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상 2025년 수상작 중 세 편을 읽었다. 대상인 백온유의 ‘반의 반의 반,’ 성해나의 ‘길티 클럽’ 그리고 이희주의 ‘최애의 아이.’
세 편은 장르 소설적 성격이 강하다. 백온유의 ‘반의 반의 반’은 추리 소설의 형식이다. 주인공인 현진의 할머니 영실이 숨겨둔 오천만 원을 잃어버린다. 현진이 돈 오천만 원을 누가 가져갔는지 찾는다. 그런데 현진은 관찰자이고 할머니 영실의 캐릭터가 주요한 줄거리이다.
영실은 과거 영화배우 출신으로 아름답고 똑똑하고 강단 있다. 그녀는 보통의 할머니와 다르게, 옷을 입어도 말을 해도 배우로서의 아우라가 있다. 그런데 팔십이 넘은 그녀는 초기 치매를 앓고 있다. 기억을 잃어버리고 있는 중이다.
현진은 회사에 다니고 현진의 어머니이자 영실의 딸인 윤미는 가게를 하고 있어서 매일 영실을 돌보지 못하자 요양관리사인 수경이 할머니를 돌보러 정기적으로 집에 드나든다. 현진은 잃어버린 돈 오천만 원을 수경이 가져갔다고 의심한다. 실제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는데 그중 있던 묵직한 검은 봉투를 수경이 챙기는 게 시시티브이에 잡혀 있다.
단편 소설의 결말은 쉽게 범인을 결론 낸다. 인상적인 건 할머니 영실이 왜 수경을 의심하지 않는가이다. 그 이유가 이 소설의 핵심이다. 노인 인구가 인구의 1/3에 가까워지는 현재 이러한 결론은 많은 생각을 던진다. 이 소설의 주제는 노령 인구의 돌봄과 그 양상의 변화에 대해 추리 소설의 형식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성해나의 ‘길티 클럽’도 추리 소설의 형식이다. 다만 독자들은 이 소설의 마지막에 나오는 ‘호랑이 만지기’가 무슨 의미인지 스스로 추리해야 한다. 나는 한참 생각해야 했다.
‘길티 클럽’도 일종의 팬덤 문화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스타가 예술 영화감독이다. 소설의 많은 부분은 팬클럽이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 내용인데 여기가 재밌다. 주인공인 나는 영화감독 김곤의 열성적인 팬이라 모임에 참석하는데 다른 팬들은 사실 주인공의 영화 스태프로 일하고 싶어서 들어온 이들이었다. 그들은 영화 대학 전공자들답게 현학적인 예술 용어로 대화를 해 주인공은 소외감을 느낀다.
김곤은 아동 배우 학대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예술적인 능력이 뛰어나 베를린 영화제에서 상도 받는다. 주인공은 그의 작품이 주는 기쁨 (플레저)와 그의 오명에 대한 죄의식 (길티) 사이에서 방황한다. 오늘날 많은 스타들의 팬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김곤 팬을 그만둔 주인공은 임신한 채로 동남아 여행을 가 호랑이를 직접 만지게 된다. 그때 느끼는 감정이 이 소설의 주제라는 걸 두 번 읽고 알아챘다. 추리 소설과 같았다.
중간에 나오는 오프라인 모임에서 주인공이 만나는 중년 여성 미지가 중요한 역할로 추정이 되었으나 그냥 사라져 버린다. 나는 미지를 학대를 받은 아동의 어머니라고 생각했다.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베를린 시상식 후 김곤과의 영상 통화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나는 미지가 그때 폭발할 걸로 예상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전개되지는 않았다.
폭발하였다면 주인공이 ‘길티’를 선택하는 것이 명확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미지는 쥐도 새도 없이 소설에서 사라지고 작가는 주인공이 동남아에 가서 호랑이를 만지는 결말을 맺는다. 작가는 주제를 명확하게 말하지 않았고 독자는 한참 생각해야 주제를 잡을 수 있다. 양가적인 감정이 주제였다. 세 작품 중 가장 예술적인 결말이었다.
이희주의 ‘최애의 아이’는 SF 소설의 형식이다. 아이돌 스타가 정자를 공여하고 팬인 주인공이 인공 수정을 한다는 내용이다. 현실에 없는 에스 에프적 설정이다. 소설은 아이돌 팬덤 문화에 대해 속속들이 묘사한다.
주인공 우미가 아이돌 스타 유리의 아이를 가지려는 결심을 하면서 이렇게 쓴다. ‘이사할 때도 앨범은, 와, 진짜 손쓸 수 없는 짐이었는데 아이는 달랐다. 포장할 필요 없고, 자기 발로 트럭에 올라탈 수 있고, 추가 비용 0원! 게다가 앞으로 이십오 년은 늙고 시들어가는 쪽이 아니라 성장하며 아름답게 개화할 테고, 그걸 보는 동안 예상치 못한 자극이 가득할 것이다. 우미는 이제껏 그런 굿즈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소름 끼치게 적나라한 표현이다.
이 소설은 특징적인 게 주인공이 악인이다. 따라서 결말도 주인공이 감옥에 갇히는 걸로 끝난다. 폭발적인 결말 때문에 이 이야기는 소설이 된다.
세 작품 모두 장르 소설적 서사 전개가 뚜렷했다. 2025년도 젊은 작가들의 단편 소설적 특징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