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바빴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다 보니, 내가 제일 많이 먹은 건 라면 이었다. 사실 냉장고에 반찬은 많았지만, 어린아이가 좋아할만한 햄이나 장조림 같은 반찬은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반찬을 이것저것 꺼내서, 진수성찬으로 차려 먹는 스타일은 더더욱 아니다. 좋아하는 반찬 하나만 있어도, 맛있게 밥 한 그릇을 비울 수 있다. 간편히 먹는 걸 좋아하는 덕에 하루 한끼는 꼬박 라면을 먹을 정도로 라면이 익숙하고, 맛있었다. 쫄깃한 면발에 한입만 먹어도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그 완벽한 국물. 라면 만든 사람에게 절로 숙연해지는 그 맛. 부족하면 밥까지 한 숟갈 풍덩 말아, 먹으면 세상 어떤 뷔페도 부럽지 않다. 냄비 하나에 모든 게 담긴 그 완전함이란…
라면은 맛있다. 그리고 지금은 연하남과 함께 먹는 라면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음식 취향이 잘 맞는 짝궁과 함께한다는 건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