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도우 복서의 요가 명상
오늘도 쉐도우 잽을 날렸다
오늘 내 최애 강사가 아파서 다른 강사가 수업을 대신했다.
지금까지 많은 요가강사를 봐왔지만 본인은 아무것도 안하고 서서 입으로만 구령을 하는 조교같은 강사는 처음봤다. 게다가 우리는 다 고수가 아니라 배우는 초보들인데 그냥 "뭔사나~" 하고 우리가 알아서 자세를 취하길 기다린다. 말투도 좀 기분 나빠서 초반엔 그냥 매트 접고 나갈까까지 고민했다. 우리가 숙련자처럼 척척척 한치의 오차도 없이 하길 바라는 것도 싫고, 보여주진 않고 말로만 설명하면서 완벽하게 이해하길 바라는 것도 싫었다.
싫은 티 팍팍 내면서 뛰쳐나가고 싶었지만 한 시간만 버티자, 하고 참았다. 어쨌거나 그 시간을 망치고 싶진 않아서 또 시키는 대로 열심히 했다. 그러면서 내 생각을 관찰했다.
어쩌면 나는 익숙한 방식이 '맞다'고 생각해서 이게 싫은걸 수도 있다. 이렇게 가르치는 요가 SSAP고수가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다. 이 사람 방식대로 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다. 그럼 저 사람이 잘못된 게 아니라 내가 그냥 이걸 싫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싫은 이유가 그렇게까지 이 사람이 지탄을 받아야 할 것도 아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이해시키다가도 문득
단 한 번도 수업을 1시간만 하고 간 적이 없던 내가 다음 클래스에 적힌 내 이름을 지우며 카운터에 강사 뒷담화를 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어떻게 말해야 내 더러운 기분이 풀릴까 하면서. 그러다 강사가 듣는 버전과 안듣는 버전까지 순식간에 상상한다.
나는 쉐도우 복싱계의 고인물로서 항상 누군가와 싸우는 걸 상상한다. 그 버릇이 또 도진다. 싸울 생각만 하면 심장이 쿵쿵댄다. 나대지마 심장아... 지금 요가중이라고... 다시 몸으로 돌아온다. 아쉬탕가를 하는데 이렇게 땀이 안나다니 믿을 수가 없다. 생각이 좀 가라앉기는 했지만 터지는 속을 주체하지 못하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헬스장에 달려가 남은 운동량을 채웠다.
요가를 하면 생각 관찰이 참 잘된다.
눈 앞의 모든 것에 끄달리는 내가 참 잘 보인다. 오늘 하루만 해도 화나고 웃기고 즐겁고 슬프고 다 했는데, 요가하러 와서는 요가에서 희로애락을 발견하는 내가 있다.
내가 어디가겠나. 오늘을 살아낸 내가 요가를 하면서 또 똑같이 발견된다. 그러니 오늘이 얼마나 난장판이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요가를 하면 이 파도가 한층 차분해진다. 오늘도 나름 차분하게..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오늘의 배움 : 낯선 것은 낯설다는 이유로 경계하고 깎아내리기 쉽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려면 불편함과 싸울 게 아니라 그 불편함 자체가 허상이라는 것을 항상 스스로에게 알려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