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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스 Nov 12. 2020

펭귄 보러 가자. ‘푼타 아레나스’

드디어 파타고니아에 도착했다. 살갗에 닿는 바람의 찬기가 과연 지구 최남단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첫 여행지는 막달레나 펭귄 섬으로 유명한 '푼타 아레나스' 마을이었다.   

   

아침 일찍 공항에 도착하니, 택시 기사들이 “공식요금 만 페소”라는 팻말을 들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더 싸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알아봤지만 택시 말고는 대안이 없는 듯해서 접근하는 택시기사에게 숙소로 가달라고 했다.     


“그라씨아스”     


 트렁크에서 짐을 꺼낸 뒤 택시 기사에게 공식 요금인 만 페소를 내밀었는데, 기사는 만 육천 페소(약 32,000원)를 달라고 했다. 어이가 없어 아까 만 페소라고 하지 않았냐고 따지자 그건 공항 택시의 경우이고 자신은 일반 택시라며 미터기를 보여준다. 미터기에는 정확히 만 육천이 찍혀 있었다.     

 

아뿔싸! 당했다는 생각에 약이 올랐지만 다시 가격을 확인하지 않았던 나의 안일함에 대한 자책이 일었다. 종직이의 실수였다면 욕이라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을 텐데, 명백한 내 실수라는 것이 더욱 분했다.   

  

호스텔 침대에서 간신히 분을 삭이며 막달레스 펭귄 섬 일정을 알아봤다. 마젤란 펭귄은 3월에 털갈이를 시작하고 4월에 섬을 떠나버리기에 그 이후로는 펭귄 섬으로 가는 페리가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시즌 막바지에 도착한 관계로 꽤 할인된 가격의 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다.    

 


 오후 두시에 출발한 배는 정확히 두 시간 뒤에 펭귄 섬에 도착했다. 구름 낀 우중충한 하늘에는 얇은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황량한 땅 위에 초라한 풀들이 듬성듬성 있었고, 털갈이를 시작한 펭귄들의 털 또한 듬성듬성 빠져 있었다. 날씨가 꽤나 쌀쌀해 자꾸 콧물이 흘렀다. 펭귄은 대표적인 일부일처제 동물이라고 하던데 나는 서로 부둥켜안으며 추위를 견디고 있는 펭귄 부부들이 조금은 부러웠다.     

   


귀요미!


듬성듬성 칫칫뿡 털이 빠져있는 펭귄들이 많아서 같은 탈모인으로 마음이 아팠다.
펭귄도 짝이 있는데...


섬에서는 한 시간의 관광 시간이 주어졌는데, 펭귄이 우리에게 오는 건 괜찮지만 우리가 너무 가깝게 다가가면 관리요원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이를 제지했다. 갖은 수를 써가며 그들이 나에게 다가오도록 유인해보았지만 시크한 그들은 우리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바쁘니까 저리 비켜라 닝겐!!


겨우 찍은 내 인증샷


돌아오는 길도 마찬가지로 두 시간이 소요됐다.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 마트에서 장을 보고 호스텔에 들어갔는데, 늦어서 주방을 사용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할 수 없이 감자칩과 맥주로 저녁을 때우고 잠을 청했다. 밤사이 파타고니아의 찬바람이 창문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자꾸 볼기를 때렸다.



보너스, 호스텔 고양이와 평화 파괴자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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