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여름은 공사 철이다

2. 집 공사 일지

by 다나 김선자



고온 건조한 프랑스 여름은 공사 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가 자주 내리지 않는 장점과, 긴 여름 바캉스를 맞아 거주민들이 빠져나간 도시는 공사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먼지를 푹푹 일으키거나 소음, 위험한 낙하물이나 장애물 따위로 민폐를 최소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로포장공사나 공공 시설물 및 하수도, 가스, 전기 같은 도로를 점거해야 하는 배관설비는 인파와 교통량이 줄어든 이때가 적기다.

파리 시내의 경우, 일 년 내내 방문객도 많을뿐더러 대부분 오래된 건물들이라 연중무휴 보수공사가 끊이지 않지만, 특히 한적한 여름철에는 길을 막아 놓고 땅을 파거나 안전막을 치고서 에샤포다쥬(échafaudage,비계)를 쌓아 올린 공사현장을 어렵지 않게 목격한다.

그래서 여름철 공사로 인해 문을 닫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종종 경험한 이들도 많을 것이다.

프랑스에는 아파트보다 정원 딸린 주택이 많고 선호하는 경향이다. 그리고 근래에 지은 집보다 구옥이 많다.

여기서 고옥이란 보수를 해야 할 정도의 유장한 시간을 말한다. 짐작컨대 이삼십 년 된 집을 오래된 집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우리 집처럼 백 년쯤은 되어야 그렇게 부른다.

이렇게 오래된 고가옥이 많다 보니 당연지사 수리할 곳도 많을뿐더러 자주 발생한다. 웬만한 자가주택 거주자들은 사소한 집수리 정도에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인건비가 워낙 비싼 탓으로 소소한 수선은 본인들이 직접 하는 경우도 흔하다. 또한 긴급한 상황이 아닌 이상 취미 삼아 틈틈이 즐기면서 평생 동안 아주 천천히 자신의 집을 꾸며 나가는데 몰입하는 친지들도 더러더러 보았다.

그리고 주택 거주 가정들은 기본적인 연장도 작은 공구점 못지않게 웬만큼 두루 갖추어져 어지간한 집수리는 충분히 가능하다. 따라서 르호와 메흘랑(Leroy Merlin:재료상 이름)이나 까스토라마(Castorama:재료상 이름) 같은 대형 전문 공구상에는 비록 초보자라도 수선에 어려움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쓰임새 따라 다양한 재료들이 세심한 부분까지 알기 쉽게 잘 설명되어 있다.

내 남편도 마찬가지 자주 드나드는 곳이 르호와 메흘랑이다. 나 또한 백화점보다도 더 자주 간다. 물론 지금은 집 공사 중이라는 특수한 기간이긴 하지만, 앞서 역시도 외출을 핑계 삼아 콧바람을 쐰다는 목적으로 그를 따라나서던 곳이다.

주택은 사소한 수리부터 외벽칠이나 정원손질까지 매 연중행사처럼 해야 하는 일들이 끊임없다. 만약 제때 보수가 되지 않을 경우 좋은 상태로 유지도 불가능하지만 쉽게 낡아 차후에는 눈덩이처럼 일이 불어나 지금의 우리 집 상황까지 이르게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롭게 삶을 즐기길 좋아하는 개인주의 성향을 지닌 프랑스인들은 아파트보다 독립된 넓은 공간의 정원 있는 주택을 선호한다. 자녀가 생기면 주택을 마련하여 이사를 간다. 그리고는 집안 손질에 힘든 나이가 되면 아파트나 양로원으로 이전한다. 포근하고 화창한 주말에는 이쪽저쪽 정원마다 잔디 깎는 기계음과 풀내음, 혹은 숯불에 고기 굽는 냄새가 온 동네를 진동하며 사람들 미각을 자극시킨다.

또한 프랑스인들은 시공업체에서 똑같은 형태로 지은 로띠스멍(lotissement:분양받은 집) 보다는 고풍스럽고 운치 있게 잘 보수된 구옥을 더 좋아한다. 이들은 유행이나 편리함보다도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더 중요시 여긴다. 그리하여 허물고 새로 짓는 건축보다도 옛집을 보수하는 내부장식이 더 발달했다는 설도 있다.

근래 들어서 그랑파리(grand-Paris:큰-파리)라는 슬로건에 따라 파리시 관문 일대에서 아주 다양한 환경친화적인 현대식 건축물이 쑥쑥 들어서고 있기도 하다.

올여름에는 유별나게 공사현장을 많이 목격한다. 르호와 메흘랑은 갈 때마다 사람들로 벅적거린다. 우리 집 공사로 인해 내 관심도가 높아진 탓이기도, 코로나 19로 인해 여행을 포기한 사람들이 집수리에 열중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한 건 올해는 봄과 여름 날씨가 유난스레 좋다는 점이다.




이천이십 년 팔월 삼일

집 공사를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다행인지 아닌지 비는 오지 않지만 삼십팔, 삼십육 도의 불볕더위가 이 주일째 이어진다. A조의 남쪽 담장과 테라스 확장 공사는 거의 끝났고 시멘트 마르는 동안 남편 아뜰리에 보일러 설치와 마룻바닥을 교체 중이다. 다행히도 작열하는 땡볕의 매서움은 면할 수 있다.

그러나 옛날 집 지붕 및 증축 공사를 맡은 시공사 B팀은 지붕과 벽이 이미 철거된 상태라 어쩔 수 없이 무더위를 감수해야 한다. 지붕 대신 여름철 흔히 찾아오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에 대비하여, 굵고 질긴 천막을 높이 쳐 놓아 이글거리는 태양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지만, 그 때문에 바람이 통하지 않으니 굳이 다행스럽다고 보기에도 어연 간 무리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어린아이 몸무게는 족히 나갈법한 무게의 막도 삐게르(Marteau-piquer:해머드릴)를 들고 단단한 돌벽을 뚫을 때는 엄청난 육체적인 힘을 필요로 한다. 더구나 사방으로 막힌 천막 아래서 그 작용에 의한 진동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노동의 강도와 흐르는 땀, 먼지 범벅에서 질식케 할 정도란다. 역시 지붕 천정과 벽을 부순 이물질들을 제거, 운반하는 육체적인 노동도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삼십 대 연령으로 보이는 육, 칠 명의 B팀, 이 준수한 외모를 가진 건장한 사내들은 젊고 강건한 체력과 더불어 건축 공사라는 남성적인 힘을 뜨겁게 내포하여 조화롭고도 멋지다. 잘 달군 강철 같은 날씨까지 더하여 가히 힘차고도 정열적인 분위기를 세차게 뿜어내는 그들의 강인하고 날렵한 동작과 젊음은 참으로 보기에도 아름답다. 누구나 부러워할 정도로.


이천이십 년 팔월 십일

외벽 마감재로 사용될 나무가 도착했다.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두글라스(Douglas) 원목색이다. 짙은 밤색과 원목색 가운데 가벼운 느낌이 나면서도 아래층 벽돌과 잘 어울리는 원목색을 택했다. 처음 우리는 시베리아산 멜레즈(Mélèze)를 원했지만, 우리 공사를 맡은 회사 거래처에는 그 제품이 없었다. 지난봄 코로나 19로 인해 두 달간 업무중지가 수입에 차질을 빚었는지 아니면 이미 동이 났는지, 아예 취급 자체를 안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냥 없단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었으나 결정은 우선 못지않다고 긍정적이게 받아들였다. 이 사용된 환경과 같은 자연조건에서 자란 나무니까 알맞은 내구성을 가질 것이라는 내 안위를 위한 합리화된 판단이다. 실질적으로도 그렇지 않은가?

목재의 채색은 세월 따라 자연스레 모두가 잿빛으로 변하겠지만 훗날 변색된 모습에도 큰 후회나 실망 없이 마음에 흡족하리라 믿는다. 설사 원목색이 변하더라도 본연의 질감과 감촉은 자연 속에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본디 자연이 좋다.


이천이십 년 팔월 이십 이일

아뜰리에 건물 외 벽토칠 작업이 시작된 지 5일째다. 이제야 끝이 났다. 우리가 요청한 바대로 매끈하게 바르는 일이 보기보다 꽤나 힘들고 전문성을 요구한다. 오전일을 중단하고 점심 먹는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까다롭다. 잠시만 공백시간을 남겨도 마르는 속도의 간극이 생겨나 제대로 이음새 부분이 원활하지 못해 눈에 두드러지게 거슬린다. 며칠간 쉴 새 없이 숨 막히게 달렸다. 힘들게 내달려오느라 일꾼들 수고도 많았고, 양일에 걸쳐 정상근무시간도 초과를 했다. 감사하고 보답하는 마음에서 그리고 용기를 고무시키는 요량으로 양고기 숯불구이를 해드리겠다고 어제 약속을 했었다. 식사는 각자 해결하는 계약 조건이지만 오늘만큼은 특별한 날이다.

내친김에 분홍 포도주 뚜껑도 따 놓고 말랑말랑 잘 숙성된 맛있는 고품질 까망베르(Camembert:치즈 이름)도 샀다.

늦은 점심이지만 장작불을 지펴 숯불에 구운 어린양고기와 텃밭에서 수확한 토마토와 상치 샐러드 그리고 시원한 분홍 포도주에 포마쥬(fromage, 치즈)까지...

오랜만에 정원 풀밭 나무 그늘 아래서 만끽하는 점심식사라 충분히 파티 같은 기분도 느껴본다.

힘든 노동의 시간 한가운데서, 틈 사이, 살그머니 찾아든 하얀 비둘기 같은 행복, 이 여유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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