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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야끼우동과 하이볼

(다시) 금주일기

by 김시월

금주일기를 쓰기 직전까지 자주 갔던 술집이 있다. 집에서 많이 멀지도 않고, 일요일 늦게까지 열고, 혼술에 관대하고, 무엇보다 안주가 맛있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손님한테 관심이 없다는 것?


간혹 혼술하러 가면 성별을 떠나서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 사장님들이 있다. 한두 번 질문하는 것은 좋지만,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러 온 나에게는 질문이 많아질수록 그 술집은 다시 가지 말아야지.. 마음먹게 된다. 질문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적당히 치고 빠지는 타이밍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새롭게 찾은 그곳은 골목 한편에 있는 작은 술집인데, 어떻게 알아냈더라. 처음엔 당근마켓에서 혼술하기 좋은 곳을 추천받았다. 근데 추천해 주는 곳들이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역시 아쉬운 사람이 발품 팔아야지. 카카오맵을 켜서 술집으로 검색하고, 하나하나 들어가 봤다. 프랜차이즈도 괜찮지만 그냥 개인이 하는 곳이 더 끌렸다. 메뉴가 많지는 않아도 되지만 내 취향의 안주들로만 있으면 좋겠고, 너무 일본 감성이 진한 곳은 또 싫었다. 일이 늦게 끝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소 새벽 1~2시까지는 열고, 특히 일요일은 꼭 열었으면 했다.


그렇게 찾은 곳이었고 처음 방문했던 날은 굉장히 떨렸다. 뉴욕에서도 혼술 경험이 있던 난데, 한국 그리고 우리 동네에서 못할 수가 있을까! 하고 마음먹고 들어갔고, 생각보다 혼술하러 오는 사람이 많았는지 놀라거나 특별한 반응 없이 적당한 자리로 안내해 주셨다.


첫 메뉴는 탕이었다. 맑은 탕이었는데, 아마 그땐 내가 2차로 갔던 곳이라 탕을 시켰던 것 같다. 술과 안주를 주문하면서 요청드린 게 있다. '제가 남길 수도 있으니 양 적게 주실 수 있나요?' 했더니 '남기셔도 괜찮아요. 맛있게 해드릴게요.' 였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하는 대답일 수도 있는데 그때는 그게 뭔가 좋았다.


그 뒤로 그 술집을 자주 찾아갔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갈 때마다 혼술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있었다. 하루는 혼자 앉을자리가 없어서 사장님이 쉬는 테이블에서 기다리기도 했다. 그럴 때면 꼭 하이볼을 시켰다. 자리 기다리는 것도, 안주 기다리는 것도 좀 걸릴 테니 술이나 좀 마시고 있자. 하이볼로 목을 열어놓으면 술이 더 잘 들어갈 거라는 착각이지, 뭐.


최근에 꽂힌 메뉴는 해물야끼우동이었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최고의 안주였다. 면을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해물야끼우동의 그 우동면은... 최상의 맛이었다. 웬만해선 안주 하나를 깨끗이 비우지 못했던 내가 해물야끼우동만큼은 다 비워냈다. 동시에 술도. ^^.


간이 술을 해독하는 시간이 3일이라고 한다. 금주일기를 처음 쓴 게 언제더라... 적당히 해독되지 않았을까 하는데. 안주를 떠올리니까 일주일에 한 번은 마셔도 될 것 가기도 하고.. 금주일기를 쓰는 게 도움이 되는 게 맞는 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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