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개구리도 나름의 가치관이 있다
1. 우연히 우리 아이는 학군지와 학원가로 유명한 지역에서 태어났다.
나는 그곳에 사는 동안에는 아파트 엄마들과 친분을 쌓지 않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만 하는 정도로 거리를 유지했다.
아이가 늦되다 보니 학교 갈 때가 되었을 때는 그곳을 하루빨리 탈출하고 싶었다.
2. 아이가 어릴 때 낡고 작은 집에서 살며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히고, 옷은 물려 입히며 키웠다.
그때는 돈이 많지 않아 전셋집도 낡은 집으로만 이사를 다녔는데 그것이 오히려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게 되었다.
집이 망가질까 봐 전전긍긍하며 어린아이의 행동을 제한할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3. 결혼할 때부터 우리 집에는 TV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가 TV 있는 친구 집에 놀러 가면 마치 부잣집에 다녀온 것처럼 신기해했다.
우리 집에는 TV뿐 아니라 다른 살림살이도 많지 않았다.
냉장고, 세탁기, 옷장, 책장이 전부였다.
아이는 다른 집에 다녀오면 우리 집에 없는 많은 것들을 보고 왔다.
그렇게 바깥세상에 호기심이 생긴 것 같다.
4. 나는 학원 정보, 학습지 정보, 자녀 교육 정보에는 관심이 없었다.
대신 건강한 먹거리, 자연 속 여행지, 그리고 아이와 엄마가 둘 다 편안할 수 있는 육아 시간에 더 관심이 많았다.
5. 아이에게 ‘잘 먹고 잘 사는 엄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엄마는 공부를 못했지만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 아이도 공부가 아닌 것 같으면 다른 길을 찾아 행복해지라고 말해줬다.
6. 아이에게 학습에 관한 것은 엄마에게 물어보지 않도록 부탁했다. 특히 수학!
아이 앞에서 당당하게 ‘수포자 커밍아웃’을 했다.
아이가 늦될 때는 나를 닮아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현재 대학교에서 수학이 필수인 학과에서 공부 중인걸 보면 내 공부머리가 유전이 되지 않은 것에 감사할 뿐이다.
7. 인생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빨리 포기하는 것이 돈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길이라고 말해줬다.
높은 허들을 넘어야만 의미 있는 인생은 아닐 테니까.
8. 아이가 고3 되기 전 즈음 진로를 고민할 때, 나는 대학에 바로 가기보다 먼저 아르바이트를 해보라고 권했다.
진정한 공부는 그 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의견으로 끝났고, 아이는 혼자 고민을 더 해보더니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에 진학하겠다고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
그러면 2년제 대학을 먼저 가보고 공부가 더 하고 싶으면 그때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는 건 어떻겠냐고 물었는데 그것도 원하지 않아서, 그다음엔 바로 내가 아이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9. 나는 대한민국의 엄마들 사이에서 왕따가 될 용기가 가득한 청개구리 엄마였다.
늦된 아이를 키우며 그 아이에 맞는 교육 방식을 찾아가다 보니 주변 엄마들한테 꽤나 이상해 보였을 것이다.
근데 그런 것쯤이야 내가 전혀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나의 확고함 때문일까 우리 아이도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다른 길로 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다.
10. 날마다 아이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낸다.
이렇게 무식하고 부족한 엄마를 만났는데도 자신만의 길을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해 주어서 정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