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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배추 Apr 10. 2024

항마

1. 10년 전

껌껌한 방 안에 들어왔다. 사람들에 의하면 여기에는 무언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를 들여보냈겠지만.



1. 10년 전


그 해 겨울은 무척 추웠다. 지하에 연탄을 100개를 쌓아두었지만 모자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하에서 연탄을 하나 가져오고 그 연탄을 아궁이에 넣는 걸 유심히 지켜본다. 이곳에 온 지도 벌써 1년이 지났다. 그 이전의 기억은 하나도 나지 않아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기억상실증이 아닐까 싶었지만, 열 살의 나이에 그 단어의 의미도 제대로 모르면서 꺼낼 수는 없었다. 부모인지 잘 모르겠지만 자신을 부모라고 말하는 사람하고 같이 살았다. 그들이 부를 때, 선아라고 불러서 이름이 선아인 줄 알았지만, 실제 이름은 선우였다


“선우가 내 이름이구나.”

“응 너는 선우야. “


선우를 꼭 껴안는 품에서 연탄냄새가 났다. 추웠지만, 아궁이를 때고 나면 방바닥만큼은 따뜻해져서 온몸이 데워졌다. 목에 있는 목걸이를 빼려고 하자, 그 손을 잡는다.


“그 목걸이는 그대로 둬.”

“불편해”

“선아~그냥 둬”

“…”


무작정 목걸이를 빼놓기에는 손에 잡힌 아귀의 힘이 너무 강해서 뺄 수가 없었다. 소중한 것인가 보다 하고 넘어가려다가도 그렇게 소중하면 어딘가 숨길 일이지 굳이 이렇게 밤낮으로 차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어 선우는 답답했다. 몰래 목걸이를 만지작만지작 거리고 있다가 돌아누우니 선우의 부모와 눈이 마주친다.


사람 세 명이 누우면 가득 차는 방에 다 같이 이불을 깔고 누워 자기에 조금이라도 부스럭거리면 방해가 될 정도인데 이렇게 사람을 대놓고 쳐다본다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선우는 한숨을 몰래 내쉬며 몸을 뒤척이며 손을 목걸이에서 떨어트린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엄지손가락의 손톱만한 작은 파란색보석이 달려 있는 목걸이는 가끔씩 다른 색이 느껴지기도 했다. 유리처럼 빛에 따라 달라지나 싶어서 햇볕에 가까이 대어보기도 하지만, 그 색은 정확히 파란색이라고 하기에는 다른 색이 섞여 보였다. 그 색은 때에 따라 바뀌어서 한 가지 색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하늘에 더 가까이 대보려고 목걸이를 쑥 들어 올리자, 목걸이가 머리를 빠져나온다. 그 순간 목걸이가 다시 선우의 목으로 들어온다.


“목걸이는 꼭 차고 있어”


선우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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