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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스 Nov 12. 2020

쿠스코의 황금빛 광장

일주일째 두 번째 비행기 캔슬

  

오전 8시에 쿠스코에서 라파즈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했기에 모처럼 일찍 준비를 끝내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체크인을 마쳤는데도 출발까지 시간이 넉넉히 남았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안되는 걸까? 전광판에 우리 비행기가 갑자기 Delay로 바뀌더니, 잠시 후cancellation이 되었다.(일주일 사이에 비행기 취소 두 번 ㅎㅎ)     

페루비안 항공사는 왜 취소가 되었는지 제대로 된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고 호텔 바우처도 제공해 주지 않았다. 후에 라파즈 한인 민박 사장님으로부터 들은 얘기로, 그놈들은 승객이 별로 없을 경우 고의적으로 비행기를 캔슬 시킨 후 다음 날 항공편에 합승시키는 경우가 꽤 잦다고 했다.


결국 쿠스코 광장으로 다시 돌아가 분실한 휴대폰 때문에 헤어졌던 종직이와 다시 만났다. 안타깝게도 식당 테이블에는 휴대폰이 없었고, 씨씨티브이에 누가 그것을 가져간 장면은 담겨있지 않았다.       

낮잠을 늘어지게 잔 후 배가 고파 다시 광장으로 나왔다. 어느새 가로등이 태양이 사라진 거리를 황급히 황금빛으로 메우고 있었다. 덕분에 라파즈에서의 일정이 완전 꼬여 버렸지만 쿠스코에서 하룻밤을 더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성당에 들어가 고요한 적막에 지친 몸을 적셔보고 처음 보는 길거리 음식을 마구 먹고 마셔댔다. 광장 모퉁이에 있는 바에서 술집의 이름을 딴 수제 맥주를 마셨다. 적당히 오른 취기 탓인지, 쿠스코의 황금빛 광장이 유달리 아련해 보였다.      


페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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