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아시다시피, 연고전/고연전은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가 매년 벌이는 대학교 정기전으로, 주최교에 따라 연고전, 혹은 고연전으로 부른다.
잘은 모르지만, 제삼자의 입장에서 보면 연세대보다 고려대에서 이 명칭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2025년은 연세대학교에서 주최하는 "고연전"이 치러질 모양이다.
* 고려대 출신 온라인콘텐츠창작자 미미미누 때문이 아닐까 한다.
연고전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카이스트(KAIST)에도 포스텍(POSTECH)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대학교 정기전이 있다. 이 행사 역시, 주최교에 따라 카포전 또는 포카전이라 불리는데, 내부적으로는 각자 학교를 앞에 두고 쓰는 것 같다. 따라서, 여기서는 "카포전"이라 명명하는 걸로.
2024년 카포전은 포스텍에서 행사를 주최했으므로, 올해(2025년)는 카이스트에서 카포전이 개최될 예정이다.
카이스트의 가을은 카포전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을학기 시작과 동시에 카포전의 열기가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카포전은 보통 9월 중순쯤 개최되는데, 정식 명칭은 "KAIST-POSTECH 학생대제전"이고, 별칭은 "SCIENCE WAR"라고 불린다.
2002년부터 시작되어, 신종플루 확진자가 발생했던 2009년(전야제 하루 전 전면 취소), 코로나 19가 발생했던 2020년(사이버 이공계 학생교류전)*, 2021년(사이버 이공계 학생교류전)*을 제외하고 매년 치러져, 올해로(2025년) 제22회를 맞이하는 행사이다.
* 온라인으로 개최되면서 체육종목이 열리지 못함에 따라 역대 전적 계산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첫해(2002년)에는 축구, 농구, 야구, 스타크래프트, 해킹, 과학퀴즈, 여학생 줄넘기 종목으로 경기를 진행하였으나,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한동안 해마다 종목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변화를 겪었다. 그러다 2013년을 기점으로 7가지 종목으로 확정된 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중이다.
연고전/고연전의 종목이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축구 등 스포츠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카포전의 종목은 축구, 농구, 야구, LOL, 해킹, AI, 과학퀴즈 등 체력과 지식을 총 동원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으며, 7가지 종목으로 구성되어 있어 무승부를 허용하지 않는다.
각 종목별 선수는 대부분 담당(?) 동아리에서 차출된다.
카포전이 모든 동아리의 존재이유는 아니겠지만, 과학퀴즈와 인공지능 동아리 "Vlab"의 경우에는 카포전의 AI와 과학퀴즈 종목을 전문적으로 준비하는 동아리라는 썰이 있다.
2010년 후반부터 AI 종목에서 연이은 패배를 겪은 카이스트 학생들이 그 원인을 분석한 결과, 인공지능에 특화된 동아리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하여 2022년 Vlab 동아리를 만들었고, 그 덕분에 2022년부터 지금까지 AI와 과학퀴즈 분야를 석권하고 있다고 한다.
카포전의 주요 일정은 1박 2일로 예정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각 학교에서 전야제를 개최한 후 그다음 날부터 경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9월 중순의 어느 날, 목요일(전야제), 금요일, 토요일에 카포전이 치러진다고 할 수 있다.
2024년 포스텍에서 개최된 카포전(KAIST-POSTECH 학생대제전)을 바탕으로 일정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카포전 전날, 각 학교에서 전야제 겸 응원제가 펼쳐진다.
카이스트의 경우, 카이스트 본원 노천극장에서 주로 전야제가 개최되는데, 선수단 소개 및 동아리 공연*이 있고, 카이스트 응원단 엘카(ELKA)를 중심으로 한 전야제의 하이라이트, 응원제가 메인 행사로 개최된다.
* 2024년 전야제때는 모던락 밴드 동아리 "동틀 무렵", 스트릿댄스 동아리 "Iiiusion" 등의 공연이 있었다.
각 학교 전야제가 끝나면, 선수단, 스태프, 응원단, 교내 방송국*, 그 밖의 교류를 원하는 동아리들, 그리고 서포터즈들이 원정지역으로 떠난다.
2024년에는 포스텍에서 카포전이 열렸기 때문에, 카이스트 학생들이 포항으로 이동했다. 서포터즈로 따라갈 경우, 교통편, 숙소,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고 경기 직관의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학교 수업도 출석 인정을 해준다고 한다.
* 방송국 : 카이스트 방송국 VOK도 포항으로 내려가 원정경기를 실시간으로 중계해 주었다.
역대급으로 가장 많은 어웨이팀이 이동한 카포전은 포스텍에서 개최한 2010년이라고 하는데, 그 당시 카이스트 학생 약 600명 정도가 원정을 가는 바람에 포스텍에서 홈팀 응원 학생수가 적을까 봐 노심초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약 200여 명 정도를 서포터즈로 모집해 이동한 것 같다.
연고전/고연전과 같이, 카포전도 개막식과 더불어 합동 응원 공연을 한다.
푸른빛의 응원복을 입은 카이스트 응원단 엘카(ELKA)와 붉은빛의 응원복을 입은 포스텍 응원단 치어로(CHEERO)의 응원전은 서로를 공격(?)하는 디스곡*도 있긴 하지만, 응원전보다는 교류 응원 공연에 가깝다.
* 카이스트 ☞ 포스텍 디스 응원곡 : 개판공대
포항에 있는 공대~ 개판이야 ~ 그래 바로 너! 너! 너! 너! 너! 개판이야~
포항에 있는 공대~ 개판이야 ~ 그래 바로 너! 너! 너! 너! 너! 개판이야~
포항 최고 공대? 남자 최다 공대! 울 엄마가 말해~ 포스텍? 안돼!
부모님의 반대! 4년제 군대! 카이 짝퉁 잡대! 거긴 바로~
포항에 있는 공대~ 개판이야 ~ 그래 바로 너! 너! 너! 너! 너! 개판이야~
포항에 있는 공대~ 개판이야 ~ 그래 바로 너! 너! 너! 너! 너! 개판이야~
그래 바로 너! 너! 너! 너! 너! 개판이야~
* 포스텍 ☞ 카이스트 디스 응원곡 : 넙죽이 사냥
이제부터 우리가 사냥 간다 넙죽~이 구워 먹자 이제부터 우리가 사냥 간다 넙죽~이 구워 먹자
팔딱팔딱 (너!) 꾸리꾸리 (너!) 꼬질꼬질 (너!) 팔딱팔딱 (너!) 꾸리꾸리 (너!) 꼬질꼬질 (너!)
너! 너! 너! 너! 너! (너~!) (너~!)
눌러 눌러 버려라(쭉쭉쭉쭉쭉) 밟아 밟아 버려라(쭉쭉쭉쭉쭉)
도망가는 넙죽이(쭉쭉쭉쭉쭉) 사냥하러 가보자(쭉쭉쭉쭉쭉)
못생긴 대전공대(나나나나나) 꼬질이 대전공대(나나나나나)
못생긴 대전공대(나나나나나) 꼬질이 대전공대 잡아보자!
팔딱팔딱 (너!) 꾸리꾸리 (너!) 꼬질꼬질 (너!) 팔딱팔딱 (너!) 꾸리꾸리 (너!) 꼬질꼬질 (너!) 너~~!
응원하는 것만 보다 가사를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니...
좀 많이 당황스럽긴 한데, 이것 또한 그들의 문화고, 서로 즐기는 것 같으니 우린 그냥 지켜보는 걸로!
2024년 카포전을 보면, 1일 차에 축구, 해킹, AI, LOL 순서대로 경기가 진행되었고, 2일 차에는 야구, 과학퀴즈, 농구 순으로 경기가 치러졌다. 교내 방송국들이 실시간으로 중계를 해줬는데, 축구, 야구, 농구는 응원단까지 합세해서 응원이 펼쳐졌고, 나머지 경기들은 서포터즈들이 관람(?)하는 식으로 응원이 진행되었다. 다만, 둘째 날에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야구 경기 장소가 변경되고 응원이 취소되는 등의 이슈가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경기는 실내에서 하는 마지막 경기인 농구*인 것 같고, AI, 해킹, LOL, 과학퀴즈는 솔직히 뭘 하는지 이해가 잘 되질 않았다. 그들만의 리그인 듯.
* 농구 경기 하프타임에 카이스트 응원단 엘카와 포스텍 응원단 치어로의 치어리딩 무대가 있는데, 볼만한 것 같다. ^^
지금까지의 경기 전적은 12:9.
2022년 이후 3년 연속 카이스트가 6:1로 완승 중인데, 학부생 인원수 차이가 2배 이상 나기 때문에 포스텍이 지고 있다는 변명(?)이 들리고 있단다.
1일 차에도 교류 공연이 있지만, 폐막식 때도 각 학교 동아리들의 공연이 마련되어 있다. 초대가수도 와서 카포전의 폐막을 축하해 주는데, 2023년에는 기리보이, 2024년에는 제네 더 질라와 유다빈밴드가 왔다고 한다.(누군지 모르겠다. ㅠㅠ)
폐막식의 경우, 항상 홈팀보다 원정단 인원이 많다는 속설이 있는데, 아무래도 홈팀은 일정이 끝났다 싶어 일찍 귀가를 해서 그렇지 않을까 한다.
울 아들은 카이스트 응원단 엘카(ELKA) 활동으로 인해 카포전을 정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2021년 입학당시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사이버 이공계 학생교류전을 하는 바람에, 응원전을 영상으로 찍고 말았지만, 2022년은 포스텍, 2023년은 카이스트 본원에서 제대로 된 응원전을 펼쳤다. 2024년에는 4학년이다 보니, 3학년이 주축이 되는 엘카 응원단의 스태프로 참여해 후배들의 응원을 뒤에서 도왔던 것 같다. 정말 4년 내내, 카이스트의 가을학기를 카포전으로 시작해서, "승리"에 취해 있었던 것 같다.
역대 카포전 중에는 선을 넘는 비방으로 "싸움"을 했다는 전설(?)의 해도 있었다고 하는데, 내가 본 관찰자 시점의 카포전은 카이스트와 포스텍 학생들의 건전한 교류의 장이었다.
물론, 포스텍에서는 카이스트를 "대전공대"라 부르고, 카이스트에서는 이름 때문에 "포카리스웨트"를 먹지 않는다는 등의 팽팽한 신경전이 있긴 했지만, 카포전 행사를 잘 치르기 위해 주최 측뿐만 아니라 원정팀 스태프들도 행사 내내 구슬땀을 흘리는 걸 봤다.
선수들, 응원단, 스태프, 서포터즈, 방송국, 홍보단, 동아리 등 정말 많은 학생들이 준비하고 운영하는 행사인만큼 이 전통이 오래도록 계속되면 좋겠다.
또한, 연고전만큼 유명해지면 좋겠다.
메인 사진 출처 : https://times.kaist.ac.kr/news/articleView.html?idxno=21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