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방인 Oct 12. 2020

뉴턴의 운동 제1법칙 - 관성의 법칙

* 관성의 법칙 : 뉴턴의 운동법칙 중 제1법칙으로써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모든 물체는 자기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성질(네이버 지식백과 사전 인용)


학창 시절 과학시간에 배웠던 내용 중 “관성의 법칙”이란 것이 있었다. 현재 자기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성질을 가리키는 말로써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 움직이려고 하고, 가만있는 물체는 계속 가만히 있으려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관성의 법칙은 과학의 영역에서 적용되는 법칙이다. 인문학에서, 혹은 심리학에서 쓰이는 법칙이 아니다. 또한 물체에 적용되는 법칙이지 생물에 적용되는 법칙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게도 관성의 법칙을 적용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쉬고 싶을 때 계속 쉬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아무리 숙면을 취했더라도 계속 누워있고 싶고 아침에 일어나기 싫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오랜 연휴 끝에는 계속 쉬는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출근하기 싫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처해지면 너무나 어색하고 적응하기가 어려운 게 사람이다. 그래서 아무리 즐거운 변화일지라도 그 안에서 조금씩 스트레스가 쌓이고 변화 이전의 생활이 익숙했다라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게 사람이다. 즐겁지 않은 변화는 말할 것도 없다. 군입대는 최대한 미루고 싶고, 등교와 출근도 시간에 맞추어  최대한 미루고 싶다. 지금 상황과 생활이 조금은 힘들고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생활이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기에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일은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앞일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일도 선뜻 손이 가지 않고 변화를 시도하고 싶지 않은데, 예측하기 어려운 일에 마음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더더욱 어렵다. 주식을 할 때의 마음도 생각해보면 오늘 올랐던 주식은 내일도 오를 것만 같고, 오늘 떨어지는 주식은 내일도 떨어질 것만 같이 느껴져 주식투자를 성공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집값이 오를까 떨어질까 예측하는 일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전세가 만료되는 시점에서도 빚을 내어 과감하게 집을 사거나 다른 지역의 전셋집을 알아보기보다는 보증금을 조금 올려주더라도 전세를 연장하는 편을 택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을 한번 좋아하게 되면 자꾸만 생각나고 더욱더 좋아지곤 한다. 그러다가 좋아하던 사람에게 실망을 하게 되고 다투게 되어 미워하는 마음이 생긴다 하더라도  좋아했던 마음은 한 번에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좋았던 옛날 생각이 나기도 한다. 한번 좋아하던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만 싶은 게 사람이다. 다른 친구에게, 혹은 지인에게 이러한 마음을 털어놓아보지만 털어놓았다는 후련함은 있을지언정 마음속에 남아있는 좋아하는 마음은 왠지 모르게  후련히 사라지지가 않는다.


의견이 맞지 않아 크게 싸웠던 사람과 화해하는 일도 너무나 어렵다. 이미 마음속에 저 사람은 나와 맞지 않고 나와 크게 싸웠다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기에 다음에 그 사람을 보더라도 반가운 마음보다는 싫어하는 마음이 앞서게 된다. 혹여나 상대방이 사과를 하더라도 왠지 모를 찝찝함과 어색함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가 않는다. 흔히 ‘뒤끝있다’라는 말로 통용되는 이러한 사람의 감정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미워하던 마음은 관성을 가지고 있어 계속 미워하려는 성질을 발현하려고 하기기 때문이다.


가족을 떠나보낸 슬픔과 아쉬움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직도 내 옆에 살아 숨 쉴 것만 같고 나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을 것만 같은데, 이제는 영영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좀처럼 와 닿지가 않고 이해하기가 어렵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너무나 익숙하고 영원할 것만 같았지만 그렇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후회만이 남을 뿐이다. 지나고 나서야 좀 더 잘해드릴걸, 좀 더 자주 찾아뵐 걸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기도 한다. 부모 자식의 연으로 맺어진 사이는 살아있는 순간뿐만 아니라 돌아가시고 난 후에도 마음속에 남아 있어 너무나도 강력한 관성으로 작용하게 된다.


한번 좋아했던 마음, 한번 미워했던 마음을 변화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간혹 변화를 즐기는 사람도 있기야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변화에 어색해한다. 이성적인 판단과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마음을 변화시키지 않는 게 아니라 본능적이고 감성적으로 마음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억지로 변화하려고 할 때는 곤란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마음과 싫어하는 마음은 본능을 잠시 숨겨두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고 변화가 필요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때까지 계속 싫어했기 때문에 관성에 따라 계속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왜 싫어하게 되었는지, 싫어하던 이유가 지금도 존재하는지, 상대방은 변화가 있었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관성이라는 성질 그 자체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에 적용되는 관성은 바람직할 때와 바람직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는 있겠다.









.

이전 11화 “화”에 대한 고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