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에 대한 단편
『달려라, 아비』는 김애란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으로,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이 책에서 김애란은 20대의 언어로 30대의 무게를 말하고,
개인의 삶과 시대의 공기를 유머와 슬픔이 뒤섞인 문체로 섬세하게 포착한다.
표제작 「달려라, 아비」는 부재하거나 침묵해온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화해의 가능성을 다루며,
그 밖의 작품들도 ‘가족’, ‘청춘’, ‘사회적 불안정성’ 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하면서도,
경쾌하면서도 뼈아픈 서사를 완성해낸다.
김애란 특유의 생동감 있는 문장, 일상적인 순간에서 번뜩이는 감정의 결,
그리고 젊은 세대의 삶에 대한 진정성 있는 시선이 잘 드러난 작품집이다.
작품 스타일
김애란 소설가는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작가다. 그녀의 작품은 20~30대 젊은 세대의 삶과 감정, 사회적 현실을 경쾌하면서도 날카롭게 그려낸다. 현실의 무게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으며, 인물들의 내면에 조용히 스며드는 슬픔과 외로움을 진실하게 담아내는 점이 특징이다.
또한 김애란의 문장은 속도감 있으면서도 감각적이고 서정적이다. 변화하는 한국 사회에서 젊은 세대가 겪는 불안, 사랑, 가족의 의미 등을 구체적이고 생생한 이야기로 풀어내며 독자의 공감을 이끈다. 일상의 디테일 속에 숨어 있는 감정의 파동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그녀의 시선은 많은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곤 한다.
수록작 中 [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 감상
은은한 쓰임새, 아메리카노 같은 소설
이 소설은 사실 어떤 분석을 하기보다는 감상에 치중하고 싶은 소설이었다. 가볍게 읽은 탓도 있지만, 가볍게 읽게 만든 작가의 탓도 있었다. 허나 그것이 누구의 ‘탓’이라고 하기에는 긍정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많은 소설이다. 가볍게 즐길 수 있지만, 약간은 쓰린 맛도 있는 아메리카 한 잔 같은 소설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동화적 장면, 순진한 화자
이 소설은 아이와 아버지의 대화가 주를 이루는 소설이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는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화자를 어떻게 나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아이는 아버지의 거짓말로 인하여 죽지 않으려고 잠들지 않는, 그래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으려는 순진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 소설이 화자는 아버지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 갈만큼, 딱 그만큼의 어린 화자이다. 그래서인지 동화적인 느낌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예를 들면 “내 발꿈치를 따라오는 하나의 환한 빛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제 막 아비를 따라 비행을 나서는 한 마리 반디 같다고 했을지도 몰랐다.”라는 표현과 “순간 아버지의 머리 위로 수천 개의 비눗방울들이 한꺼번에 올라온다. 나폴나폴, 우주로 방사되는 아버지의 꿈” 같은 표현이 그러했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현실적이면서도 동화 같은 이야기도 함께 진행된다. 또한 그것이 어린 ‘나’와 맞물리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실 이런 분위기가 소설을 무겁지 않게 진행시키는 요인이었다고 판단된다.
결핍과 그리움, 가벼움 속 무게
아버지는 계속해서 거짓 아닌 거짓말을 반복하고. 그것은 화자에게 꿈 같이 진실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화자는 그 꿈과 만나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은연 속으로 어머니와 접촉하고픈 심리를 드러낸다. 이 소설이 완전히 가벼워질 수 없는 요소를 삽입한 것이다. 결핍과 그리움의 문제. 이것이 이 소설의 주제이기에 아무리 대화체가 많이 활용되고, 동화 같은 표현을 활용했어도 힘을 잃지 않고 서 있는 듯하다. 또한 이 소설이 속독력을 가지면서도 의미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감각적인 문장, 잘 활용한 일상적 대사 덕분에, 그런 작가의 기본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본다. 어쩌면 가벼운 연애소설 같기도 한 이 소설이 그냥 완전히 가볍게 넘어가기 어려운 소설이 된 것은 작가의 방식으로 의미 있는 소품과 이미지, 설정을 잘 구성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적 사랑, 환상의 서사
또한 “아버지의 반짝이는 씨앗들이 고독한 우주로 멀리멀리 방사되었을 때 네가 태어났고, 나머지 자식들은 세계 어딘가에 씨앗처럼 뿌려졌다”라는 부분에서는 개인의 사랑을 우주적 발현으로 승화시키는 재치도 돋보였다고 판단했다.
꿈과 진실 사이에서의 연민
전체적으로 이 소설 속 아버지의 말은 아이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 아이는 아버지의 거짓 같은 거짓말조차도 끌어안고 싶은 욕구를 가진다. 어머니가 부재한 그 공간에는 어머니가 나오는 꿈을 재생시키면서 유지하고픈 아이의 심리가 안타깝게 묘사되고 있다. 위에 말했듯 이 소설이 가볍게만 읽히지 않는 이유이다. 감상평으로는 “깊게 생각해보고 싶지도 않은 은은한 작은 미소가 번지면서도 어떤 연민이 느껴지는 분위기 좋은 소설이었다.”고 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