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에 대한 단편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김숨의 네 번째 소설집 『국수』.
현대문학상 수상작 『그 밤의 경숙』을 비롯한 9편의 작품을 엮은 이 소설집에서
김숨은 ‘가족’이라는 관계와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그 불편함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마주하고자 한다.
『옥천 가는 날』은 그러한 김숨 문학의 태도가 응축된 작품이다.
작품 스타일
김숨은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0년대 후반 등단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 소설가이다.
그녀의 작품은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인물들,
특히 여성과 가족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전통적 가족 구조와 변화하는 사회적 가치 사이의 균열,
그리고 그 틈에서 고군분투하는 개인의 고통과 침묵, 목소리를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것이
김숨 소설의 중심이다.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의미를 가질 때,
김숨은 그 침묵 속을 뚫고 나오는 단단하고도 조용한 문장으로
우리 사회가 쉽게 지나치는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을 묵직하게 끌어올리려 한다.
수록작 中 [옥천 가는 날] 감상
일상에서 끌어낸 단절의 이야기
사실 김숨의 소설 ‘옥천 가는 날’에서는 어쩌면 굉장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큰 사건들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느껴지는 단절과 소통의 이야기 말이다. 이 작품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통해서 주제를 하나의 포커스로 맞춘다. 하지만 그 주제도 사실 그리 명확하지 않다. 관계를 통해서 주제를 보이듯, 결국 이 소설의 주제는 관계가 아닐까 싶다. 부모와 자식, 고향과 인간.
소설적 장치로서의 ‘죽은 어머니’
이 소설에서 유일하게 소설적인 장치로 활용되는 것은 설정이다. 죽은 어머니를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죽은 어머니와 대화하는 듯한, 어머니가 살아 있는 듯한 늬앙스가 이 소설이 가장 소설적으로 보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설정 이외에는 그다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없다. 왜 굳이 옥천인가. 옥천이란 공간의 특수성이 결여되어 있다. 철저히 평범한 고향으로 그려낸 것을 보면 작가가 마음을 먹고, 평범한 리얼리티를 그려내려 한 듯하지만, 왜 굳이 옥천이고, 옥천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사실 옥천이어도 상관 없지만, 소설 전반에 옥천, 옥천, 옥천, 옥천. 수없이 반복되는 옥천이라는 단어가 단 한 번이라도 옥천답게 다가오는 부분이 없어 감흥이 없었다.
지나치게 평범한 대화와 흐름
또한 이 소설은 거의 대화로만 이끄는 소설인데, 대화가 그다지 극적이지 못하고 자극히 평범해서 감흥이 없었다. 아침 드라마의 한 대목이나, 지루한 단편극에서 볼 듯한 대화는 지나치게 일상적인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밑줄을 쳐가며 메모할 부분이 거의 없었다. 그 결과 속독할 수 있었지만, 이런 속독이 '가독성' 있는 소설이라고 포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호하게 배치된 상징들
상징은 크게 옥천과 금붕어, 어머니와 금붕어, 옥천과 어머니라고 할 수 있는데, 분명 연결고리가 있을 텐데 모호하고, 상징이 너무나 소설 밖으로 튀어나온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감흥 없는 감정의 흐름
이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느낀 가장 큰 문제는 이 소설의 주제가 누구나 공감하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감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작가가 지극히 일상적인 것으로 잔잔한 감동을 원했다면 상관 없겠지만, 개인적인 감상은 이러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일단 이 소설의 미학적, 서사적 감동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대화 도중 크게 울리는 부분이 없어서인 듯하다. 수상집의 평론 중에 이 소설을 두고 일상적인 장면이 오싹하고, 기이한 감흥이 있다고 하는데, 김숨 작가의 이번 소설만을 두고 말하자면 오싹하거나 기이하거나 심지어 감흥이 느껴진 부분은 전혀 없었다. 설정이 약간은 그로테스크하다고 할 수 있으나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과 설정은 사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차가 구급차인 것을 안 순간 감흥을 잃고 말았다.
재독의 의지를 남기지 않는 이야기
그래서 결국은 이 소설이 굳이 다시 읽어보고 싶은 소설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즉 두 번 재생하고 싶은 장면들은 아니다. 이런 확신을 가지고 싶지는 않은데, 다음에 읽어도, 내가 비슷한 상황을 겪고 난 후라고 해도 이 소설에는 큰 감동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이 작가의 역량이 본격 담아내지 못한 아쉬운 작품.
그의 소설답지 않게 주제에 서술이 따라가지 못한 특이한 결점을 느낀 작품이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