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근영 Sep 14. 2023

딱 한 사람만 빼야한다면?

    장편 웹툰 스토리를 준비한다면 수십 명의 캐릭터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캐릭터 요소에 플러스(+), 마이너스(-)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다양한 인물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캐릭터를 만들 때 반드시 주의해야할 체크사항이 있습니다. 다음의 퀴즈를 통해 알아봅시다.      


A : 강펀치. 정의로움. 대장.

B : 검투사. 질투가 심함. 부대장.  

C : 발차기 유단자. 여자를 밝힘. 기계공. 

D : 창을 사용. 욕심이 많음. 요리사.  

E : 최고의 검객. 여자를 좋아함. 학자.     


    A부터 E까지 다섯 명의 캐릭터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웹툰 스토리를 위해 다섯 명의 캐릭터 중 한 사람을 빼야 한다면 누굴 선택해야 할까요? 선택한 이유는 뭐죠? 빼야 하는 캐릭터와 그 이유를 다음의 빈칸에 적어봅시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정답부터 말씀드리자면, 위에 제시한 A부터 E까지의 인물 중 삭제해야 되는 캐릭터는 E입니다. E의 화려한 칼솜씨는 B의 검투사와 겹치고, 여자를 좋아하는 성격은 C의 여자를 밝힘과 겹치기 때문입니다. 

    여러 명의 캐릭터를 만들 때 주의해야 할 것은 ‘반복’입니다. 쉽게 말해, 겹치는 캐릭터가 없어야 합니다. 겹치는 캐릭터는 무섭습니다. 캐릭터와 스토리의 재미를 잡아먹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제시된 A, B, C, D, E 캐릭터로 스토리를 만들어볼까요? 각각의 캐릭터 앞에 악당이 나타납니다. A는 강펀치를 이용해 악당을 없애고, B는 칼을, C는 발차기를, D는 창을 사용해서 멋지게 악당을 물리쳤습니다. 그리고 E도 자신의 차례가 되자 화려한 칼솜씨로 악당을 제거합니다. 

    그런데 칼을 이용한 악당 퇴치는 앞에서 B가 보여줬습니다. 독자의 입장에선 반복으로 느껴집니다. 봤던 걸 또 보면 재미가 반감됩니다. 악당이 나올 때마다 B와 E는 칼을 들고 싸울 수밖에 없고, 계속 반복되는 칼싸움 장면에 독자들의 피로감은 쌓이게 됩니다.


    혹시 TV예능을 볼 때, 출연자들끼리 서로 캐릭터가 겹친다고 다투는 걸 본 적 있나요? 같은 원리입니다. 프로그램에서 뚱보 캐릭터의 역할은 먹는 것입니다. 대사도 행동도 많이 먹는 것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뚱보 캐릭터가 두 명일 경우, 둘 다 많이 먹는 내용으로 대사와 행동을 하게 됩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많이 먹는다는 똑같은 내용을 두 번씩 반복해서 보게 되는 셈입니다. 

    누군가 여러분에게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면 듣기 싫죠? 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에서 보여줬던 걸 계속 반복하면 보기 싫어집니다. 피로감이 쌓여서 점점 재미없게 느껴집니다. 

    TV예능 프로그램에서 캐릭터가 겹칠 땐, 한 쪽이 하차를 하거나 아니면 빨리 다른 캐릭터를 덧씌우기 위해 애를 씁니다. 괜히 러브라인을 만들어 사랑꾼이란 설정을 부여하기도 하고, 조금씩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서서히 다른 캐릭터로 만들기도 합니다. 

    웹툰 스토리도 그래야 합니다. 겹치는 캐릭터가 있다면 삭제하세요. 아니면 빨리 그 겹치는 부분을 다른 요소로 바꿔주세요. 그래야 캐릭터가 살고, 스토리도 살아납니다.      


“어떤 캐릭터가 겹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확인할 방법이 있나요?”      


    수강생에게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두 가지. 첫 번째는 앞에서 예로 들었던 것처럼 자신이 만든 캐릭터의 특징들을 쭉 적어보세요. 그리고 겹치는 요소가 있다면 삭제하거나 바꿔야 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각각의 캐릭터들이 하나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상상해보는 겁니다. 누군가 “나와 모험을 떠나자!”라고 말했을 때, 내가 만든 캐릭터들은 어떤 대답을 할까요? 

    “그래 좋아! 신난다!”하고 적극적으로 손을 내미는 캐릭터도 있겠고, “난 싫어” 단칼에 거절하는 캐릭터도 있을 겁니다. 아니면 “글쎄... 어떻게 할까?” 우물쭈물 망설이는 캐릭터도 있겠네요. 이렇게 각각 구분되는 대답이 아닌 서로 비슷한 대답을 한다면 그건 겹치는 캐릭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캐릭터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를 다시 한 번 점검합시다.


이전 17화 플러스(+), 마이너스(-)로 개성을 만들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