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댓말

예그림의 단어사전

by 예그림

글을 쓰다 보면 어떤 글은 존댓말로, 어떤 글은 그냥 건조한 설명체(~다)로 쓰게 됩니다. 의도한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됩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편안하게 설명체로 썼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와 존중을 표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존댓말로 글을 쓰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뭔가 좀 더 친절하고 다가가는 글을 쓸 수 있는 느낌이 들어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떤 글을 쓰는데 도저히 존댓말로 써지지 않는 글이 있었습니다. 화가 나거나 그런 감정이라서가 아니라 진솔하게 내 감정을 풀어내고 싶은데, 존댓말이라는 형식적 틀을 두니 왠지 글이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다시 설명체로 돌아와서 글을 완성했습니다. (존댓말의 잘못이 아니라 그냥 글이 안 풀려서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때는 그랬습니다.)


그 이후로 나름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진솔한 감정이나 생각을 강조하는 글은 설명체로, 독자들을 조금 더 고려하고 싶은 글은 존댓말로 쓰기로요. 왔다 갔다 할 때도 있지만, 나름의 기준을 세우니 좀 편해졌습니다.

설명체로 쓴다고 해서 읽어주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담기지 않는 것도 아니고, 존댓말로 쓴다고 해서 더 강한 존중이 담긴다는 것도 모호합니다. 그냥 글의 느낌과 분위기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존댓말은 '존대하는 말'이고, 존대한다는 것은 '존경하는 말투로 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존댓말만 쓴다고 정말 존대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가끔 아이들에게 들을 수 있는 성의 없는 느낌의 '네'도 존댓말이긴 하지만, 존대의 의미가 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유명 영화의 대사이기도 한 '너나 잘하세요'도 '요'만 붙었다고 존댓말로 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습니다.

어미와 높임법만 쓴다고 존댓말이 아니지요. 말로 표현되는 워딩보다 표정과 어조, 분위기와 같은 말투 전체가 그 의미를 더 짙게 나타냅니다. 존댓'말'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비밀 아닌 비밀이지만, 저는 심정적으로 거리를 두고 싶은 아이들에게 오히려 존댓말을 씁니다. 어쩌면 저를 지키는 일종의 방어막이기도 하지요.


글에서는 표정도, 어조도, 분위기도 없기 때문에 어미나 높임법만으로 존댓말이 표현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글에도 분위기와 태도가 있다는 것. 어쩌면 표정이나 외양적인 것에도 영향을 받는 말보다, 글이 더 나를 솔직히 드러내기도 한다는 것을요.


내용이 중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비판적인 글이나 불편한 감정을 다루는 글이라도 충분히 읽는 독자를 존중할 수 있고, 단순히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글이라도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존댓말이라는 것도 결국 언어이기에, 언어 역시 사회적 소통을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기에. 소통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모든 것은 태도로 드러납니다.


결론은 제가 존댓말을 쓰다가, 설명체로 쓰다가 좀 왔다 갔다 하더라도 읽어주시는 분들을 향한 존중을 항상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혼자서 담을 수 없는 마음과 생각을 귀한 시간을 내어 나누어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표현이 존댓말이든 아니든. 항상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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