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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송편

(다시) 금주일기

by 김시월

난 호불호가 강한 편은 아니다. 적당히 좋다고 느끼면 '이거 좋다'라고 표현했고, 별로인 것은 굳이 별로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호'만으로 느끼는 곳이 있는데 그게 바로 경주다. 역사적으로나 그 외에 어떤 것이로든 경주는 나에게 극호로 작용하는 곳이다.


그래서 일 년에 두세 번 넘게 찾아가는데, 최근에 내 생일을 기념에서 어떤 술집을 찾아갔다. 혼술로 유명하고, 경주답게 '릉'을 배경으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점에서 꼭 방문하고 싶었던 곳이었다. 테이블링이나 캐치테이블 같은 예약 어플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어 방문했으나, 역시, 웨이팅이 필수였다. 평일에 갔으면 웨이팅이 없었을 것 같은데.. 여하튼 휴대폰 번호와 인원수를 확인한 뒤 대기를 했다.


대기는 금방 끝났고, 우리가 원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나름 사진 찍기 적당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메뉴는 다양했다. 그리고 역시 경주 주변이라 경주와 관련된 시그니쳐 칵테일이 있었다. 이 가게에 방문하기 전부터 시그니쳐 칵테일이 있다는 소식에 기대했으나 나는 많고 많은 시그니쳐 칵테일 메뉴 중 '송편'을 주문했다. 왜냐면 추석과 가까우니까.


근데 가게 직원들은 딱히 상관이 없었나 보다. 시그니쳐 칵테일 '솥 편'을 받고 나니 굉장히 적은 양의 칵테일로 느꼈다. 그러나. 적당히 맛이라도 없으면 적당히 먹다가 수저를 내놓았을텐데 계속해서 이어지는 게 신기했다. 설마 저렇게 대접할 사람들을 데리고 다닐까? 하는 의문까지 들었기 때문에.


내가 받은 송편은 정말 작은 찻잔에 큰 각얼음과 음료가 담겨 있는 정도였다. 이게만 얼마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직원이 옆에 와서 '이건 어떤 걸 베이스로 한 음료고.. 마시면 어떤 맛이 납니다..'라고 하는데 그게 제 귀에 쏙쏙 박히겠냐고요.


칵테일 이름 치고는 친해 보이진 않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한가위 추석 기간에 충분히 잘 어울리는 패션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잘생긴 사람들이 '송편' 칵테일을 홍보해줬으면 하는 마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거듭 말하자면, 칵테일 '송편'을 파는 곳에서 광고 관련해서 받은 적 없고! 그저 내가 좋아서, 내가 좋아해서 소개하는 곳이라는 걸 꼭 인지했으면 좋겠다.


경주야! 조금만 기다려! 겨울 안에 꼭 다시 올게!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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