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의 사랑 ‘미 비포 유’

by 김로운

*오늘부터 연재북 '로맨스 영화의 판타지 속으로'를 재개합니다.


착하고 알록달록한 유치한 옷을 즐겨 입은 시골 처녀가 잘 생기고 까칠한 그 동네 귀족 출신 장애인 남자와 사랑한 이야기.


원래는 동명의 원작 소설로 만든 영화인데 실은 소설이 훨씬 풍부하고 재미있다. 그런데 영화도 소설의 핵심 흐름을 잘 구성한 영화라 좋았다.


다른 모든 로맨스 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아무래도 남자 주인공이 장애인이라는 점에 있다. 그것도 귀족 출신인. 소설 작가가 영국인인걸 보면 아무래도 자연스러운 설정인 것 같다. (영화 속에서 남자 주인공의 성으로 놀러 가고 그곳에서 두 사람의 결정적인 관계 진전이 이루어지는 건 필연적인 전개이다)


그에 반해 여자 주인공은 전형적인 서민 출신으로 알록달록한 스타킹과 유치한 색상과 디자인의 옷을 즐겨 입으며 빵집에서 서빙하는 전형적인 착한 여자다. 일반 대중은 이렇게 무해한 여자 주인공의 캐릭터를 ‘음! 귀족 남자와 사랑할 만하지!’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반면 남자 주인공은 뉴욕 증권 업계에서 잘 나가는 과거를 지닌 그러나 여전히 영국 귀족 출신인 잘 생긴 남자다. 모든 로맨스물의 전형적인 남자 주인공이다. 그러나 장애인이기 때문에 이 로맨스 영화는 특별한 메시지를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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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도 특별하다. 남자는 여자가 전형적인 시골 출신으로 가족에 헌신 봉사하느라 자기 삶에 대해 꿈을 가지지 못할 것을 안타깝게 여긴다. 여자는 자기 고향을 한 번도 벗어난 본 적이 없어 이곳에서만 살다가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남자는 여자에게 꿈을 갖도록 얘기하고 유산도 남겨 준다.


남자를 간병하면서 여자는 사지마비의 상태로 침대에서 누워 있기만 한 고통을 낱낱이 이해하기 시작한다. 고개가 조금 삐뚤어져 고통스러워도 자기 힘으로는 고개를 움직일 수조차 없고 온몸에 열이 올라도 땀이 나오질 않아 스스로 체온 조절이 안 되는 심각한 고통 말이다.


또 휠체어를 타고 외부로 외출을 나가면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길은 극히 제한적이고 그 길마저 조금이라고 울퉁불퉁하면 탄 장애인은 극심한 아픔을 느낄 수 있다는 세세한 사항을 나는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이러한 로맨스 소설이 베스트셀러인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못되고 이기적인 여자 주인공이 아니라 착하고 순수한 여자를 대중이 좋아하고 응원한다니. 그래서 로맨스 소설과 영화는 영원히 존재해야 한다.


이 영화는 ‘안락사’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다. 절정에서 남자 주인공은 사랑에 빠져 너무 행복하지만 그래도 죽겠다는 결정을 하며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나도 남자의 선택이 너무나 안타까웠지만 한참 시간이 지나니 그런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는 의식 없이 사는 삶만큼 소중하다. 돈이 많이 들어 누구에게나 가능한 선택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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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남주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향상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남주가 장애인이면서 가난하고 구질구질했다면 로맨스의 아름다움이 가셔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 생기고 부유한 장애인이라서 로맨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렸지만 그럼에도 의미는 크다. 장애인이 고통을 알게 되어 좋은 영화였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순수한 사랑을 잘 드러낸 점이다. 서로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배려하고 행동을 하는 건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소설과 영화로 보는 이런 사랑이 귀하고 감동적이다. 결국 사랑하는 남녀가 죽음으로써 헤어지자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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