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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스 Nov 12. 2020

남미의 꽃, 대망의 우유니 사막

오전 10시쯤 그 유명한 볼리비아의 우유니 마을에 도착했다. 아직 체크인 시간이 되지 않아 짐만 호스텔에 맡겨놓고 일단 투어 회사부터 갔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투어 회사는 '오아시스', '브리사', '호다카' 세 곳이었는데, 나란히 붙어있어 일일이 찾아다닐 수고를 덜 수 있었다.      


우리는 다음 날 우유에서 칠레 아타카마로 넘어가야 했기 때문에 사실상 오늘 하루밖에 시간이 없었는데, 우유니가 여행 마지막 일정인 형수를 위해서 좀 무리를 하기로 했다.     

      

선 셋 투어(오후 7 ~ 11시)와 선 라이즈 투어 (오전 3 ~ 8시)를 연달아해서 밤을 새우고, 다음날 아침 9시에 곧바로 칠레 아타카마로 떠나는 2박 3일 투어를 계획했는데, 쉬려고 여행을 와서 이렇게 빡세게 일정을 잡는 사람들은 세상천지에 한국인들 밖에 없다고 했다.     


각 투어사 현관문에는 그날 진행되는 투어의 예약자 명단이 붙어 있었다. 그 밑에 이름을 적고 가면 자동으로 예약이 되는 시스템이었는데, '혹시나' 한국에서 온 운명의 여인들이 있지 않을까 투어사를 돌아다니며 샅샅이 명단을 확인했지만 '역시나' 우리말고 다른 한국인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에 맞춰 예약 장소로 가니 쿠스코 공항에서 만났던 한국인 부부와 국적 모를 외국인 둘이 기다리고 있어 서로 인사를 나눴다. 우리는 6명이 한 팀이 되어 낡은 지프차를 타고 우유니 사막으로 향했다.



‘우유니 사막이라니, 그야말로 남미 여행의 꽃이 아닌가!’     


여행 책이나 블로그에서 본 우유니 사막을 수식하는 화려한 미사여구들을 떠올려보니 벌써부터 벅찬 감동에 휩싸였다.      


장화를 갈아 신고 조심스레 소금 바다에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첫눈에 들어온 우유니 사막은 인터넷에 떠돌던 사진만큼 아름답지는 않았다. 분명 우기(11~3월) 때 우유니에 오면 하늘과 땅이 하나가 되는 데칼코마니를 볼 수 있다고 들었는데, 너무나 강렬할 태양 탓에 선글라스 없이는 제대로 눈을 뜰 수조차 없었고, 세찬 바람에 일렁이는 호수는 그저 뿌옇게만 보였다.

너무도 희뿌연 하늘 ㅜㅠ


그럼에도 이곳은 여행 좀 해봤다는 욜로족들의 성지가 아닌가? 우리는 인스타그램에서 최신 유행하는 인싸들의 컨셉 사진을 가이드에게 보여주며 똑같이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가이드는 창의성까지 발휘하며 별의별 희한한 동작을 요구했고, 우리는 멋진 인증샷을 SNS에 올려 사람들의 ‘좋아요’ 세례를 받을 거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칼날 같은 바람에 콧물을 훌쩍거리면서도 한껏 포즈를 취했다.


이런 느낌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느덧 태양이 지평선 가까이 내려왔다. 바람은 더욱 사납게 굴며 날뛰었고 시커먼 구름이 태양을 꿀꺽 삼켜 존재를 지우려했다. 눈치 없이 우리 구역에서 사진을 찍어대며 사진 귀퉁이에 자꾸 찍히는 중국인 아줌마가 미웠다. 먹구름이 가득한 하늘 때문인지, 광활한 소금 호수는 서해안의 염전처럼 쓸쓸해 보였다.


아줌마 제발 좀 나와주세요 ㅠㅜ
그 사이 눈 맞은 우리팀 외국인 남녀
그리고 쓸쓸한 형수...


해가 지자마자 금방 어둠이 몰려왔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삼켜버려 별은 스스로의 존재조차 내비치지 못했다. 시무룩해진 우리는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가이드에게 어서 숙소로 돌아가자고 재촉했다. 가이드는 새벽에도 별을 보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냥 편히 자고 다음 날 칠레로 이동할까 했지만 이미 예약한 새벽 투어는 환불이 안 된다고 했다. 너무나 빡센 일정에 종직이는 몸살까지 나서 숙소에 앓아누웠다. 나와 형수는 이대로 물러나기는 아쉬워 저녁을 먹고 체력을 조금 회복한 후, 다시 사막의 바다를 향해 나섰다. 역시나 컴컴한 밤하늘엔 미운 구름만이 가득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도 기를 쓰고 사진을 찍으려 애쓰는 사람들이 어이가 없으면서도 귀여웠다. 매서운 바람에 온몸을 덜덜 떨며 좁은 차 안에서 힘겹게 밤을 새웠다. 아침 해가 밝아올 때쯤 되어서야 구름이 조금씩 걷히더니 바람도 잔잔해졌다. (대망의 우유니 사막에서 그야말로 ‘대 망함’)  


날씨가 좋은 날 우유니 사막에서 밤을 맞이하면 광활한 사막의 거울이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을 그대로 비추고, 일출을 바라보면 그것을 마주하는 자의 그림자가 멀리 지평선 끝에까지 닿는다고 한다. 그 환상적인 수사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 먼 곳까지 달려왔으나 운이 따르지 않아 그 명성에 걸맞은 장관은 볼 수 없었다. 살면서 이 곳에 다시 오기 쉽지 않다는 걸 생각하면 너무나 서러운 일이다.  

    

힘겹게 밤을 새우고 여전히 떠오르는 오늘의 태양을 바라보았다. “까짓거 눈으로 못 담아가면 어떠냐, 여기까지 왔으니 된 거야.” 따뜻한 아침 햇살에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더니, 영악한 호르몬이 나를 어르고 달래었다.


별 사진 실화냐? ㅜㅠㅜㅠ
 그래도 라이트 패인팅하면서 놀았다.
손에 손 잡고~~


마녀 시장에서 산 최애 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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