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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Feb 09. 2020

나이가 든다는 건(2)-의연해진다는 것

* 의연하다 : 전과 다름이 없다. 의지가 굳세어서 끄떡없다.


많지 않은 일들을 겪으며 길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적은 없었으나 눈물 날만큼 힘들고 속상한 일들은 있었고, 일확천금의 행운을 거머쥔 적은 없었으나, 배가 아프도록 웃을 만큼 즐겁고 행복한 일들은 많았던 것 같다. 사실 남들보다는 순탄하게 살아왔다라고 자평할 수 있을 만큼, 큰 위기 없이 평범하게 살아왔던 것 같다.


물론 동요되는 일이 없지는 않았다. 대학교 입학 포기를 고민했던  시기도 있었고, 본의 아니게 입대를 두 번이나 하기도 했으며, 어렵게 입사한 회사를 눈물을 머금고 퇴사하는 일도 있었다. 반면 너무나 기쁘고 가슴 뿌듯한 일들 역시 있었다. 다시는 어려울 것 같았던 취업의 문턱을 넘어서서 과연 이번에는 얼마나 더 다닐 수 있을까 걱정하면서 어느샌가 입사 12년을 바라보고 있고, 어떻게 이런 사람이 있을까 놀라울 만큼 잘 맞는 사람과 한집에서 살게 되었으며, 조금 낡았지만 앞으로의 삶을 걱정 없이 살게 해 줄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살아오는 동안, 점점 나이를 들어가는 동안 삶을 살아가는 태도 또한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삶을 살아가는 태도가 좀 더 노련해지고 좀 더 능숙해져가고 있음을 느낀다. 속상하고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을 무장해가고 있으며, 기쁘고 행복한 일이 있더라도 구름 위에 떠있는 것처럼 마냥 붕 떠있는 기분으로만 살아가는 것을 절제할 수 있는 마음가짐도 갖춰나가고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몸소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해야 할까. 슬프고 힘든 일이 있어도 언제까지나 슬프고 힘들 수만 없으니 마음을 가다듬고 용기를 내어 마치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는 연습을 하며, 기쁘고 행복한 일이 있어도 이 기쁨과 행복이 언제까지나 마냥 지속되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당장의 기쁨과 행복에 취하기보다는 좀 더 멀리 바라보고 다음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연습을 하면서 말이다.  


과거와는 달리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슬픈 일이 없었고 기쁜 일이 없었던 것처럼 전과 다름없이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의연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쉽게 동요하지 않고, 동요하더라도 금세 제자리로 돌아와 어제와 변함없이 내가 있던 삶의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나가고 있다. 철이 없을 때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속상해했었으나, 나이가 들고 조금 더 성숙해짐으로써 화를 내는 것은 살아가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음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너무나 바쁘고 힘든 상황도 지나고 나면 추억으로 남게 될 것이라는 믿음 하에 숨 고르기 한 번 하고 이 상황을 빨리 마무리해보자라고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기쁜 일이 생겼을 때 하루 종일 들떠 있었다면 이제는 이 기쁨이 지속될 수 있도록, 더 큰 기쁨을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라는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너무 차갑고 너무 이성적이기만 한 삶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울 때도 있으나, 아마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이 남았을 것으로 여겨지고  어떠한 어려움이 닥칠지 모르기에, 한해두해 나이가 들어갈지수록 더욱 성숙해지고 더욱 의연한 모습의 내가 되고자 노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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