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파타고니아에 도착했다. 살갗에 닿는 바람의 찬기가 과연 지구 최남단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첫 여행지는 막달레나 펭귄 섬으로 유명한 '푼타 아레나스' 마을이었다.
아침 일찍 공항에 도착하니, 택시 기사들이 “공식요금 만 페소”라는 팻말을 들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더 싸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알아봤지만 택시 말고는 대안이 없는 듯해서 접근하는 택시기사에게 숙소로 가달라고 했다.
“그라씨아스”
트렁크에서 짐을 꺼낸 뒤 택시 기사에게 공식 요금인 만 페소를 내밀었는데, 기사는 만 육천 페소(약 32,000원)를 달라고 했다. 어이가 없어 아까 만 페소라고 하지 않았냐고 따지자 그건 공항 택시의 경우이고 자신은 일반 택시라며 미터기를 보여준다. 미터기에는 정확히 만 육천이 찍혀 있었다.
아뿔싸! 당했다는 생각에 약이 올랐지만 다시 가격을 확인하지 않았던 나의 안일함에 대한 자책이 일었다. 종직이의 실수였다면 욕이라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을 텐데, 명백한 내 실수라는 것이 더욱 분했다.
호스텔 침대에서 간신히 분을 삭이며 막달레스 펭귄 섬 일정을 알아봤다. 마젤란 펭귄은 3월에 털갈이를 시작하고 4월에 섬을 떠나버리기에 그 이후로는 펭귄 섬으로 가는 페리가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는 시즌 막바지에 도착한 관계로 꽤 할인된 가격의 티켓을 구입할 수 있었다.
오후 두시에 출발한 배는 정확히 두 시간 뒤에 펭귄 섬에 도착했다. 구름 낀 우중충한 하늘에는 얇은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황량한 땅 위에 초라한 풀들이 듬성듬성 있었고, 털갈이를 시작한 펭귄들의 털 또한 듬성듬성 빠져 있었다. 날씨가 꽤나 쌀쌀해 자꾸 콧물이 흘렀다. 펭귄은 대표적인 일부일처제 동물이라고 하던데 나는 서로 부둥켜안으며 추위를 견디고 있는 펭귄 부부들이 조금은 부러웠다.
섬에서는 한 시간의 관광 시간이 주어졌는데, 펭귄이 우리에게 오는 건 괜찮지만 우리가 너무 가깝게 다가가면 관리요원들이 호루라기를 불며 이를 제지했다. 갖은 수를 써가며 그들이 나에게 다가오도록 유인해보았지만 시크한 그들은 우리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돌아오는 길도 마찬가지로 두 시간이 소요됐다.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 마트에서 장을 보고 호스텔에 들어갔는데, 늦어서 주방을 사용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할 수 없이 감자칩과 맥주로 저녁을 때우고 잠을 청했다. 밤사이 파타고니아의 찬바람이 창문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자꾸 볼기를 때렸다.
보너스, 호스텔 고양이와 평화 파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