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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단골가게

(다시) 금주일기

by 김시월

자주 찾아가던 가게가 있었다. 버스로 가면 20분, 걸어가면 4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원래 더 가까이 있었는데 그 자리가 좋았는지 프랜차이즈 가게에 팔고 조금 더 멀어진, 그렇지만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곳으로 옮겼다.


주로 시켜 먹었던 안주는 닭도리탕이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많이 어렸고 해독 능력이 더 좋았던 때라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은 '막사'를 마셨기 때문에 잘 어울리는 메뉴를 찾았었다. 우리는 이상하게 항상 배가 고팠다. 그래서 맛과 양을 모두 잡아야 했다. 그게 닭도리탕이었다. 사장님의 주력 메뉴이기도 했다.


사장님의 요리 실력은 백종원까지는 아니지만 백종_ 까지는 미쳤었던 것 같다. 남자 사장님 혼자 주방을 맡았는데 닭도리탕 말고도 다른 안주들이 다 맛있었다. 우리는 거의 매주 보는 사이였고 안주보다 술을 많이 시켜서 사장님이 항상 서비스를 주셨는데, 지금은 어떤 요리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다 맛있었다. 그래서 더 자주 가게 된 것 같다. 아무래도 믿고 먹는 요리였으니까.


자리를 옮긴 뒤에 단골 안주가 바뀌었다. 소화 능력이 떨어졌는지 양보단 맛이 중요해졌다. 혹은 2차로 가는 경우가 잦아서 가볍고, 그리고 맛있는 안주를 원했다. 질리지 않고 자주 먹을 수 있는 '삼치구이'는 그동안 먹었던 삼치구이 중에 최고였다. 그냥 삼치일 뿐인데, 그냥 보통의 삼치를 구웠을 뿐인데 정말 맛있었다. 소스도 그냥 간장에 고추냉이를 풀었을 뿐인데 그 소스가 맛있었다. 삼치구이를 먹고 싶은데 단골 가게까지 갈 수 없을 때, 다른 가게 여러 곳을 가봐도 단골 가게만큼의 맛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가게가 사라진 뒤에 '왜 사라졌을까' 하는 아쉬움보다 '삼치구이'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쉽다. 그때 더 많이 먹어둘 걸. 가게가 사라지기 전에 술을 더 자주 마셨어야 한다. 뭘 그렇게 새로운 곳에 가겠다고 단골 가게를 내쳤는지.


가게가 사라진 뒤에 사장님의 근황을 알 수 있었다. 자리를 옮긴 뒤에 홍보를 위해 인스타그램을 만들었는데, 내가 몇 번(이라 쓰고 여러 번이라 읽는다) 가게를 태그했더니 사장님이 추천에 떴다. 사장님은 가족들과 저 멀리 어딘가에 고깃집을 차리셨다. 그게 근황의 마지막이었다. 사라진 가게는 기억 속에서도 점점 사라졌고 새로운 단골 가게가 생겨갔다. 닭도리탕은 물론 삼치구이가 잊혀졌다. 적어도 적어도 8년을 함께 했던 단골 가게의 기억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추억하고자 글을 쓴다. 나의 주말을 함께 해준 닭도리탕과 막걸리, 나의 2차를 함께 해준 삼치구이와 참이슬. 그리고 나를 기억해주고 항상 서비스를 주시던 사장님의 마음도 간직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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