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속에 자란 아이
우리 아이는 어릴 때 늦되었다.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왔지만, 한글도 제대로 몰랐다.
사는 곳이 학군지라 학원도 많고 경쟁도 치열했기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일반 학교 대신 대안학교를 선택했다.
대안학교에서 아이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한글도 자연스럽게 깨치고, 형·누나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즐겁게 학교 생활을 했다.
나는 그 당시 평일에도 아이와 함께 종종 시골 어머님 댁에 놀러 갔다.
어느 날, 어머님이
"우리 마을에 소문이 났더라. 뉘 집 손자가 어디가 모자라서 학교를 안 다닌다고."
말씀하시며 웃어 보이셨다.
어머님이 쿨하게 넘겨서 다행이었다.
아이가 다 크고 나니, 문득 그때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좋다! 다 괜찮다!
그런 것들이 사실도 아니고 진리도 아니니까 어떤 감정도 불러일으킬 필요가 없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우주에서 놀고 자라고 성장하는 거니까
난 아이의 우주를 지켜주면 됐다.
덕분이었을까....
세상의 기준에서 늘 부족했던 아이는 누구보다 자연 속에서 풍요롭게 성장을 했고
신뢰 속에서 잘 자란 아이들이 그렇듯이 우리 아이도 자기 길을 스스로 찾아갔다.
우리 아이는 자신의 우주에서 엄마를 일찍 퇴직시켜 주었고
이제 그 우주에 혼자 남아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아무 걱정 말고, 아이들에게 "사랑"만 먹여보자.
사랑 먹고 자란 아이들은 이미 세상을 다 얻은 것이다.
우주를 품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