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단을 외자
우리 아이가 캐나다 명문대 장학생이 된 걸 꼭 알리고 싶은 분이 있다.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될 때까지 구구단을 못 외웠다.
학교 입학할 때가 되었는데도 한글을 못 깨친 덕에 아이는 3학년까지 대안학교를 다녔고,
4학년 때는 그나마도 학교를 아예 가지 않고 나와 함께 여행만 다녔다.
그러다 보니 학습의 흐름을 많이 놓쳤고, 사실 그것이 엄마인 내 책임이라 해도 할 말이 없었다.
5학년이 되면서 이제라도 공교육이 가능할까 싶어 용기 내보려 하니 가장 시급한 것이 구구단 암기였다.
구구단 때문에 사교육을 시킨 엄마가 또 있을까 싶지만, 나는 처음으로 사교육을 고려했다.
근데 어디서부터 알아봐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결국, 우리 집 베란다에서 보이는 아파트 단지 내 공부방을 찾아가
"5학년 올라가는 아이에게 구구단 좀 가르쳐 주세요."라며 납작 엎드려 부탁했다.
선생님은 당연히 놀라셨지만, 기꺼이 받아주셨고,
그 덕분에 우리 아이는 마침내 구구단을 다 외워서 학교에 갈 수 있었다.
그때 그 선생님이 아직도 공부방을 운영하신다면
공부방 입구에 셀프 현수막을 걸어드리고 싶다.
"공부방 출신 ooo , 캐나다 명문대 합격!"
그때 구구단 때문에 공부방 경험을 했던 아이가 지금은 전 세계 학생들과 함께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구구단만 외우면 소원이 없겠다던 아이였는데 말이다.
엄마의 소원은 일찌감치 다 이뤘으니,
아이야, 이제는 네 꿈을 찾아 너만의 멋진 길을 걸어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