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도 노란 버스 탔다!
언젠가 남편과 산책하다가 동네 유명한 학군지 육교에 올라 학원가를 바라본 적이 있다.
아이들 학교 끝나는 시간부터 한밤중까지
노란 버스가 양쪽 도로를 가득 채워 늘어서 있는 곳.
그걸 바라보며 남편과 약속했다.
서로 타려는 저 노란 버스들 중 한 자리는 우리가 양보하자고.
우리는 일산 유명한 학군지, 학원가에 살면서도 그곳의 학교, 학원에 아이를 보내지 않았다.
물론 나도 아이가 또래만큼이라도 또랑또랑했으면 다른 결정을 했을 수도 있었겠지.
그러나 우리 아이는 일찌감치 부모에게 그런 기대는 사치라는 걸 깨우쳐준 아이였다.
덕분에 부모의 기대감 없이 자란 아이는 한국의 아이들이 흔히 가는 길은 다 양보하고
남은 길 중에 가볼 만한 길, 만들어 가는 재미가 있는 길로 걸어 나갔다.
나중에 아이가 캐나다로 혼자 유학을 가게 됐고 홈스테이에서 학교까지 신기한 스쿨버스 책에서 나오는 북미의 노란 스쿨버스를 타고 다니게 되었다.
아이가 그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캐나다의 아름다운 하늘과 호수 사진을 찍어 보내왔는데 주책맞게도 갑자기 눈물이 났다.
우리 아이도 드디어 노란 버스를 탔구나!
늦되던 우리 아이, 한국의 그 유명한 학군지 노란 버스는 못 타봤지만 영화에서나 보던 북미의 그 투박한 노란 버스는 타봤구나!!
그거면 됐지 뭘 더 바라.
북미의 노란 버스와 한국의 노란 버스는 서로 다른 추억을 싣고 달릴 뿐.
누구나 다 같은 추억을 지녀야 하는 건 아니니까....
아이들의 추억은 다 소중하니까....
그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괜찮았다.
우리 아이는 지금 행복한 노란 버스의 추억을 지니고 캐나다 어느 명문대에서 또 다른 추억을 쌓고 있다.
한국의 친구들과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은 아닐지 모르지만 어느 곳에 있건 자신만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써나가는 아이를 나는 항상 멀찌감치에서 열렬히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