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이 설계한 건식 화장실이라 더 비싸다고요?

by 김다지



마치 3시간짜리 족집게 강의 같았던 두 번째 미팅 이후, 인테리어의 실체를 눈으로 보고 싶어졌다.

다행히 인근에 인테리어와 관련된 쇼륨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키친부터 붙박이장, 바스, 타일, 조명, 가구, 도어, 중문 등 꽤나 커다란 규모로 꾸며져있는 곳을 방문했다. 그곳에서는 인터넷으로만 보던 것들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쇼룸을 둘러보며 제품들의 감을 익히고 있는데 이곳에서도 인테리어 상담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무 예약도, 아무 생각도 없이 온 곳이었는데 상담을 할 수 있다니. 일석이조 같았다. 상담이 가능하냐고 묻자, 잠시 기다려보라고 한 그들은 ‘그 분’을 소개시켜줬다. 얼떨결에 세 번째 미팅을 하게 됐다. ‘그 분’은 우리가 만났던 업체들 중 가장 연륜과 경력이 많은 분이셨고, 만나자마자 대뜸 현재 한국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 인테리어를 하고 있다며 사진을 보여주셨다. 하지만, 우리 아파트를 공사해본 적은 없으시다고 했다.


아파트 주소를 물으시길래, 말씀드리자 대뜸 또 처음 듣는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아 거기구나, 거기라면 내가 앞 단지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알지. 그 일대가 다 똑같이 지었더라고요. 쇠몰딩에 경량으로 지은 거. 거기 해봤죠. 방금 보여준 이 아파트도 쇠몰딩에 경량으로 지었어요.”


하…. 일단 한숨부터 나왔다. 3시간짜리 족집게 속성과외를 들어도 끝나지 않는, 알아야 할 것이 무궁무진한 인테리어의 세계여. 대체 경량은 뭐고 쇠몰딩은 또 뭔지, 진짜 안궁금하긴 한데 안물어볼 수도 없고.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지만, 최대한 자세한 가르침을 받고자 아방하게 물었다.


“선생님, 경량이 뭔데요?”


또 다시 강의가 시작됐다. 이번에도 역시 3시간 가까이 이어진 강의였다. 아는 건 더 딥하게 알 수 있었고, 모르는 건 알아갔다. 그렇게 3시간 가까이 이어진 강의 끝에 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거기가 미국 설계자를 데려다가 지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건식 세면대를 했나봐. 화장실이 다른 아파트보다 1.5배는 크잖아요? 그래서 비싸요.”


그렇다.

결론적으로 내가 구입한 아파트는 경량으로 지었고 쇠몰딩을 썼으며 미국인 설계자가 설계해 건식세면대가 있어 화장실 크기가 크고, 그 말인 즉 공사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집이란 거다.


기똥찬 집을 골랐네, 싶었다. 내가 경량으로 지었는지 쇠몰딩으로 지었는지 알게 뭐람.

건식세면대가 있어 화장실 면적이 크면 공사할 때 돈이 더 든다는 걸, 집을 살 때는 알지 못했다. 헛웃음이 나왔다. 알아야 할 게 많은 것도 기막힌데,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드는 집을 골라서 샀다니….

그리고 그는 말을 이었다.


“참, 저는 덧방은 안해요.”


인테리어 PART.1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그 이름은 바로 ‘덧방’이다.



인테리어 TIP

*자체 쇼룸을 보유한 대형 자재 브랜드들은 보통 제휴 인테리어 업체와 연계된 상담 시스템을 운영한다.

쇼룸에서 마음에 드는 자재를 고르고, 제휴된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시공을 진행하면

해당 브랜드의 자재를 보다 합리적인 단가로 적용받을 수 있는 구조다.

쉽게 말해, 브랜드와 시공업체가 연결된 ‘원스톱 상담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경량으로 집을 짓는다는 건 철제 뼈대인 경량 스틸을 세우고, 그 위에 석고보드로 마감하는 걸 말한다.

콘크리트 벽체 시공보다 공정이 단순해 시공 속도가 빠르고 비용이 덜 든다.

쇠몰딩은 금속 재질로 마감해 습기나 뒤틀림에 강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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