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구입한 40평대 아파트의 인테리어 비용으로
"1억 2천에서 1억 5천을 생각하시면 될 거"라는 인테리어 업자와의 첫 미팅 후,
나는 그야말로 멘붕 상태였다.
생각의 생각이 거듭되다가 급기야는,
'인테리어를 왜 해야 하는 거지?'까지 갔다.
구축을 구매하면서 인테리어 자체를 필수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건 사실 주입식 교육(?)에 의한 거였다.
부동산에서도 집을 보여주며
"어차피 인테리어 하실 거잖아요."하며 상태가 안 좋은 집은 무마했고,
집 상태가 좋으면 "바닥은 안 하고 그냥 써도 되겠네."라고
인테리어에 대한 말을 보탰다.
이 구역에 집을 산다는 것은 필수적으로 인테리어가 필요한 일이라고들 했고,
그냥 그런가보다. 정도로 생각을 했었으니까….
집을 구매 후 모든 게 조금씩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향후 못해도 8년은 살 집이니, 도배랑 바닥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금액이 발목을 잡았다.
물론, 다른 업체들과의 미팅을 해보면 분명
1억 아래로도 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6천이건 8천이건, 우리의 예산에선 무리였다.
게다가 이렇게 큰돈을 들여서 집을 고친다는 거에 의문과 반감이 들었다.
왜냐면,
집이 너무 멀쩡했기 때문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긴 했지만,
집주인분들이 애지중지 아끼며 살아온 집이라 했다.
맞벌이로 살며 바쁜 와중에 베란다 청소까지 꼬박꼬박했다고 했다.
타일 하나, 벽지 하나가 뜯어진 곳이 없었던 집이었다.
근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인테리어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로망 같은 것도 없었다.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집의 색이나, 벽지의 색…. 그런 거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사실, 나는 대부분에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인테리어에 아무 관심이 없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인테리어를 포함한 많은 것들에 관심이 없었고,
애정을 쏟거나 궁금해하지 않았다.
흔하게는 그릇이나 커트러리부터 조명이나 가전, 가구 등
집안을 채우고 있는 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꼭 집안을 채우는 것들에만 관심이 없는 게 아니었다.
취미도, 관심사도, 취향도, 특기도 없었다.
나의 모든 관심사는 오로지 '일'에만 있었다.
'일'이 주는 도파민에만 반응을 했다.
'일'에서만 나의 쓸모를 찾는, 그래서 '일'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일에 대한 애정이 아주 비뚤어진, 워커홀릭이었다.
그렇게 살아왔던 난,
'일'이 점점 줄어드는 연차가 되면서 '일'을 잃어갔고, 나도 함께 잃어가고 있었다.
일을 하지 않는 순간들은 대부분 우울했고, 의욕이 없었고, 무기력했다.
일이 채우던 자리에 커다란 구멍이 난 것 같았다.
원치 않던 시간이 생기자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랐고,
일하지 않는 시간은 고통스러웠다.
나의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나의 '다음 일'에 관한 고민으로 고통스러웠다.
근데, 인테리어가 나의 발목을 잡았다.
그냥 대충하고 들어가서 살면 되지 뭐, 라고 생각했는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인테리어 비용으로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았다.
다른 견적을 주는 업체를 찾던가, 다른 방법이 있는지 본격적으로 알아봐야 했다.
그러려면 시간을 쏟아야 했다.
여전히 그 어떤 의욕도 생기진 않았지만, 그저 예산이 없어 알아보기 시작했다.
인테리어 카페에 가입했고, 인기글을 훑었다.
이 단계에서 가장 먼저 한 건,
우리 아파트의 같은 평수를 공사한 업체들의 레퍼런스를 찾아보며
인테리어 카페에서 얻은 정보들을 접목시켜 인테리어의 기본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곧장, 또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뭐...뭐가 이렇게 많아? 이게 다 뭐야?
알아야 할 게, 한 두개가 아니었다.
다시 눈 앞이 깜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