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금주일기
언젠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술과 책이 함께 공존하는 곳을 운영하는 주인이 바로 내가 될 수 있다고.
이미 그렇게 운영하는 곳이 많은 건 안다. 어떤 곳은 책과 함께 책 속의 주인공이 마신 술을 함께 마실 수 있다. 혹은 낮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카페로만 운영하다가 저녁에는 술도 파는 곳도 있고. 알고리즘을 타고 그런 곳들이 몇 개 인스타그램에 뜬 적이 있다. 항상 가고 싶다고 생각만 했다.
생각으로 그친 이유는, 술을 마시는 즐거움과 책을 읽는 즐거움이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난 술을 마실 땐 술 마시는 행위에 대해서만 집중하고 싶었고(현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책을 읽을 때도 책 내용에 집중하고 싶었다. 물론 둘 다 한꺼번에 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알맞은 곳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술과 책이 공존하는 곳'이란 어떤 곳일까. 간단하다. 술을 마시면서 최근에 읽었던 책이나 혹은 그냥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책, 정말 '그냥' 얘기하고 싶은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곳을 말한다. 요즘에 각종 스터디가 많아지면서 이런 류의 스터디도 있을 것이다. 도수가 낮은 와인을 마시면서 공통으로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겠지.
나는 술도 정말 좋아하고, 책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특히 나와 가까운 지인이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들이 방문해서 대화를 나누길 원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그런 장소를 만들어야 하고 술과 책을 동시에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인맥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가게 운영을 위해)
그럼 지인들한테는 (비싼) 위스키를 팔고 단순 방문으로 찾아온 손님들한테는 (비교적 저렴한) 와인을 팔아야겠다. 별로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지인들에게도 홍보해서 만석으로 만들어야지.
눈치챘겠지만, 맞다. 지금 그런 장소가 절실하고, 술을 먹고 싶은 마음에 쓰는 글이다. 나의 직업이 그곳을 운영하는 주인이 되면,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하니까. 어떻게 술집 주인이 술을 안 먹고 손님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가. 심지어 그런 특화된 장소에서.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합리화를 잘하는 편이다.)
추후에, 언제쯤일지도 예상이 안 되지만 그런 곳을 열게 된다면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책을 읽으면서 술을 좋아하게,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술을 마시면서 책을 좋아하게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