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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Jul 14. 2024

물 위에 두둥실 떠볼까

흐름에 내맡기기



   물속에서 발버둥을 치면 몸이 저 밑으로 꼬르르륵 가라앉는다. 그럴 때 힘을 빼고 가만히 있으면 두둥실 떠오른다. 무엇인가를 할 필요가 없다. 쓸데없이 힘이 들어가면 몸은 물속에 가라앉는다.


사실 무엇이든 힘을 빼는 게 가장 어렵다. 수영을 배울 때도 그렇지 않나. 이 무서워서 또는 나를 믿지 못해 자꾸만 가라앉는다. 힘을 뺀다는 것은 물에 나를 내맡긴다는 것. 나도 상황도 그저 흘러가는 대로 놓아야만 한다. 


'물이 귀에 들어가는 게 싫어', '물에 빠지면 어쩌지?'등 온갖 생각을 멈추고 물을 받아들여 보자. 물과 싸우고 의심하고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물에 나를 놓아두는 것이다. 편안한 마음을 가지면 두려움은 조금씩 사라진다.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삶과 싸우고 투쟁하면 힘이 들고 고통스럽다. 회피하고 거부하는 마음은 나를 움츠려 들게 하고 싸우려는 마음은 과한 힘을 들게 한다. 강물을 거스르듯 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에너지가 몇 배로 더 드는 일이다. 무언가 억지로 할 때 힘에 겹 쉽게 지친다.


  어떻게 하면 나를 삶에 온전히 내맡길 수 있을까? 매 순간 드는 감정과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면 잠시 멈춰서 보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한 번 받아들여보자. 순간적으로 드는 호불호는 잠시 옆에 놓아두고  삶이 흘러가는 대로 가보는 거다. 나라고 생각하고 매 순간 재단하고 판단하는 에고를 벗어나 보는 거다.


내면의 저항을 그저 내려놓고
삶의 흐름에 나를 맡긴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마이클 A. 싱어-

  그날의 날씨에 나를 두어보자. 비가 오면 비를 피하고 우산을 쓰듯이 비와 싸울 필요는 없다. 그러다 날이 좋아지면 밖으로 나가하고 싶던 것을 하자. 굳이 비 오고 궂은 날 비를 맞으며 무언가 힘들게 할 필요는 전혀 없다.


  내맡보면 쩌면 내가 그토록 가고자 했던 그곳으로 파도를 타듯 자연스럽게 날 보내줄지 모른다. 애써 수영을 하고 배의 노를 젓는 것보다 더 쉽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을 지 모른다.  삶의 흐름을 한 번 믿어보는 거다.


  나는 내맡기기 수행이 실제로는 확연히 구별되는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첫째, 가슴과 머리에서 형성되는 호불호 반응을 내려놓는다.
둘째, 그렇게 얻어진 명료한 시선으로 내 앞에 펼쳐지고 있는 상황을 바라봄으로써 삶이 내게 무엇을 요청하는지를 본다.


-마이클 A. 싱어, 될 일은 된다-




매주 일요일, 마음에 관한 글을 씁니다.

아팠고 괴로웠던 순간은 어쩌면 저를 깊어지게 했는지 모릅니다.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기억도 결국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마음에 관한 책을 읽고 시도해보고 또 시도해봅니다. 그러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담아보고 싶어졌습니다. 저같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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