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발표가 끝나자, 선생님은 할머니로부터 유품으로 물려받은 나비형태의 브로치를 보여줬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나비를 사랑하셨단다. 그래서 나비에 관련된 물건이 정말 많았는데, 그중 이 브로치를 유품으로 물려받았어. 내겐 할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물건이야. “


꼭 집안 대대로 보석이 내려올 필요는 없었습니다. 한 사람과의 추억이 연결되는 아이템이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었죠. 이번에는 또 다른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우리 특별한 날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요? 전 나초데이가 있어요. 매월 1일마다 나초를 먹으러 가요. 거기서 남편을 만났거든요. 우리에겐 매우 특별한 날입니다. “


아이들은 또다시 서로 손을 들며 분주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영화관람데이가 있어서 항상 한 달에 한번 다 같이 영화를 보는 날이 있다던가, 스윗츠데이가 있어서 그날은 사탕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던가 모두에게 각자 나름의 특별한 날을 재잘거렸습니다.


우리는 어떤 날을 말했냐고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생일밖에 없더라고요. 그래서 특별한 이벤트로 생일에 케이크를 먹는다며 제 작은 친구는 안 되는 영어로 힘들게 발표했습니다.


특별한 날을 만들어 보자

그때부터 생각했어요. 뭔가 특별한 날을 만들어야겠다고요. 하지만, 뭔가 거창하거나 돈이 많이 들어가는 형태라면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바운더리를 정해서 특별한 금토일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금요일 밤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테이크아웃해서 만찬으로 먹으며(한도: 3만 원), 주말저녁에는 팝콘을 먹으면서 영화 한 편을 다 같이 봅니다. 영화는 언제나 넷플릭스에서 골라보기 때문에, 정액요금 말고는 들지 않지요. 이것만으로 우리는 단단한 결속력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금요일이 오기 훨씬 전부터 아이는 무슨 음식을 사 먹을지 매우 고민합니다. 때로는 만원만 올려달라고 애원하기도 하지요. 주말에는 무슨 영화를 볼지 귀띔을 해달라고도 합니다. 여러 가지 영화를 골라 놓으면 최종선택은 아이가 결정합니다. 요즘에는 어벤저스 시리즈를 다시 정주행 하고 있어요.


어떤 집은 크리스마스마다 해리포터를 본다고 합니다. 그럼, 아이는 자라서 크리스마스에는 다 같이 보던 해리포터가 생각날 거예요.


맛있는 금요일, 눈이 즐거운 주말로 인하여 아이에게는 주말이라서 행복한 금토일이 금요일외식데이와 주말영화데이를 통해 더욱 다채롭게 기억되길 희망하는 바입니다. 전 여수여행의 기념으로 아이와 함께 여수엽서를 만드는 중입니다. 서로 집중하며 여수의 풍경을 그리다 보니, 여행할 때의 기분이 새록새록 떠오르더군요. 추억을 만드는 일에는 꼭 돈이 들어야 하는 법은 아니라서 안도의 한숨을 쉬어 봅니다.

여행 후 우리의 리추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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