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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두맘 Oct 30. 2019

“공무원 되면 행복할까?”

어쩌다 지방공무원, 임용에서 퇴직까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던 2018년이다. 결과적으로는 퇴직을 하게 됐지만, 공무원 생활을 지속할 계획이었던 당시에 겁도 없이 이렇게 솔직한 글을 시작한 동기는 ‘답답함’이었다.


공시생 70만 시대, 실제 공무원의 삶에 대한 이해가 없이 ‘칼퇴근’ ‘워라밸’ ‘정년보장’을 바라보며 무작정 공무원 준비를 시작하는 청춘들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실제 공무원 생활은 칼퇴근, 워라밸, 정년보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는 초봉, 경직된 상명하복식 조직문화, 적성과는 무관하게 1~2년마다 옮겨 다녀야 하는 인사발령, 생각지 못했던 주말 출근과 잦은 당직까지. 합격만 하면 꽃길이 펼쳐질 줄 알았더니 기대한 바와 너무나 다른 현실에 조기 퇴직하는 신규공무원이 늘고 있다.


(내 경우 경직되다 못해 후진적인 조직문화에 지친 나머지 우울증을 얻었고, 1년 이상 정신의학과 치료를 받은 끝에 퇴직을 결정했다. 우울증은 퇴직 이후 곧 완치됐다.)




사회초년생들이 첫 직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퇴사를 하거나 이직을 하는 일이 드문 건 아니다. 하지만 공직이라는 세계는 조금 특수하다. 일단 진입 자체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고, 이직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사기업의 경우 일단 입사해서 다녀 보다가 영 아닌 것 같으면 그만두고 다른 분야로 갈 수도 있고, 경력을 쌓아 좀 더 나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무원 경력을 가지고 사기업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물론 공직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공무원 생활에 만족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이렇다 할 대기업이 없는 지방에서는 공무원만 한 직업이 없는 게 사실이다. 초봉은 그야말로 쥐꼬리지만 꾸준히 호봉이 올라가고 육아 휴직 사용도 자유로운 편이다. 부서와 맡은 업무에 따라서 칼퇴근과 워라밸이 보장되는 곳도 있다. 사기업에 비해서는 분명 노동 강도가 낮고 직업 안정성은 높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동맥이자 모세혈관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 시민을 위해 봉사하고 공익에 기여한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매력이다. 각종 교육의 기회가 주어지고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황금 같은 청춘 앞에 펼쳐진 수많은 갈림길. 그 가운데 하필 공무원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안정적인 직업일 것 같아서? 달리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부모님이 원해서? 다들 좋은 직업이라고 하니까?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고 싶어서?


그 무엇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막연히 ‘공무원=신의 직장’이라는 잘못된 통념 때문에 이 길을 선택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공무원 생활의 장점과 단점, 나의 적성과 성향에 잘 맞을지 등 여러 측면을 두루 살펴본 뒤 후회 없는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약 2년 간 지방공무원으로 생활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솔직히 써보려고 한다. 떠밀리듯 공무원 공부를 시작해 의욕 없이 허송세월 하거나, 합격한 이후에야 공직이 적성에 맞지 않음을 깨닫고 뒤늦게 다른 길을 찾는 시행착오가, 이 글을 통해 조금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젊은 공무원들은 함께 공감할 수 있고, 민간인 독자에게는 공무원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글이 되기를 바란다.


공무원 되면 행복할까?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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