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창작시] 바다가 남긴 것

by 오로지오롯이

- 바다가 남긴 것-


바다는 배를 삼키고

난파선은 피난처가 된다

파도가 등대의 허리를 휘감고

혈류가 썩는다


심해의 쇼핑 카트가 해조류를 감았다.

그곳에 들어가 있는 납 먹은 썩은 게 한 마리

죽은 조개껍데기에 숨은 물고기

꼬리에 눈이 있다


염전에서 알을 까고 나온 자라

독수리의 아침 식사가 된다

무른 등껍질을 과자마냥 부숴먹는 부리에 채인다

드디어 자라가 바다의 검은 한 점이 된다


뱀 같이 꼬인 이 노란

삭은 밧줄은 지하의 끈이다

누구를 목조였던

멸종된 철갑상어의 꼬리를 잘라냈던


이름 모를 해저 동굴

마지막 인류의 최후의 만찬

녹은 코펠에 끓이는

유통기한 지난 납 꽃게라면


북극 탐험가 난센과

바다표범잡이선 바이킹호는 유빙대에 갇혔고

그들은 여지껏

해저에서 썩은 해초만 뜯어먹고 있다


85108_65230_930.jpg


keyword
이전 07화[창작시] 불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