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미친년이 산다.

by 오늘


집에서 혼자 육아하는 날 카메라로 보면, 남편은 날 미친년으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화를 내고 소리질러서가 아니다. 가끔 미친년처럼 웃음이 날 때가 있다. 오늘은 삼백이가 낮잠을 2시간이나 자주는 효도를 했는데, 그 시간동안 난 책도 읽고 여드름도 짰으며, 큰 볼일도 해결하고 손을 씻은 후 핸드크림도 발랐다. 그뿐 아니라 시리얼까지 먹었다. 우유를 그릇에 먼저 붓고 시리얼을 담을 때 봉지 소리가 나서 행여라도 깰까 국자로 조심스레 그릇에 옮겨 담는 내 모습은 내가 봐도 웃겼다. 그만큼 삼백이가 깨지 않는 게 간절했다. 이렇게 무척이나 생산적인 일을 하고 난 후에 삼백이가 깨는 소리가 나서 조심히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 옆에 걸터앉았다. 어두운 방안, 그곳은 내가 방금 전까지 활기 띄게 배회하던 거실(?)과는 달리, 조용하고 따뜻한 온기가 감돌고 있었다. 이 느낌, 이 냄새, 이 기분이 달아날까, 그대로 내 눈에 담아두는 사이 삼백이가 일어날 준비를 했다. 삼백이는 한참을 달싹대다, 곁눈질로 날 발견했고, 내가 바로 안아주지 않자 조금 더 용을 쓰며 일어나 앉기 위해, 엉덩이를 들며 안간힘을 썼다. 느리게 하지만 본인은 최선을 다해, 깨어나고 있는 그 모습이 마치 꼬물대는 애벌레 같았다. 마침내 삼백이가 앉았다. 한참 소리를 냈지만 내가 반응이 없자, 옆에 있는 날 보고 놀란 듯, 날 바라봤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 안아주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버렸다. 이유없이 내가 웃자, 삼백이는 어리둥절해 하며, 자기도 따라 웃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옷방의 거울로 곧장 가, 그 모습을 보여주고 나도 봤다. 거울 속엔 머리는 추노인 미친년이 실실 웃고 있었다. 요즘엔 아기 있는 집에, 아기가 행여 다치지는 않을까, 카메라를 설치 한다던데, 우리 집은 절대 그러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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