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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릴 땐 언제고!

부끄러운 엄마에서 자랑스러운 엄마로

by 무주


늦되던 우리 아이.

어릴 때 대안학교에 보내거나, 때로는 학교조차 보내지 않고 짐을 싸서 긴 여행, 짧은 여행을 다녔다.

그 당시 나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꽤 받았다.

솔직히 나도 안다. 아마 나를 제정신인 엄마로 보지 않았을 거다.

아이 중2 겨울방학, 아이가 혼자 유학을 떠나게 되자 '모진 엄마'라는 말까지 들었다.

아마 내 뒤에서는 더 심한 말들도 했겠지.

아이가 한국 학교를 그만둘 때 나를 이해 못 했던 선생님들과

왜 나는 손자가 보고 싶을 때 마음껏 볼 수 없냐고 눈물을 흘리던 친정어머니도

우리 아이가 캐나다 명문대 장학생으로 합격한 소식을 듣고는 학교 선생님들도 축하해 주시고 친정 엄마도 너무 기뻐하셨다.

그리고 그동안은 안부를 묻지 않았던 사람들도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도 유학 보내고 싶어서 궁금한 게 많아"

"학비는 얼마나 들어?"

"유학원 좀 소개해줘!!"

갑자기 관심을???

나는 좋은 대학 입학이 목표라면 조기 유학을 추천하지 않는다.

한국에도 좋은 대학이 있고, 공부는 엄마 옆에서 모국어로 할 때가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 어릴 때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면서

우리 아이에게 잘 맞을 것 같은 환경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어 조기유학을 결심했다.

하지만 다음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나 역시 조기 유학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나름대로 아이 혼자 가는 조기유학 체크 리스트를 정해 본다면

✔️ 스스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아이

✔️ 외국 문화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아이 (호기심이 있으면 베스트)

✔️ 외국어를 몰라도 자존감이 낮아지지 않는 아이

✔️ 주어진 상황에서 자기 할 일이 뭔지 아는 아이

✔️ 부모가 아이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키운 아이

✔️ 친구에게 집착하지 않는 아이

이런 아이라면 일단 추천한다.


나는 아이가 늦될 때나 아이가 명문대 입학 했을 때나 똑같은 엄마인데

외부의 시선에 의해 부끄러운 엄마에서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어 있었다.

대체 참된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이래서 깨달음 공부를 시작하나 보다.

그보다 먼저 깨달을 수 있다면 더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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