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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칠칠 Jan 17. 2021

여기 면발이 그렇게 쫄깃하다며?
교토 맛집 나다이 오멘

은각사 옆에 있어서 위치도 착한 냉우동 맛집


    인스타에 교토에 갈 거라고 그렇게 동네방네 자랑을 했는데, 그 스토리 답장으로 사촌 언니가 맛집을 하나 추천해줬다.


바로 교토 은각사 나다이 오멘 은각사 본점이다!


    이름이 길다면 나다이 오멘이라고만 알아도 될 것 같다.


    소스에 찍어 먹는 냉우동으로 유명한 곳이라는데, 과연 맛집이라는 유명세답게 오픈 1시간이 지난 자정이어도 내 앞에 5-6팀이 긴 줄을 세워 대기 중이었다. 그래도 내부에 들어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은 걸 보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식당 크기가 꽤 컸던 것 같다.


    기다리는 동안 종업원이 나와 인원수와 메뉴판을 주고 입구에 다다르면 메뉴를 먼저 주문받는 순서라서 자리에 앉으면 거의 바로 주문한 메뉴가 나와 먹을 수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도 1시간이라고 안내받았지만 혼자 가서 그런지 30분 만에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내가 선택한 메뉴는 영어 메뉴판에서는 ‘Pork Bowl Set’였다. 찍어 먹는 냉우동 세트에 부타동이 추가된 구성이었다. 1750엔이었고 사이즈 업은 100엔을 추가하면 가능하다.


    냉우동 세트만 먹으려고 했지만 막상 메뉴판을 받으니 더 먹어보고 싶은 게 욕심이었다. 사실 고민한 메뉴가 한 가지 더 있었는데, 고등어 초밥이 나오는 냉우동 세트였다. 아무래도 교토에 도착한 첫날에 먹은 회전초밥 가게에서 고등어 초밥을 먹어보지 못한 게 아쉬웠던 탓이다. 하지만 집에서 열심히 봤던 미스터 초밥왕에서 고등어 초밥이 맛있기는 어렵고 했고 여기는 냉우동으로 유명한 곳이니까 그나마 실패가 덜 할 부타동 세트를 골랐다. 누군가 고등어 초밥 세트를 먹었다면 그 감상을 꼭 듣고 싶다!



    고민 끝에 부타동 세트를 시켰고 자리에 앉자 차가운 손수건과 물, 그리고 일회용 젓가락이 나왔다. 일본 드라마에서 많이 봤는데 일본 식당에서는 일회용 젓가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우리나라 식당에서 철제 젓가락을 많이 쓰는 것처럼 말이다. 옆 나라지만 작은 식기구에서도 보이는 차이점이다.



    아무튼 손수건으로 손을 닦고 얼마 기다리지 않아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기본 반찬 구성과 보기만 해도 쫄깃해 보이는 면발, 찍어 먹을 수 있는 소스와 부타동까지. 맨 왼쪽 상단에 담긴 것은 부타동 위에 올리는 깨였다.


    사진으로 보면 1인분으로 적당해 보일 수 있지만, 양이 정말 많았다! 괜히 2만 원 가까운 금액을 받는 게 아니었다. 일반 냉우동 세트도 1150엔이라는 가격인 만큼 1.5인분 정도의 양인데 거기에 0.5인분 정도 양인 부타동까지 추가됐으니 2인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일단 냉우동부터 소스에 듬뿍 찍어 먹어본 소감은 확실히 독보적이고 쉽게 만날 수 없는 쫄깃함이다. 보통 소스 맛부터 느끼고 그다음에 면발이 느껴질 텐데 이곳의 냉우동 면발은 그 순서를 바꿀 정도로 남달랐다. 면이 지나치게 쫀득하면 잘 못 만든 떡처럼 밀가루 알갱이가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미묘한 정도를 잘 잡아내 면발이 떡처럼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떡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쫄깃함도 갖고 있었다. 아무리 활자로 열심히 설명해도 한 입으로 느껴지는 감상만 못 하니 교토에 갔다면 부디 이곳의 냉우동을 먹어 봤으면 한다.


    소스의 경우 짜고 단 걸 잘 먹는 나에게도 조금 짠 정도였는데, 단순히 짜기만 한 게 아니었고 약간의 감칠맛도 느껴졌다. 소스에서 무언가 특별함을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면발이 너무 독보적이라 오히려 가려진 건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소스에도 면발 같은 남다름을 기대했다가는 실망할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린다.


    기본 절임 반찬과 담겨 나오는 우엉은 본인 취향에 맞게 우동 소스에 담가 먹으면 된다. 두 반찬 모두 간이 그렇게 세지 않은, 슴슴한 맛이라서 아삭하게 씹는 맛으로 먹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우엉을 더 많이 먹는 것 같던데, 나는 오히려 기본 반찬을 더 맛있게 먹었다. 우엉에 짠맛이 양념돼 있어 담백한 기본 반찬이 더 맛있었다.


    그리고 세트로 시킨 부타동!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냥 텐뿌라 세트를 시킬 걸 그랬다. 부타동이 맛은 있었는데, 맛있다를 느끼기 위해 먹은 부타동 소스가 너무 짰다. 소스도 짜고 우엉도 조금 짜고 부타동 소스까지 짠, 이 소금 삼위일체를 참아내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렇지만 밥도 맛있었고 돼지고기 두께도 꽤 두툼한지라 시킨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걸 두 명이서 먹었다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만 같다. 혼자라면 텐뿌라 세트를 추천한다.


    그렇게 냉우동과 부타동, 그리고 기본 반찬도 야금야금 먹어 거의 다 먹은 나는 계산을 마친 뒤에 은각사 옆 운하가 안내하는 ‘철학의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천천히 걸어 부른 배도 쉬게 할 겸, 나의 벚꽃 여행을 다시 시작할 겸 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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