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은 큰 돈이고, 3천은 작은 돈이에요?

by 김다지




미팅이 계속될수록, 업체들은 비슷한 듯 다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각 업체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다는 것들과 철학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업체와의 미팅을 더 해봐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어떤 업체를 만나야할지를 정하는 것부터가 관건이었다.


첫째로, 하이엔드 업체는 피하기로 했다. 예산도 없고 홈 디자인에 대한 욕심도 없으니 당연했다.

둘째로, 우리가 구입한 아파트의 특수성 때문에 최대한 우리아파트나 혹은 같은 방식으로 지은 아파트를 공사해본 업체로 추리기로 했다. 그렇게 나름대로 기준을 잡아 만난 다음 업체는 직접 현장을 나가야만 견적서를 주는 게 가능하다는 업체였다. 이건 사실, 인테리어 업체와 미팅을 하며 내가 가장 이해가 안 됐던 부분이기도 했다. 집을 직접 보고 상태를 확인해야 견적이 나올텐데 어떻게 보지도 않고 금액을 알려주겠단건 지….


그래서 이 업체는 첫 미팅부터 마음에 들었다. 원하는 바를 전달하는 미팅을 마치고 속전속결로 날짜를 잡아 두 번째 미팅은 집을 함께 방문해 곳곳을 살폈다. 돈이 많이 들고 공사 규모도 커지는 골칫덩이 화장실을 보고는, 공사를 안 하고 그냥 써도 될 것 같다고, 상태가 너무 좋다며 나보다 더 좋아했다. 전문가의 말에 너무 안심이 되어 환호할 뻔했다.


다음으로 만난 젊디 젊은 대표는 열정이 넘쳤고, 공사 현장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업체를 차린지 얼마 되지 않아, 견적도 많이 비싸지는 않은 편이었다. 그리고 그는 결정적으로 예산타령을 하는 나를 처음으로 부숴준 사람이었다. 내 의견을 묵묵히 다 받아적고 있던 그는 미팅이 끝날 무렵 말했다.


“고객님, 7천은 큰 돈이고 3천은 작은 돈인가요? 둘 다 엄청 큰 돈이에요.”


그의 말인 즉, 예산을 아끼는데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결국 3천만원을 쓰고도 그 돈을 쓴 값어치를 못하게 된다는 말이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자기 의견을 어필하는 대표는 처음이었다. 대부분은 그냥 나의 니즈를 반영해 견적서를 작성하는데에 열중했지, 의견을 내세우거나 하진 않았다. 새로웠다. 그래서 그의 의견을 더 디테일하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는 그냥 어떻게든 쓰고 싶었던 집의 현관도 공사하자고 했다. 현관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곳으로, 집의 얼굴과도 같은 곳이라 했다. 기껏 돈을 들여 공사를 다 해놨는데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현관만 안 예쁘면 김샌다고, 본인이 견적을 저렴하게 줄테니 꼭 하라고 했다. 조명도 꼭 하라고 했다. 조명은 인테리어의 꽃이라 했다.


예산을 줄이는데만 열중하고, 여러 가지로 별 생각이 없었던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문가의 의견이었고, 맞는 말이었다. 이 미팅을 시작으로, 나는 미팅에서 그들의 의견을 묻기 시작했다. 그들은 각자 개인이 지닌 철학과, 히스토리를 바탕으로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해줬다. 나는 그 중 나의 니즈와 맞는 것들을 추려 점점 더 명확하게 인테리어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었다.


사기꾼인줄만 알았던 그들은, 아주 훌륭한 스승이자 선생님이었다. 결국 난, 화장실과 현관, 조명 등을 다 포함한 올 인테리어를 하기에 이르렀다. 집을 다 뜯어고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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