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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범 Nov 15. 2019

운칠기삼. 운을 잡으려면...

운칠기삼은 없다

운칠기삼.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운이 70퍼센트 작용하고 실력은 30퍼센트 작용한다는 말. 사업하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아니 자주 핑계를 대는 말이다. 나도 가끔 사용한다. 추진하던 사업이 잘 안 되었을 때 운칠기삼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사실 사업을 할 때 운이 아주 중요하기는 하다. 어디 사업뿐이겠는가?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서 매사에 운이 작용하지 않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선거를 할 때 사전 여론조사를 하는 경우, 천 명한테 물어본 결과와 만 명한테 물어본 결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즉, 표본이 많으면 많을수록 결과의 정확성은 높아진다. 사업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야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으므로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경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사업을 다 해볼 수는 없다. 그럴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직장인의 경우에는 선택할 수 있는 방법에 한계가 있으니 제일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경제 경영에 관한 서적을 탐독하여 간접 경험을 하는 것이다.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보다 좀 더 부지런한 사람은 협회 등에서 주말에 하는 강의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뭔가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에 겁이 나서 감히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직장인의 입장에서 사업을 선택하려면 뭔가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 기준을 잡기 위해서는 많은 표본이 필요한데, 고작 한두 가지 놔두고 예스 아니면 노(YES or NO) 식으로 결정하라고 하면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들기도 할 것이다. 위에서 말한 독서나 주말 강의 말고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 있다. 먼저 이미 사업을 하고 있는 주변인들, 특히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의 경험을 듣도록 노력하자. 당연히 그 사람들은 시간을 잘 안 내준다. 계속 부탁하면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어서 시간을 내준다 하더라도 자신의 사업 경험 얘기를 잘 안 해준다. 하지만 그 사람들로부터 얘기를 듣는 것에서부터 사업이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그 사람들이 얘기를 시작하도록 잘 설득해보라. 아는 사람으로부터 이미 지난 경험도 못 듣는다면 나중에 고객을 만나서 어떻게 제품을 팔 수 있을 것인가? 아는 사람으로부터 얘기도 못 이끌어내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의 구매력을 어떻게 이끌어 낸단 말인가? 그러니 아는 사람을 만나 얘기를 유도해 내는 것에서부터 사업은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해보라.


다음으로 좋은 방법은 직접 해보는 것이다. 운이 좋거나 발이 넓다면 주말에 아는 사람의 일을 도와주면서 사업을 배우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직접 해보는 것만큼 좋은 가르침은 없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부담이 되어서 감히 못하고 있는데, 누군가의 일을 도와준다는 핑계로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면 이건 정말 큰 기회가 된다. 아마 그런 기회를 잡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아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매달려보라. 무보수로 해준다고 하면서, 아니 점심 대접하겠다고 하면서라도 일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해보라. 어쩌면 그 사람이 당신을 미래의 거래처로 생각하고 거래처 하나 키우는 셈치고 가르쳐줄 지도 모른다.


주변에 그렇게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이제는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다. 경영대학생들이 공부를 위해 경험삼아 작은 금액으로 주식투자를 하듯이 그렇게 한 번 해보라. 백만 원 정도의 금액으로 한 번 해보라. 혹시 실패하면 버린다는 생각으로 한 번 시작해보라. 백만 원, 큰돈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배우다 보면 소비되는 소주 값이나 식사비용도 모으면 백만 원 정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장사는 완전히 버리는 건 아니다. 재고가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재고가 되겠지만 나중에 내가 실력이 향상되면 다시 팔 수도 있으니 완전히 날리는 돈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니 백만 원 정도 투자해서 직접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운칠기삼, 아니다. 재벌가에서 태어나서 30대 젊은 나이에 계열사 대표이사가 된 사람들을 보면서 운칠기삼이라는 말을 너무 깊게 믿게 되면 사업은 못한다. 그래, 그런 사람들이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금목걸이를 목에 두르고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을 부러워하지 말라. 어차피 세상은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이 있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을 부러워하면서 나는 운이 없다느니, 세상은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결정된다느니, 나는 절대 그들을 능가할 수 없다느니, 한심한 소리 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 운칠기삼은 없다. 그저 모든 사람의 인생이 각자 다를 뿐이다. 그리고 깊이 생각하고 미리 준비하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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