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말과 글을 내 삶에 담을 것인가?

느리게 읽기 1 : <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 이두형

by 예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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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챕터의 내용은 '내가 사랑하지 않고 존경하지 않는 사람의 말을 마음속에 새기지 말고 붙들리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가 소위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것들이나, 나의 삶에 영향을 주는 '상처'라고 말하는 말들의 상당수가 우리가 사랑하지 않고 닮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온 것이다. 설령 부모님이라고 할지라도, 그들이 나를 사랑할지라도. 분명 실수도 있고 상처로 남는 말들이 있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그 말을 버려야 하는데, 또 쉽게 버려지지 않고 마음에 많이 박혀있는 것들이 그 말이기에 거기에서 벗어나라는 따뜻한 위로였다.




나는 사회적으로 새겨진 인식에서까지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나는 내가 존경하지 않는 사람의 말을 적당히 걸러 듣는 좋고도 나쁜 버릇이 있다. 내가 넣은 적 없는 말들이 내 머리와 마음을 오랜 시간 차지했고, 그들을 몰아내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오늘 챕터의 핵심 내용은 내 나름대로 졸업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내가 오늘 담고 와닿은 내용은 어떤 말과 글을 어떤 기준으로 내 삶과 마음에 담을 것인가?라는 주제이다.



나는 글을 읽거나 타인의 말을 들을 때 그 이야기가 얼마나 그럴듯했는지, 또는 얼마나 마음을 잡아끄는지를 중요시하지 않는다. 타인의 말과 글이 나를 끌어당긴다는 것은 그 내용이 유려해서일 수도 있지만, 단지 지금의 내 마음을 잘 대변해서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그 속에 담긴 논리와 통찰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한다.

(중략)

글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신랄한지 부드러운지, 편안함을 주는지 불편하게 하는지 보다 중요한 것은 그 메시지가 삶에 미치는 영향, 기능이다. 그 내용이 나와 삶을 비관하고 냉소하게 만드는가? 혹은 막힌 속을 후련하게 해 주거나 미처 몰랐던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가? 그 기준에 따라 나는 '본능적으로 끌리는 말과 글' 대신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어갈 힘을 주는 말과 글'을 가까이하려 한다.

- 불완전한 삶에 관한, 조금은 다른 이야기 : 이두형 p. 43.



작가님의 글을 보면서 특히 타인의 말이 나를 끌어당기는 이유가 지금의 내 마음을 대변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지금의' 마음이다.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흘러가고 변화하는데, 지금 내 마음이 슬플 때는 위로의 글이, 에너지가 가득 찰 때는 열정을 부추기는 글이, 부정적일 때에는 세상을 비판하는 글이 많이 와닿는다. 좋은 말들을 가득 담아야 내 삶이 편안해진다는 것을 알아서 항상 내 삶에 도움이 될 말을 책에서, 사람에서 찾아 헤매고는 있는 나지만 같은 책을 읽어도 그때그때 담기는 말이 다르다.


그래서 작가님이 권하는 방법은 '그 속에 담긴 논리와 통찰이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어갈 힘을 주는지 보라는 것'이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는 그 기준.

오늘은 내가 글과 말을 담는 기준에 대해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로 책의 말을 사람의 말보다 더 우선한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책이라는 것은 사실 브런치나 블로그의 글보다는 종이책이나 최소한 전자책에 가깝다. 굳이 글을 구분하는 이유는, '책'이 조금 더 다듬어진 글이기 때문이다. 종이책은 특히 작가의 시선뿐만 아니라 편집자의 시선까지 거쳐 조금 더 정돈된 정수가 담겨있다. 그렇기에 조금 더 삶의 지혜가 잘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책의 말들은 나만을 위한 말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내 상황에 딱 맞는 말을 찾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더 '좋은 책'에서 말을 찾아야 한다. 평소에 나를 성장시키고, 힘들 때 꺼내서 읽기 위해 말을 모으고 담아놓긴 하지만, 정말 절박하게 책에서 말을 찾을 때는 주로 힘들 때이다. 이 때는 작가님의 말처럼 '지금의' 내 마음과 닮은 '끌리는 글'에 낚이기 쉽다. 그 글들은 나를 위로해 주는 것 같기도 하지만, 결국 내 답을 함께 찾아주기는 어려울 때가 많았다.

개인적인 경험이기도 하고, 끌리는 글이 가지는 순기능도 분명히 있다. 그 상황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다독여주는 부분이 분명히 있으니까. 하지만 '마음에 담고 삶에 담을 글'이 기준이라면 끌리는 글보다는 '좋은 글'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글들은 '책'에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둘째로 사람의 말을 들을 때는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의 말만 듣는다는 것이다.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의 장점은 책처럼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을 기준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나'를 아는 사람들의 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 상황에서 지금 필요한 말을 해줄 수도 있고, 내가 보지 못한 부분에 대한 통찰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특별히 도움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얕은 말로 상처를 더 입을 수도 있다. 그들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하고 나에게 마음을 전하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닮고 싶고 존경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쉽지 않지만 우리는 그 말을 더더욱 걸러들어야 한다. 그 말들에 휘둘린다면 삶의 방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를 아끼기 때문에 자신의 삶에서 찾아온 답을 전해주려 애쓴다. 하지만 그의 삶과 나의 삶은 맥락이 다르므로, 그 말이 내가 담을 만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면 나에 대한 사랑과 관심, 걱정만 감사히 받고 말은 조심히 받아야만 한다. 그래야 그들도 나도 괴롭지 않다.

그래서인지 역설적으로 내가 사랑하기도 하면서 존경하는 분들에게 좋은 말을 듣기가 더 어렵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는 말이 나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혹시나 의도와 다르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말을 구해도 이야기를 해주시는 데 조심스러울 때가 많다. 그래도 정말 나를 아끼는 분들이 나에게 시간과 마음과 좋은 말을 내어주시니. 항상 감사하다.

여담이지만 그래서 교사로서 학생들과 이야기할 때에 나는 꽤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면서도 많이 좋은 말을 넣어주려고 노력하고, 특히 잔소리가 아닌 조언을 해준 다음에는 마지막에 꼭 덧붙인다. '고등학생이니까 선생님의 말을 잘 이해하고 걸러서 들으리라고 믿는다'라고. 잔소리나 조언에 익숙하지 않은 요즘 아이들에게는 현명한 어른의 좋은 말을 많이 듣는 게 필요하다. 내가 그만큼 현명하지 않아서 의도치 않은 상처를 줄 수도, 좋은 말이 아닌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너를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은 알아달라는 의미이다.



셋째로 평소에 좋은 말을 많이 담아두어야 한다.

떠나간 화살은 돌아오지 않는다. 좋은 말을 만났다면 그 순간 마음에 열심히 담아야 한다. 힘들 때, 괴로울 때 필요한 글과 말을 찾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건강을 잃고 운동을 하는 게 쉽지 않고, 시기를 놓친 인연을 다시 이어가기 어렵다. 그렇기에 평소에 좋은 말을 많이 담아두어야 한다.

하지만, 좋은 글을 문장이나 글, 단어를 정확한 워딩으로 담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이 너무 좋아서 이렇게 필사를 하고, 글까지 쓰지만, 아마 이 책을 다 읽고 브런치북을 다 써도 정확한 워딩의 문장으로 내 머릿속에 외울 수 있는 것은 한 문장도 없을지 모른다.

그러면 의미 없는가? 아니다. 굳이 내가 '담는다'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글과 말은 '외울' 수 없다. 그 순간 마음으로 닿고 마음에 새겨지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외워지지 않는다. 잘 표현해 보자면 '에너지가 스민다' 정도가 가장 가까운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에너지가 스미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여러 번 담아야 한다.

상담 선생님과 대화를 하고, 나의 상처와 벽을 깨는 과정에서 떠오른 비유가 있다. 마음에 있는 오래되고 싶은 상처는 덩어리 져서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데, 그 덩어리에는 작은 금이 가있다. 그 작은 틈새로 좋은 말과 기운을 계속 불어넣고 채워야 그 응어리가 풀린다. 틈새가 넓으면 금방 풀어지겠지만, 그 틈새는 정말 '금'가듯이 얇고도 좁다. 연고를 바르고 시간이 지나야 흡수되듯이 좋은 말을 펴 바르고, 그 틈 안에 좋은 말들을 흘려 넣다 보면 어느새 덩어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 덩어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흡수되어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우리의 마음에 금 하나 없고 틈새 하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상에서 계속 그 틈새에 좋은 말을 바르고, 흘려 넣고, 채우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그리고 내 마음이 어느 정도 채워진 사람만이 타인의 틈새에 좋은 말을 건넬 수 있다. 남을 사랑하고 싶다면, 먼저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내 글이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글인지도 고민하게 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것처럼. 이 글은 어쩌면 나를 치유하는 글이다. 나를 치유하려고 바른 연고가 다른 사람의 상처에도 묻으면 나을 수도 있는 거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좋은 글도 좋은 말도 많이 담아가시는 하루가 되길 바라며.

시간을 내어 글을 읽어주신 마음에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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