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약수터?
아이가 어릴 때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다녔는데 그때 인연을 맺은 몇몇 엄마들과는 아직도 연락을 하며 지낸다.
어느 날, 오랜만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이들이 한창 입시를 준비할 시기라 자연스럽게 사교육 이야기로 접어들었다.
그때 한 엄마가 정승재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그 사람이 누군지 몰랐다.
그래서 그냥 듣기만 했더니 왜 반응이 없냐고 물었다.
오늘 첨 듣는 사람이라고 했더니, 어떻게 정승재를 모르냐며 대한민국에 이런 엄마도 있다고 신기해했다.
나중에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정승재가 아니라 '정승제'였다.
정승제 씨께는 미안하지만, 사실 나는 아직도 그분이 구체적으로 왜 유명한지 잘 모른다.
최근 스레드에 우리 아이를 키웠던 이야기를 올리기 시작하자 알고리즘이 나를 그쪽 세계로 이끌었다.
요즘 대한민국 엄마들은 어떤 이야기에 열정을 쏟는지 보게 되었는데, 내가 보기에 분명 한국말인데 해석이 필요한 말들이 넘쳐났다.
내가 만약 요즘에 육아를 했다면, 나는 틀림없이 왕따 엄마가 되었을 것이다.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듯 계속해서 찬찬히 읽어 가다 보니,
아기들이 이유식을 할 때부터 자기 주도에 초점을 맞추는 엄마들도 대단하고,
엄마표 수업을 활발하게 진행하며 SNS에 올리는 엄마들은 대한민국에서 더 이상 최고의 선생님은 없는 듯 보였다.
그렇게 해서 이이들이 좀 크면 ‘레테(레벨 테스트)’를 위한 과외를 받고, 어른도 쉽지 않은 '메타인지' 능력을 키워야 하는 현실도 보았다.
나는 이런 단어들을 모르고도 아이를 키워냈다는 것이 너무나 용감하게 느껴졌다.
아이 학교 다닐 때도 학원 정보나 동네 엄마들과 교류가 없던 터라, 내가 학교 다닐 때나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던 ‘스카이’ 까지만 알고 있었지, 그 뒤에도 순서가 있는 줄 몰랐다.
한국에서 수험생 학부모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다 외운다는 ‘서성한.... ’
나는 그다음은 외워지지도 않는다.
‘의치한약수’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도 무슨 '약수터 이름'인 줄 알았던 나다.
나같이 무지한 엄마 밑에서도 아이가 잘 자라 준 것이 가슴을 쓸어내릴 만큼 다행이라 싶은 세상 경험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