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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스 Nov 12. 2020

여기 레알 지구 맞음? ‘달의 계곡’

칠레 아타카마 달의 계곡

맹달이 형네 커플과 호스텔에서 만난 한국 여자 세나 씨와 함께 오후 4시에 시작하는 ‘달의 계곡‘ 투어를 신청했다. 세나 씨는 귀여운 외모에 한국 억양이 약간 어색한 20대 여성이었는데, 역시나 미국에서 살고 있는 ‘유부녀’였다. 맹달이 형은 그것도 모른 채 그녀와 나를 엮어주는 큐피드라도 되고 싶은 것인지, 투어 내내 종직이에게 뒤로 빠지라며 눈치를 주며 나에게 알 수 없는 윙크와 함께 '씨익' 잇몸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달의 계곡은 광활한 사막의 울퉁불퉁한 표면이 말 그대로 달의 표면을 닮아서 그렇게 불린다고 했는데, 나는 영화 스타워즈에서 본 듯한 외계 행성이 떠올랐다.      


나름 개그코드가 맞는 가이드 아저씨와 함께 가벼운 난이도의 사막 고개를 넘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가 바로 이런 거구나. 청명한 하늘과 가슴이 뻥 뚫릴 듯이 광활한 풍경이 보는 내내 감탄을 자아냈다. 도통 사진을 찍지 않는 종직이조차 연신 사진을 찍어달라며 폼을 잡아대는 것을 보니 이곳이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벨라 데 라 루나(달의 계곡)
지구 상에서 가장 건조한 장소라고 하니 피부에 신경 쓰는 사람들은 수분크림이라도 챙겨야 할 듯
 바다가 녹아내린 소금 결정들이 분필가루처럼 곳곳에 흩뿌려져 있다.
곳곳에 사막을 뒤덮고 있는 하얀 가루들은 억겹의 역사동안 증발해버린 소금 결정체라고 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광활한 호수는 사막이 되는 걸까?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러야 종직이는 정신을 차릴까?
동굴 구경도 하는데 별로 흥미롭지는 않다.


시간이 되어 일몰을 보기 위해 전망대로 이동했다. 달의 계곡은 남미 여행 전체를 통틀어 일몰 맛집으로 가장 유명한 곳이기에 기대가 컸다.    

  

조금 늦게 도착했는지 해는 이미 상당히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는데, 전망대는 저마다 한껏 포즈를 취하고 사진기 셔터를 눌러대는 관광객들로 이미 북적였다.     

 

나도 멋진 인생샷을 찍어 카톡 프사를 바꾸고 싶은 마음에 조급하게 사진을 찍어댔는데, 정작 고즈넉이 일몰을 감상할 새도 없이 태양이 자취를 감췄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아무리 멋진 풍경이 담겨도 그때의 온기와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다. 때로는 멋진 모습을 담아 남에게 뽐내고 싶어, 때로는 기억의 망각이 두려워, 현재의 순간에 몰입하지 못하고 자꾸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는 스스로가 조금 한심하게 느껴진다.(그렇지만 사진을 확인할 때면 항상 부족해서 좀 더 찍을 걸 하고 후회하는 간사함이란...)

   

프사 바꾸는데는 성공했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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