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뭘 믿고 그 돈을 달란 건데요?

by 김다지



“도배랑 바닥은 해야지.”로 시작한 나의 인테리어는 곧장 첫 번째 미팅으로 이어졌다.


일단 어느 정도의 돈이 드는지를 알고 싶었다. 그게 관건이었다.


첫 번째 업체는 비싸기로 소문난 동네의 으리으리한 외관을 가진 빌딩에 위치해있었다.

보자마자 든 생각은 모던하고 단정하고, 생각보다 규모가 꽤 크다는 거였고

월세도 꽤나 내겠군, 싶었다.


인테리어 업체의 문을 열고 들어서며 얼떨떨하기도, 긴장이 되기도 했다.

드디어 시작이구나, 싶었달까.

문이 열리고, 바로 보인건 데스크탑 앞에 모여 앉아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디자인이나 홍보, 마케팅과 관련된 직원들 같았고, 그 수가 꽤 됐다.

저분들 월급도 꽤 나가겠군, 싶었다.


두리번거리는데 아마도 나와 통화를 해서 상담예약을 잡은

인테리어 업자로 보이는 이가 웃으며 다가왔다.


드디어 소문만 무성했던 인테리어 업자와의 첫 대면이었다.

“전화로 예약하신 분이시죠?”


회의실처럼 생긴 곳으로 안내를 하는 남자의 인상은 뭐랄까….

나와 비슷해보이는 연차 같았다.

크록스를 신고 있었고, 자유분방한 옷차림에 파마머리였는데

입을 열 때마다 담배냄새와 커피냄새가 섞여서 났다.


남자는 직원에게 음료를 가져오라고 했고,

직원이 적당히 알아서 들고 온 커피와 음료는

잠재적 고객에게 내어주기에도 꽤나 비싼 브랜드의 것들이었다.

그 비싸디 비싼 음료들을 중앙에 놓고 첫 미팅이 시작됐다.


“인테리어를 하시려고요?”

“네….”

“뭐, 어떤…. 생각해두신 게 있으신가요?”

“아…. 그렇다기보다 저희가 신축만 살아봐서 인테리어 자체가 처음이거든요.

일단 도배랑 바닥은 당연히 할 거고요….”


너무 막연한 대답을 해서였을까, 약간 난감한 기색을 보이는 것 같은 업자에게 말을 보탰다.


“실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저희랑 같은 평수를 시공하고 계신다는 페이퍼를 보고 연락드린 거였어요.”

“아! 혹시 **아파트요? 그러시구나! 잘 찾아오셨네요.

해당 아파트 공사 경험도 업체 선정하실 때 중요한 포인트긴 하니까요.”


그는 모니터를 통해 우리가 구입한 아파트의 공사현장 사진과 인테리어 사진들을 보여주며 설명을 이어갔다.

대략, 자재는 어떤 걸 어떻게 썼고. 구조는 어떻게 변형을 했고 등등….

반은 알아듣고 반은 못 알아듣는 설명을 들으며

오래된 아파트가 모던하고 예쁜 모양새로 바뀌어가는 남의 집을 열심히 들여다봤다.


그럼에도 가장 궁금한 건, 돈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럼 대략적으로 저희집 같은 40평대 인테리어 견적은 얼마나 생각하면 될까요?”

“견적이 궁금하셨군요. 이 집 같은 경운, 또 마침 저희에게 견적서도 있으니까 보고 말씀드릴까요?”


파일철을 가져와 견적서를 찾던 남자는 이내 우리집과 같은 평수의 견적서를 찾아냈다.


“이 집은 어디보자…. 대략 1억 3천 정도가 들었네요.

같은 평수시니 편하게 1억 2천에서 1억 5천 사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남자가 멀리서 보여준 견적서는 딱 간이영수증 수준의 견적서였다.

세부견적서는 없이, 간이영수증 같은 견적서가 전부라고 했다.


'저 종이 한 장을 내밀며 1억 2천에서 1억 5천을 달란 말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미팅은 계속됐다.


이 업체의 운영 방식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어바웃하게 견적을 내고

나머진 자기네를 믿고 맡기란 식인 것 같았다.

근데 그게 참, 아무것도 모르고 인테리어 업체를 처음 방문한 내 입장에선 이해도 납득도 어려웠다.


대체 뭘 믿고, 1,500만원도 아닌 1억 5천을 달라는 건지…. 사실 좀 황당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나의 인테리어 예산은 많아봐야 5천이었다.

집 전체를 다 뜯어고칠 생각도 없었다.

이 업체와는 더 나눌 이야기가 없다는 판단이 들어 미팅을 빠르게 정리했다.


문을 열고 나오며 곧장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인테리어 비용을 계산할 때 평당 천 만원이라는 말이 있었다.

30평은 3천 40평은 4천. 하지만 그건 옛말이 된지 오래라고 했다.

인건비도 올랐고, 코로나를 거치며 상황이 많이 변했다고….

그건 나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근데, 1억 2천에서 5천이라고?

인테리어라는 걸 너무 쉽고 만만하게 생각한 걸까?

그냥 도배랑 바닥 좀 하고 주방도 편하게 고치고 깔끔하게 살고 싶었던 것 뿐인데….


이 업체가 이상한 거 아니야? 다른데도 이러면 어떡하지?

요즘 시세가 1억 2천에서 1억 5천인가?


망했다는 생각과, 인테리어 따윈 꿈도 꾸지 말고 그냥 살아야겠다는 생각과,

괜히 이사를 한 거 같다는 후회와 걱정들, 그래도 도배랑 바닥은 해야 하지 않냐는 생각들이

차례로 머릿속을 뱅글뱅글 돌았다.


갑갑했다.


와, 큰일났다. 망했네. 싶었다.



인테리어 TIP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첫 미팅을 한 업체는 업계에서도 하이엔드로 유명한 곳이었다.

이런 곳은 보통 평당 300만 원에서 많게는 500만 원 정도까지 시공비가 책정된다.

단순한 집수리 수준이 아니라, 디자인 설계부터 가구 배치, 스타일링까지 공간 전체를 총괄하는

토탈 디자인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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