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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cobalt Oct 25. 2022

내가 사는 집에는 작가의 기운이 흐른다

   내가 사는 집은 참 특이한 집이다. 5가구가 사는데 나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모두 '작가'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 집에 4년째 살면서 일고 여덟 명 정도의 사람들과 이웃으로 지냈다. 동양화가이신 작가님이 계시고, 자신의 직업의 연장선에서 책을 낸 전문가부터 에세이스트, 드라마 작가, 시나리오 작가가 다녀갔다. 시작은 돌아가신 집주인부터였던 것 같다. 직접 뵙지 못했지만 글 쓰는 사람들이 함께 이웃으로 살며 지내기를 원해 지인들을 세입자로 받으셨다고 한다. 

   워낙 조용하고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고는 하나, 매일같이 맨얼굴을 마주하는 이웃이 이렇게 대다수 '작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인 경우도 참 특별한 경험인 것 같다. 처음 '작가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꽤나 긴장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특별한 사람만 창작을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도 있었고, 이웃 작가에게 관심이 생겨 그 작가의 작품을 읽고 나면 그 사람을 직접 대할 때 내가 느끼는 정보 비대칭의 상황이 어렵게 느껴졌다.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이렇게나 많이 알고 있는데, 그 사람은 나에 대해 하나도 아는 것이 모르는 상황이 왠지 내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살아온 삶에 대해 모두 말해야 뭔가 평등한 관계에서 시작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쪽 보다는 차라리 내가 그 작가님의 글을 안 읽은 척,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하는 편이 차라리 편했다.

   작가들만의 공통적인 속성이 있느냐고 묻는 다면, 그것은 사람 개개인으로서는 아무런 공통점이 없을 만큼 독창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다고 하겠다. 사는지도 모르게 조용한 사람, 지인들과 술 마시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사람, 불교 경전을 들으며 수양하는 분, 보자마자 기분이 좋아지는 유쾌한 사람, 글은 숨 쉴 틈 없이 날렵한 문장으로 몰아치는데 일상은 나사가 두 개쯤 빠진 작가님 등 너무나 캐릭터가 분명했다. 모두 공통적으로 한 이야기는 있었다. 애석하게도, 글로 (또는 그림으로) 큰돈은 못 번다는 것. 그러고 보니 모두 물질적인 것보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자기가 창조하는 세계의 완결성일 것이다. 

   관찰자로서, 나에게는 그들이 인생에서 꼭 가져야 하는 것을 가진 사람들로 보였다. 그것은 자기만의 세계, 그리고 자기 사람들이다. 중년을 넘긴 작가들이니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히 있어서 일반적인 사람들의 고민인, "회사 그만두면, 아이들 다 키우면 뭐하지"와 같은 깊은 고민에서 일단 벗어나 있었다. 그리고 가장 부러웠던 것은 자기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자기만의 세계를 넘어 고립되지 않고 언제나 '자기 사람들'과 교류했다. 그들은 예술을 즐기고 나누는 파트너가 있었고 서로 함께하는 시간이 또 다른 창조의 원천이 되는 것 같았다. 

   감정, 습성,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창조력 또한 매우 강력하다는 것을 느낀다. 창조의 행위는 동질적인 것들을 불러 모으고 전염시킨다. 스스로 아무것도 창조할 것이 없다고 느꼈던 나도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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