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근영 Sep 14. 2023

나는 신이다

    캐릭터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이미 앞에서 해봤던 삼하원칙 ‘누가+어떻게+무엇을’에서 ‘누가’에 해당되는 부분을 구체화 시키면 됩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자신이 ‘신(창조주)’이 되어 인간을 만들어 보는 겁니다.     

 

    이제부터 여러분은 ‘신’입니다. 인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맨 먼저 무엇을 만드시겠습니까? 저라면 일단 ‘몸’부터 만들겠습니다. 외형을 만들어 어느 정도 형체를 알아볼 수 있게 하겠습니다. 그 다음 ‘마음’을 만들겠습니다. 외형을 갖추었으니 이제 내면을 완성시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계’를 만들겠습니다. 몸과 마음이 완성되었으니 그를 둘러쌓고 있는 관계를 설정해주면 완성입니다. 이렇게 ‘몸’, ‘마음’, ‘관계’를 기준으로 삼고 순서대로 만들어보세요. 이해하기 쉽게 각각의 요소를 하나씩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1) ‘’ 만들기     


    캐릭터의 육체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고려해야 할 것들이 뭐가 있을까요? 우선 눈으로 볼 수 있는 걸 생각해봅시다. 키, 체형, 눈, 코, 입의 모양, 성별, 피부색, 신체적 장애의 유무를 떠올릴 수 있겠네요. 그리고 눈에 안 보이는 몸무게, 혈액형, 나이, 아이큐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다음의 빈칸에 여러분이 쓰려고 하는 로그라인의 ‘누가’에 해당하는 인물의 몸을 만들어 보세요. 앞에서 언급한 것 외에도 생각나는 다른 요소들이 있다면 마음껏 추가하셔도 좋습니다.     


성별 : 

나이 : 

키, 몸무게 :

체형 :

아이큐 : 

혈액형 : 

눈, 코, 입의 모양 : 

피부색 :

신체적 장애 :

그 외 :     


2) ‘마음’ 만들기     


    캐릭터의 내면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마음이 착하다, 나쁘다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설정해 봅시다. 인물의 심리적인 측면, 트라우마나 콤플렉스도 떠올릴 수 있겠네요.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요? 성격, 습관, 욕망, 성향, 취미, MBTI도 내면을 형성하는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내 캐릭터의 내면을 아래의 빈칸에 적어봅시다. 


성격 :

습관 :

욕망 :

성향 :

MBTI : 

취미 :

트라우마 :

콤플렉스 :

그 외 :      


3) ‘관계’ 만들기     


    캐릭터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먼저 가족관계를 만들어줍시다. 그리고 직업, 종교, 교육수준, 재산, 지위, 국적 등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외의 것들이 더 생각난다면 마음껏 추가하셔도 좋습니다.

      

가족관계 : 

직업 :

종교 :

교육수준 :

재산 : 

지위 : 

국적 : 

그 외 :     


    몸, 마음, 관계 모두 만들어봤나요? 잘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작가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봅시다. 왜 이런 걸 만드는 걸까요? 키, 성격, 가족관계 같은 걸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목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기존의 많은 스토리 작법서에도 이런 내용들이 있습니다. 캐릭터의 성별은 무엇인가? 트라우마는? 재산은 얼마나 되는가? 등등. 여러 유형의 질문들을 제시합니다. 어떤 책은 캐릭터 설정을 위한 백문백답이라는 챕터 아래 백가지 다양한 질문이 적혀 있기도 합니다. 인터넷에 ‘백문백답 양식’으로 검색만 해도 캐릭터 설정에 도움이 되는 수백 개의 질문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작가 지망생 시절, 캐릭터 설정을 위한 이런 질문들에 열심히 답을 적었습니다. 키, 체형, 욕망, 재산, 콤플렉스 등등 표로 만들어 정리할 만큼 캐릭터들의 구체적인 설정을 완료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었습니다. 정작 스토리를 쓰는 과정에서는 키가 몇이고, MBTI가 뭔지, 어떤 종교를 가졌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수백 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적었지만 효과는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는 이게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인지 의문까지 생겼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한 적 있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별로 효과 없습니다. 백 개의 질문에 답을 해도, 천 개의 질문에 답을 해도 그냥 답을 적는 것에 그친다면 웹툰 스토리를 쓰는데 아무 효과가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혹시 앞에서 다뤘던 [STEP 2. 쓸 데 없는 이론은 빠르게 패스]에서 인물에 대해 말씀드렸던 것 기억하시나요? 캐릭터는 설명이 아닌 사건과 상황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 이 말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가 백 개의 질문에 답하는 이유는 그냥 단순히 빈칸 채우기가 아니라 그 답을 통해 캐릭터를 나타내기 위해서입니다.

    캐릭터 설정을 위한 질문의 답을 적는 것보다 그 다음 작업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질문의 답을 적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됩니다. 그 답을 보여줄 수 있는 사건이나 상황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내 캐릭터의 키를 190cm로 설정했다면, 키가 190cm여서 생긴 사건, 트라우마가 있는 캐릭터라면 그 트라우마 때문에 벌어진 사건이나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어릴 적에 정말 얼굴이 까맸습니다. 얼굴이 까맣다고 놀리는 친구들과 매번 크게 싸우기도 했습니다. 얼굴이 까만 게 너무 싫었습니다. 혹시라도 얼굴이 더 까맣게 탈까봐 햇볕이 내리쬐는 곳을 피해 그늘로만 다니고, 겨울에도 항상 부채를 가지고 다니며 해를 가렸습니다. 얼굴에 바를 로션을 구입할 때도 자외선 차단 기능의 유무를 따졌습니다. 까만 얼굴은 저의 콤플렉스였습니다. 

    그래서 제 작품에 등장하는 피부색이 까무잡잡한 캐릭터는 항상 썬크림을 가지고 다니며 틈만 나면 얼굴에 바르고, 체육 시간이면 햇볕 쨍쨍한 운동장에 나가기 싫어서 온갖 요령을 피우는 장면이 나옵니다. 캐릭터를 만들 때 설정했던 ‘피부색 : 검은색’에서 끝나지 않고 피부가 검은색이어서 생기는 사건이나 상황을 만들어 스토리에 적용한 겁니다.  


    여러분도 이런 작업을 하셔야 합니다. 단순히 캐릭터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설정하는 작업에서 그치지 말고, 그 설정을 통해 벌어지는 사건과 상황을 만들어보세요. 그래야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몸, 마음, 관계를 설정할 때 썼던 답 옆에 그 답을 보여줄 수 있는 사건과 상황을 적어봅시다. 그리고 첫 키스 장소는? 응원하는 스포츠팀은? 살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등등. 제가 제시했던 질문 외에 스스로 개성 있는 질문들을 만들고 그 답 때문에 생긴 사건이나 상황을 추가해보세요. 사건과 상황은 구체적일수록, 많으면 많을수록 큰 재산이 됩니다.


이전 15화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3가지 방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