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의 세대는 도시락 세대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엄마가 새벽에 만드신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 나의 반찬은 늘 고기가 있었는데, 하루는 불고기, 하루는 떡갈비, 하루는 소고기볶음 등 고기반찬을 매일 먹었다.
나는 질리도록 먹었기 때문에 어느 날부턴가 너무 먹기 싫어서 친구들 반찬과 바꿔 먹은 기억이 있다. 친구들 반찬은 핑크색 소시지, 감자볶음, 멸치볶음, 계란말이, 비엔나소시지 볶음 등 우리 집 식탁에는 볼 수 없던 반찬들이 날마다 바뀌었는데, 마음속으로 저렇게 맛있는 반찬을 매일 먹다니,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매일 고기반찬이 있었던 이유는 우리 집이 음식점을 했기 때문이다. 1958년부터 시작하였으니, 2024년 현재 66년이 되어간다. 지금은 국가에서 지정해 준 ‘백 년 가게’로 등록되어 있다.
1958년 광주광역시에서 친할머니가 곰탕을 팔기 시작하셨고 1998년까지 아빠가 성공적으로 운영하셨다. 하지만 1998년 IMF가 시작되면서 무리한 확장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어 아빠의 음식점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후, 아빠가 지병을 얻게 되면서 엄마가 음식점을 물려받아 지금까지 운영을 하고 계신다.
난 어릴 적부터 음식을 업으로 하시는 할머니, 부모님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음식을 공부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거 같다. 실제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눈으로 음식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더 재미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의 음식점을 물려받지 않기로 결정을 했고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석박사 과정을 통해 음식문화를 깊이 연구하고 싶었다.
약 10년 정도 공부하는 시간 동안 한국의 전통 식문화와 문화관광, 음식문화를 공부하다 보니, 내가 살고 있는 전라남도의 음식문화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전라남도는 22개 시군이 있는데, 여행하면서 남도 지역의 음식문화를 조사하면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막연한 생각만 간직한 채, 시간이 흘러갔다.
2020년 박사 졸업과 동시에, 코로나19가 창궐했고 우연한 기회에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AI 기술 기반으로 식단추천 서비스 앱을 개발하였는데 폭망하고 말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갈팡질팡 하던 시기, 음식인문학이란 주제로 특강 요청이 들어왔다. 오랜만에 내가 공부했던 내용을 준비하다 보니, 너무 신이 나서 행복감을 느꼈다.
그때 갑자기 ‘나 이제 책을 써야겠다’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는 일을 하려면, 남도 음식인문학이란 주제로 책을 써야겠어. 책을 쓴 작가가 되면 나를 더 많이 찾을 거야.” 나의 생각은 바로 실행으로 옮겨졌고 브런치 작가가 되어 매주 글을 쓰고 있다.
전라남도 22개 시군을 차례대로 조사해서 글을 쓰려고 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정말 행복하다.
혼자 조용히 자료를 정리하고 나의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쓴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할 일이야?
나의 남도 음식인문학, 그 첫 번째 지역, 목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