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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한 기적, 나주배의 탄생과 매력

by 길가영 Dec 29. 2024

나주 하면 떠오르는 명물 중 하나가 ‘나주배’이다.


2024년 추석 무렵, 지인이 운영하는 나주과수원으로 초대를 받아 방문하였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나주배의 품종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인이 재배하고 있는 건 신고(新高) 배와 추황(秋黃) 배다.


신고배는 가장 널리 재배되는 품종인데 여기에 추황배 꽃가루를 수정시켜 재배를 한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과실 크기가 크고 당도가 높아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했다. 수확시기는 9월 중순부터 수확을 하는데 다음 해 구정 설까지 저장을 할 만큼 저장성이 좋다고 한다.


추황배 자체로도 재배를 하는데, 이 배는 너무 맛있어서 가족들만 먹는다고 했다.     


나주 과수원에서 나주배를 집에 가져와 먹어보았는데 역시, 다르다.


아삭한 식감이 지금까지 먹어본 배와는 차원이 다르고 달콤한 맛 또한 자연스러운 달콤함 그 잡채이다.     

아니, 나주에서 재배된 배가 이토록 맛있는 이유가 뭘까?


농산물은 토양과 물, 기후 조건이 매우 중요하다. 나주 지역은 평야지대로 높은 산이 없어 일조량이 풍부하고 영산강 유역의 비옥한 토양과 온화한 기후로 배를 재배하는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재배역사도 오래되어서 가장 맛있는 품종이나 재배기술을 통해 최적의 아삭함과 달콤함을 찾았을 거 같다.    


최초의 재배기록은 1454년에 편찬된 「세종실록지리지」의 나주목 편에 나주배가 토공물(土貢物)로 진상된 기록이 있고 1871년에 발간된 「호남읍지」와 또 1897년에 발간된 「금성읍지」에도 진상품으로 나주배의 기록이 있다.      


191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 마쯔후지 텐로쿠가 나주시 금천면에 만삼길 100주를 식재하면서 배 재배가 시작되었다.


일본인들이 수탈 목적으로 시작한 배 재배는 1913년 나주시 송월동 거주했던 이동규 씨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첫 과수원을 설립하여 재배하기 시작한 후, 점차적으로 재배 면적이 확대되었다.     


나주배의 우수성은 1929년 개최된 조선박람회에 이동규 씨가 나주배를 출품하여 동상 수상을 계기로 나주배가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1967년 대만 수출을 시작으로 최근 미국, 캐나다 등 미주지역과 동남아, 중동, 유럽지역에 수출되고 있다.


한편, 나주배를 재배하는 소작농인들의 삶은 매우 고단하다.     


나의 지인이 운영한 과수원에서 끝이 보이지 않은 배나무들을 보니, 일정한 간격으로 쭉 늘어져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너무 아름다워 보기만 해도 힐링이었지만, 정작 농사를 짓는 당사자는 너무 힘들어하셨다.     

 

사람을 쓰거나 전체 생산량을 농협에 넘기면 편하지만 남는 게 거의 없고 가족들이 재배하며 소비자 대상으로 직거래를 하면 이윤은 남지만,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 과수 농사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계셨다.


개인이 직접 직영을 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마케팅도 필수인데, 몸이 너무 힘들어 SNS를 할 염두나 의욕이 나지 않아, 본인이 정성스럽게 재배한 배를 홍보할 여력이 없으셨다.


배를 이용한 2차 가공식품 개발도 하고 싶지만, 혼자 농사짓기도 버거워 생각만 할 뿐이라고 하셨다.     

이런 어려움은 나의 지인만이 해당된 건 아닐 것이고 나주배 농가들의 고민이 비슷할 거 같다.


최근 고령화와 소득감소로 폐업하는 농가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나주 곳곳에 자생하고 있는 400~500년 된 토종 배나무들이 점점 방치되고 있음이 방증되고 있다.     


오랜 역사와 품질을 자랑하는 나주배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서는 소작농인을 지원해 주는 방안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문헌

나주시 홈페이지 https://www.naju.go.kr/www/introduction/products/naju_pear/intro

남도뉴스 https://www.mdilbo.com/detail/EqrgL9/63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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