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서툰 아빠의 마음공부'를 읽고

무당벌레 작가님의 에세이 신간

by 김로운

내게는 지독히 말을 안 듣는 큰아들이 있다. 너무 말을 안 들어 대학도 가지 않았다. (‘중년 여성의 품위 있는 알바 생활’에 나오는 아들은 작은 아들이다) 가끔 함께 밥을 먹을 때 대화를 나누면 정치적인 견해가 달라 전쟁의 폭풍이 일어날 듯한 아들이다. 글을 어떻게 쓸까를 고민하는 만큼이나 항상 내 머리에 고민이 가득하게 만든다.


나도 큰아들 얘기는 밝히고 싶지 않지만 김진용 작가의 ‘서툰 아빠의 마음공부’ 서평을 쓰려니 밝히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아니면 글이 나오질 않는다. (큰아들이 이 글을 읽지 않기를 바란다. 다행히 큰아들은 엄마의 글을 잘 읽지 않는다)


큰아들에게 부모의 말은 거의 먹히지 않는다. 사춘기이기 때문이 아니다. 벌써 한참을 지났는데도 여전히 먹히지 않는다. 다행히 최근에는 생활적인 부분에서 많이 합의해서 편해졌다.


큰아들과 우리 부부는 진짜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듯하다. 그동안은 엄마로서 내가 뭐를 잘못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큰아들은 우리 부부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작은 아들은 너무나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걸 비추어 본다면 똑같이 키운 자식인데 큰아들의 이상함은 내 잘못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를 우리 방식으로 설득할 수는 없다. 큰아들은 큰아들의 세계에서 그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내고 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씩씩하게.


브런치에서 무당벌레로 활약하는 김진용 작가가 이번에 낸 에세이 ‘서툰 아빠의 마음공부’에서는 먼저 아빠의 깊은 사랑이 담겨 있다. 아들이 갓 태어나서 한돌이 안 되었을 때 밤에 너무 잠을 안 자 자동차에 태워 저속 주행을 해서 아기를 재웠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게 안 되면 밤새 울었단다. 나도 그런 기억이 있어서 그 힘듦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밤새 아기를 안고 흔들지 않으면 잠을 안 자고 울었다.


그런데 김진용 작가는 그것을 아이가 삶을 살아가는 힘의 근원이 될 거라고 확언한다. 밤새 우는 그 에너지가 이미 세상을 사는 힘의 반은 된다고. 앞으로 혼란스럽고 험한 세상을 맞부딪힐지라도 그 에너지로 잘 살아낼 거라고. 아버지의 깊은 사랑이다.


기본적으로 이 에세이는 ‘서툰 아빠의 마음공부’는 서로 너무나 다른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이다. 서로 너무 달라서 상처를 내고 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하는 부자간의 이야기이다. ‘입 다물고 3년, 귀 막고 3년?’ 섹션에 나오는 문구 ‘부모의 무조건적 사랑이란 정말 그런 것일까. 끊임없는 상심과 불안을 견디는 짝사랑이자 매 순간 자기를 비춰보는 괴로운 활동성일까... 이미 사랑하게 된 자 각오가 필요하구나 싶었다. 사랑 그거 한 번에 품지 못하니, 앞으로도 오래 그럴지 모르니 천천히, 조금씩, 뭣보다 여전히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자고’가 마음을 쳤다.


서로가 너무나 다르고 이해할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이이니 서로의 생각을 강요하기보다는 서로를 인정하며 손을 맞잡는 게 부모 자식 관계이다. 다르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스스로가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돌아보며 스스로를 깨는 작업을 하게 된다. 아니 한계와 편견을 깨지 못하더라고 손을 맞잡고 나아가게 된다.


이건 부모 자식 간의 관계에서만 그런 게 아닌 것 같다. 이해할 수 없어 서로를 등지는 세상에서도 함께 사는 이들을 배척할 수는 없다. 작가가 쓴 대로 ‘다른 것에 대한 거리 두기를 넘어 다름을 존중할 이유, 그러니까 쉽게 공감되지 않더라고 마주하고 이해해 보려고 애쓸 이유가 거기 있다.’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이상 이해되지 않는 일부 무리는 경멸하고 배척할 수는 없다. 그래야 스스로 한계를 깨고 성장할 수 있다.


사회에서도 이해되지 않는 무리와 ‘강 대 강’으로 맞서기보다는 무당벌레 작가님이 얘기하는 대로 ‘강 약 약, 중간 약 약’으로 함께 세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 책은 부자 관계에 대해서도 좋은 지혜를 주지만 우리가 세상을 살아갈 때도 좋은 지혜가 될 수 있다.


오히려 부모 자식 관계에만 집착하다 보면 좁은 관계의 깊은 구렁텅이에 빠질 우려가 크다. 이게 같은 집에 살지만 다른 세계를 걷고 있는 나의 큰아들에 대해 내게 요즘 생각하는 바이기도 한다.


이 책에는 김진용 작가님의 언어 센스가 빛난다. ‘아빠는 모르고 아들은 말하지 않는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기에 완전히 사랑할 수 있다’와 같은 문구는 탄복을 부른다. 이 책 여기저기에 빛나는 보석 같은 언어 센스가 가득하니 읽으면서 감상하시기 바란다.


권위주의가 무너진 시대, 권위에 기대지 않고 자신을 돌아보며 자식과 대등한 위치에서 교육하고 사랑하기를 바라는 모든 아빠와 엄마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