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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Jan 16. 2020

급한 게 먼저일까 중요한 게 먼저일까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늘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 일을 하러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일이 너무 많을 때는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이다. 더욱더 힘든 일은 뭐가 그리 급한지 이해가 안 됨에도 불구하고 급한 일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사실 나 스스로 급하다고 느끼기보다는 관리자의 지시에 의해 급한 일이라고 강요당하는 경우가 많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기에, 급한 일이니 빨리 결과를 가져오라고 닦달하기에 모든 일을 만사 제쳐 놓고 급하다라고 강요당하는 일을 먼저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내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급한 일들도 충분히 많이 있다. 내일 중요한 회의가 있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어서 회의 준비를 단시간 내에 해야 된다라던가,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인데 준비할 시간이 얼마 주어지지 않는다던가 하는 일 등 말이다. 왜 급한지 이해가 되든, 안되든 회사에서는 늘 처리해야 할 급한 일들이 산적해 있다.


반면에 중요한 일도 있다. 큰 계약을 성사시켜야 되는 일이라던가, 고위급의 인사가 회사를 방문하게 되는 일이라던가, 예산이 많이 투입된 일이라던가, 파급효과가 큰 규정을 개정해야 하는 일 등 말이다. 중요한 일이기에 많이 고민해야 하고, 많이 생각해야 하며 다양한 각도에서 검토가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주로 중요한 일들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이제 문제가 발생한다. 급한 일도 있고, 중요한 일들도 늘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아니, 급한 일만 있고 중요한 일만 있으랴. 심지어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지만 안 할 수도 없는 일도 산적해 있다. 일단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 않지만 해야 할 일들은 언젠가는 하리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잠깐 생각의 저편으로 넘기기로 해본다. 급한 일과 중요한 일 중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VS 놀이는 언제나 재밌다.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생각들을 해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짜장면 VS 짬뽕, 따뜻한 아메리카노 VS  아이스 아메리카노, 승용차 VS SUV 등.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가정하고 내가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 때 내가 가장 만족하게 될 것인가 생각해 보는 일은 즐겁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그렇지가 못하다. 급한 일 VS 중요한 일. 무엇을 먼저 하든  나머지 일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은 일하는 거 자체는 그리 재밌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다라는 불편한 진실 때문이겠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  PC 앞에 앉아 있는 나는 나에게 주어진 근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일의 능률도 올라가고 퇴근도 빨리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이 두 가지 동시에 있을 때 무슨 파일을 열어서 작업을 할 것인지를 지금 당장 선택해야만 한다.


당연하게도 빨리 해야 되는 일이기 때문에 “급한 일”이다. 지금 당장 해야 되는 일이기 때문에 “급한 일”이다. 결과가 빨리 나와야 되는 일이기 때문에 “급한 일”이다. 당연하게도 급한 일을 먼저 하게 되고, 해야 되고,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 결과 눈 앞에 닥친 급한 일을 자연스럽게 먼저 처리하게 되면서부터, 중요한 일은 뒷전으로 미뤄지기 시작한다. 중요하긴 하지만 당장 가져오라는 지시는 아직까지 없고, 중요하긴 하지만 이번 달 말까지 하면 되는 일이기에 기한이 좀 남은 거 같다. 그래. 지금 급한 거 빨리 처리하고, 중요한 일부터 하자라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급한 일을 붙잡고 있다.


그런데 웬걸, 급한 일을 처리하고 났더니 다른 급한 일이 또 생겼다. 그래서 또다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새롭게 생겨난 급한 일을 처리하게 된다. 끝냈으면 다행이다. 그런데 또 생겨나버린 급한 일. 이제는 나는 의식이라는 거 자체가 없는 사람이다. 본능에 따라 급한 일에 손을 대고야 만다. 그러다 보니 어느샌가 중요한 일은 뒷전으로 미뤄져버리고 만다.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 자체는 분명히 하지만 일단 눈앞에 닥친 일을 해야만 할 것 같고,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져버렸다. 그러다 보니, 기한이 넉넉하게 주어졌던 중요한 일을 하지 못한 채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가버려 중요한 일의 마무리 시한이 다가와버렸다. 이제는 중요하고도 급한 일이 돼버렸다. 급한 일인지, 중요한 일인지 이제는 이분법적인 잣대로 인해 판단 자체가 불가능하게 돼버렸다. 중요한데 심지어 급하다. 중요한지만 알았지 급한 일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일이다. 결론은 망해버렸다.


눈 앞에서만 벌어지는 급한 일들로 인해서 정작 우리는 무엇이 중요한지 잊어버리며 살고 있다. 바쁜 회사일들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챙기는 일, 바쁜 회사일들로 인해 내 건강을 돌보는 일, 바쁜 회사일들로 인해 우리 자녀들의 미래를 고민하는 일, 바쁜 회사일들로 인해 10년 후의 나의 미래를 고민하는 일. 너무나도 중요하고 너무나도 많은 고민을 하고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일들이 뒷전으로 미뤄지고만 있는 것이다.


그뿐이랴. 급한 일들이 무엇이고, 중요한 일들이 무엇인지 생각하느라  급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들은  찬밥 취급을 당하고 있다. 나를 도와줬던 사람에게 시간을 내어 고맙다고 마음을 표현하는 일,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자료 하나 보내주는 일, 친구의 생일에 축하한다고 문자 하나 보내는 일, 부모님께 안부전화드리는 일 등 말이다.


급한 일들을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야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급한 일들만 생각하느라 중요한 일, 소중한 일들을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게만 느껴진다. 급한 일이 끝나고 돌아봤을 때 마음속으로만 생각했던,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할 일은 해야 한다. 할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망중한이라고 했던가. 바쁜 중에 잠시만 짬을 한 번 내 보는 것이 좋겠다.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불어 무엇을 하고 싶은지 한번 생각해보면서 사는 삶이 더 보람되고 더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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